일러스트=이철원

[5분 명상] 새해엔 연필 깎고 쓰며 새 삶을 써 내려가 봐요

류진창2 2025. 1. 8. 07:03

성소은 '반려명상' 저자
입력 2025.01.08. 00:30

일러스트=이철원


새해를 축하합니다. 새집, 새 신발, 새 옷…. 새 것은 다 설렘이지요. 하물며 새해라뇨. 대가 없이 받은 ‘새해’라는 큰 선물을 두 손으로 받잡습니다. 2025년은 어떤 말들로 채워지고, 어떤 몸짓이 그려질지 상상해 봅니다. 새 삶을 써 내려갈 연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여러 필기도구 중 유난히 연필에 마음이 간 건 아마도 어릴 적 새 학기마다 연필을 깎던 때부터인 듯합니다. 심을 감싸고 있는 나뭇결을 참빗으로 머리 빗듯이 한 올 한 올 쓸어내리고 곱게 다듬는 과정이 참 좋았더랬지요.

이제 저에게 연필 깎기는 차분하게 마음을 벼리는 일상 속 명상 도구가 되었습니다. 저절로 오롯해지는 까만 심은 연필 깎기 명상이 낳은 기분 좋은 “아하!”입니다. 연필심이 얼마나 강한지 아시나요? 십 년 전 남극에 있는 눈이 녹으면서 103년 전에 기록된 한 영국인 탐험대의 수첩이 발견되었는데, 당시 연필 흔적을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고 해요. 흑연은 부드러운 고체지만 탄소가 단일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 백 년 세월이 무색하게 온전히 보전되었다고 합니다.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대중가요의 노랫말이 달리 풀이됩니다. 어쩌면 사랑도 지우개로 지울 수 있을 만큼 허무한 듯하나 실은 무엇보다 강하고 시공을 초월해 오래 살아남는 것이라고. 올해는 좋은 연필 한 자루 손에 쥐고 강한 심지(心地·마음의 본바탕)로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쓰는 일은 마음을 그리는 일이지요. 연필로 온 세상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벗님의 한 해가 오래 남을 사랑 이야기로 가득하면 좋겠습니다. 매일 연필로 사랑을 하고, 매일 ‘아하!’ 하기로 해요. /성소은·‘반려명상’ 저자

원글: https://www.chosun.com/culture-life/relion-academia/2025/01/08/QUX7RAZJ3ZE43EL4O4RILXRB7A/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