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1796) 썸네일형 리스트형 [만물상] 트럼프의 금전 감각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4.10. 21:01 업데이트 2025.04.10. 23:14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취임 선서가 있었다. 투자은행 CEO 출신인 그는 2001년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 658명을 잃었지만 혼자 살아남았다. 아내 말에 따라 당시 5세였던 장남 카일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느라 늦게 출근한 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선서식에 온 러트닉 장관의 3남 1녀 중 카일을 찾더니, “네가 아버지를 구했구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얘한테는 다른 자식들보다 (유산을) 좀 더 물려줄 거죠?” 기적처럼 생명을 구한 사연이 돈 얘기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가 사업 실패로 막대한 부채를 지고 파산 위기에 몰렸던 199.. 전입신고 해도, 대학 가도… 수백만 원 뿌리는 지자체들 인구 붙잡으려 현금 지원 확대 김민기 기자 입력 2025.04.10. 01:18 업데이트 2025.04.10. 05:34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충북 제천시 세명대와 대원대에는 ‘전입신고 현장 접수’ 부스가 차려졌다. 다른 시도 출신 대학생들이 신분증을 들고 오면 제천시청 직원들이 그 자리에서 학생들이 전입 신고서를 쓰는 일을 도와줬다. 그 결과 대학생 744명이 제천시로 주민등록지를 옮겼다. 대학생들이 주소를 옮긴 건 제천시가 전입신고한 대학생에게 최고 280만원씩 장학금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전입신고만 하면 우선 100만원을 주고, 추후 주소를 유지하는 기간에 따라 추가로 1년 50만원, 2년 60만원, 3년 70만원 등 최고 180만원을 지역 화폐나 공공 배달 앱 포인트로 준다. 제천시는 .. [박찬용의 물건만담] 150불짜리 열쇠고리에 매달린 전쟁 한 조각 박찬용 칼럼니스트 입력 2025.04.10. 00:31 업데이트 2025.04.10. 10:35 전쟁 열쇠고리 서러운 우크라이나 국민 생각하다 '전쟁 굿즈'를 알게 됐다 러 수호이機 잔해로 만든 열쇠고리에 격추지점 좌표도 새겨 결제 페이팔·배송 페덱스… "기부·판매금은 재건 기금으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와 밴스에게 둘러싸여 망신을 당하던 날 내 안의 뭔가가 끓어올랐다. 국제 정세의 비정함처럼 형이상학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돈 없고 힘 없으면 서럽다는, 인류의 유서 깊고도 너저분한 진리를 한번 더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살면서 돈과 힘이 없었던 적이 더 많다. 국제 망신을 당하는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인들이 남 일 같지 않았다. SNS에 허망한 탄식과 분노를 올리기보다 실질적인 일을 하기.. [만물상] 김신조 안용현 논설위원 입력 2025.04.09. 22:31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습격 사건이 터졌을 때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 무장 유격대가 청와대 앞까지 공격했다’고 대서특필했다. 김일성이 무장 공비를 내려보냈다는 내용은 한 줄도 없었다. 북 주민은 남한 내 친북 유격대가 일을 벌인 줄 알았다. 북 공비들이 대거 사살되고 한 명은 투항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외교관 출신 탈북민은 “해외 공관에 나가서야 ‘김신조’란 사람이 붙잡혔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북은 김신조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1·21 사태 직후 피랍된 푸에블로호의 미군과 김신조를 교환하자는 제의도 묵살했다. 김신조의 북한 가족은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끌려갔다. ▶김신조는 2년 넘게 조사를 받고 사회로 나왔다. 어느 날 만취한 청년이.. [윤동주 80주기] 역풍에도 피는 배추꽃처럼… 인생, 봄 같지 않다고 주저앉아 있어서야 [어둠 넘어 별을 노래하다] [2] 봄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5.04.09. 00:24 업데이트 2025.04.09. 09:30 봄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 아른, 높기도 한데······ ― 1942. 봄 (추정) 아름다운 봄꽃과 고운 향기가 봄 소식을 전하기 전에 거친 불길이 경상북도 일대의 초목을 휩쓸어 갔다.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 화마에 잠기고 천년 고찰 고운사 경내가 불에 덮여 폐허가 되었다. 연기 오르는 잔해 사이에 덩그러니 남은 범종의 참혹한 모습이 머리에 떠오른다. 건조 기후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 ♥늙었다고 나를 내쳐?… 석 달 뒤 86세가 되는 나는 턱걸이로 입주했다 윤명숙 작가·화가 입력 2025.04.08. 00:02 업데이트 2025.04.08. 06:47 [윤명숙의 시니어하우스 일기] [1] 만 85세까지 가능… 아이들 떠날 결심만으로 되는 게 아냐 오목조목한 옆집 80세 '짝꿍'과 하루 세 끼 식당서 만나 낯선 곳선 남편 잊을 줄 알았지만… 슬픔까지 사라지겠나 그해 12월 마지막 날, 나는 서울 북서쪽 변방의 한 시니어 하우스로 이사를 했다. 이곳은 말 그대로 노인을 위한 아파트다. 그러나 나이가 많을수록 환영하는 건 아니다. 85세 이상은 입주 불가라는 연령 제한이 있었으니 말이다. 석 달만 더 늦었어도 나는 그 제한 조건에 걸려 이곳 문턱을 못 넘을 뻔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가 되고 보니 모든 게 정나미가 떨어졌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결심이었다... [만물상] 오피스 피터팬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4.07. 20:40 업데이트 2025.04.07. 23:50 몇 해 전 대기업 임원으로 승진한 대학 동창을 축하해 주려 만났는데 의외로 얼굴빛이 어두웠다. 자기보다 앞서 별을 단 선배들이 2~3년 뒤 대부분 잘렸다며 “나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임원 승진 2년 뒤 옷을 벗었다. 위로해 주려고 만났더니 “승진에 목매지 말고 요즘 후배들처럼 요령 피우며 회사 다닐 걸 그랬다”고 푸념했다. ▶승진을 최고의 훈장으로 여기던 시대가 가고 있다. 오히려 보스(boss)가 되기를 기피하는 언보싱(unboss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승진을 포기했다고 해서 ‘승포자’, 어른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팬과 같다고 해서 ‘오피스 피터팬’으로도 불린다. 기업체에만 벌어.. [만물상] 트럼프의 '뷰티풀 월드'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4.06. 20:38 업데이트 2025.04.06. 23:18 “지속되는 언론의 부정적 ‘코브피피(covfefe)‘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7년 5월 31일 새벽 트위터에 한 토막의 글을 남겼다. 뜬금없는 내용에 트위터에서는 “코브피피가 무슨 뜻이냐” “외국어냐”는 격론이 벌어졌다. 이후 24시간 동안 #covfefe란 해시태그가 140만 번 쓰였다. 트럼프는 6시간 후 이 글을 삭제했고, ‘커버리지(coverage·보도)‘의 오타란 설이 유력해졌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과 소수의 사람들은 (코브피피가) 무슨 뜻인지 안다”며 부인했다. ▶트럼프는 스펠링을 자주 틀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례 없는(unprecedented)‘을 ‘전레 없는(.. 몸은 욕망의 전쟁터… 나는 과연 내 몸의 주인일까 [특집 : 지금 문학은] 몸을 다룬 소설 세 편 황지윤 기자 입력 2025.04.05. 00:51 업데이트 2025.04.05. 06:54 작년 말 개봉한 영화 ‘서브스턴스’가 관객 수 50만명을 넘겼다. ‘바디 호러’ 장르로는 놀라운 흥행 성적이다. 주연 배우 데미 무어의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도 화제 몰이를 했지만, 핵심은 ‘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다. 몸은 사회적 시선과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는 전쟁터다. 사람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아름다움에 미치지 못해 거울 앞에서, 체중계 위에서 좌절한다. 집착을 내려놓아야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는다. 이 치열하고도 괴로운 각개전투가 이야기로 쏟아져 나오고, 소비된다. ‘지금 문학은’ 특집은 최근 출간작 중 몸을 비중 있게 다룬 소설 세 편을 추렸.. [만물상] '중국인과 性관계 금지' 안용현 논설위원 입력 2025.04.04. 21:33 업데이트 2025.04.04. 23:32 프랑스 외교관이 1964년 베이징에서 경극 배우와 사랑에 빠졌다. 연인의 요구에 따라 기밀 문서 500여 건을 넘겼다. 외교관이 중국을 떠나자 이 배우는 낳은 자식이라며 아기까지 데려와 정보를 요구했다. 외교관은 프랑스 당국에 체포된 뒤에야 배우가 ‘여성’이 아니라 ‘여장 남성’임을 알았다. 경극에선 화장한 남성이 여성 배역을 맡는다. 자식도 중국 당국이 마련한 가짜였다. 이 스토리는 ‘엠. 버터플라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04년 상하이의 일본 영사관에서 ‘비밀 전문’을 보내던 외교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지 여성과 관계를 맺었는데 중국 공안이 이를 이용해 일본 기밀을 넘기라는 협박을 해왔다. 일.. [유현준의 공간과 도시] '경의선 숲길'에선 왜 지갑을 열까 뉴욕과 바르셀로나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5.04.04. 00:02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가로 130m 세로 130m 크기 정사각형 블록이 격자형으로 배치된 도로망을 가지고 있다. ‘만사나’라고 불리는 이 도로망은 건축가 ‘일데폰스 세르다’가 1859년에 디자인했다. 정사각형 블록의 안쪽으로는 중정(中庭)이 있어서 거주자들은 조용한 중정을 공유하면서 공동체를 완성할 수 있게 계획되었다. 그런데 이 도로망이 특별한 진짜 이유는 정사각형의 모서리 부분이 45도 각도로 잘려 있다는 데 있다. 단순한 사각형 블록 모양과 달리 모서리가 따져 있는 모양이기 때문에 사거리 빈 공간의 개방감이 훨씬 크다. 계산을 해보면 단순한 직각 모서리 블록으로 만들어진 사거리보다 만사나 블록이 만드는 사거리는 빈 공간.. [만물상] 66세 자연 임신 김진명 논설위원 입력 2025.04.03. 22:26 업데이트 2025.04.03. 23:57 50세 이상 부모가 낳은 아이를 ‘쉰둥이‘라고 한다. 대개는 아버지가 쉰을 넘겨 본 자식이란 뜻이다. 그런데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한국에서 출생 신고한 아이 중 어머니가 50세 이상인 경우도 8명 있었다. 이 쉰둥이 8명 중 5명은 첫아이였다. 2022년 50세 이상 여성이 낳은 아이 6명 중 3명도 맏이였고, 2021년 태어난 9명 중에서는 6명이 맏이였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진 결과로 보인다. ▶2019년 인도의 73세 여성이 쌍둥이 자매를 낳았다. 현재까지 세계 최고령 출산으로 추정된다. 이 여성은 1962년 결혼한 남편과 사이에 아이가 없어 괴로워하다가, 젊은 여성의 난자를 기증받아 임신했다고.. 노년은 외로움 때문에, 중년은 돈 때문에 우울 강다은 기자 오유진 기자 입력 2025.04.03. 00:59 업데이트 2025.04.03. 08:00 ['마음의 병' 편견을 깨자] [3] 국민 정신건강 연령대별 고민 "경제적 어려움" 직장인들 호소 노인은 은퇴 후 "공허함에 고통" 가장 많이 꼽아 배달 기사 최모(40)씨는 최근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해물 전문 식당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폐업한 뒤 온라인 도박에까지 손을 댔다. 지금은 마음을 잡고 하루 10만~15만원을 벌고 있지만 삶에 대한 의욕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최씨는 “언제 생활이 나아질지 몰라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며 “잠이 안 와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 중”이라고 했다. 2일 보건복지부 국민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국민 설문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심한 스트레스·우..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또 속았어? 어쩐지 쎄하다고 했잖아!"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5.04.03. 00:35 사람과 새로 만날 때마다 신뢰 저버리는 경험에 상처… 그래도 10명 새로 만나면 좋은 사람 9명 얻게 돼 행복 소중한 인연 찾기 위해 희망을 품고 새 만남 이어간다 “또 속았어? 어쩐지 쎄하다고 했잖아!” 1년 동안 이런 말을 몇 번이나 듣는지 모르겠다. 나를 위로한다고 찾아온 친구들도 입이 아플 것이다. 같은 말을 1년 동안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으니. 나는 또 누군가에게 속았고, 친구들은 ‘또 속은’ 나에게 ‘또 한 번’ 호통치는 중이다. 나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가까스로 한마디를 중얼거린다. “어쩔 수가 없잖아.” 그래,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 어떤 사람이 좋아지면 그 사람의 모든 것에 보탬이 되고 싶어진다. 그.. 폐교 위기 초등학교들 "입학만 하면 300만원 드려요" 장학금까지 걸고 학생 유치 총력 표태준 기자 오주비 기자 입력 2025.03.27. 01:10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광명초는 25일 오전 전교생 13명과 교직원 8명이 모여 ‘귀빈’ 조단(7)군을 맞았다. 최근 이 동네로 이사 온 조군이 광명초로 전학을 오며 유일했던 1학년 고유림(7)양의 동급생 친구가 됐다. 유림양의 책걸상만 덩그러니 놓였던 1학년 교실은 조군이 새로 오며 활기를 찾았다. 고양은 “함께 공부할 친구가 생겨 기쁘다”고 했다. 학교는 이날 입학한 조군에게 입학 장학금 300만원을 전달했다. 고양도 지난 4일 입학 때 같은 장학금을 받았다. 이 학교 교직원과 지역 주민들에게는 고양과 조군의 입학이 단비 같은 소식이다. 1937년 설립된 광명초는 90년 가까이 원산도 지역사회와 함께해 ..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교황 선출 영화 장르가 왜 정치 스릴러일까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5.03.27. 00:36 업데이트 2025.03.27. 03:33 현실·이상·세속·보수·회의주의자 추기경들의 '투쟁'과 '경쟁' 문 잠긴 성당에서 과반수 득표 나올 때까지 갇힌 채로 계속 투표 한 명씩 추락하는 후보들… "그들을 무너뜨린 건 그들 자신이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누군가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교황의 죽음이 선고되자마자 추기경들은 다급히 움직인다. 교황이 선종하는 순간 옆에 있던 네 명의 추기경은 교황이 총애하는 사도에서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각자의 캐릭터대로, 각자의 셈법대로, 각자의 일을 한다. 교황의 죽음을 선고하는 자, 교황의 체스판을 챙기는 자, 교황은 원래 힘든 자리라고 말하는 자, 차기 교황 선출 임무를 맡게 되는 자, 모.. [만물상] 어른 불장난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3.26. 20:22 업데이트 2025.03.27. 14:24 부모님 뵈러 시골에 갔다가 자욱한 연기를 보곤 한다. 깻대나 콩대 같은 영농 부산물을 태운 연기다. 폐비닐처럼 유독가스를 내뿜는 것도 종종 태운다. 이웃집 마당에 재가 내려앉기 일쑤고 불씨가 뒷산 쪽으로도 날아간다. 부모님께 “왜 신고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농촌은 서로 아는 사이라 못 본 척한다”고 했다. 불법이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어느 산불 감시 담당자는 “하루 100㎞ 이상 순찰을 돌지만 사람들이 순찰 시간을 알고 있는 데다 단속을 피해 숨바꼭질하듯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불을 지른다”고 하소연했다. ▶농촌에서 벌어지는 각종 소각 행위는 산불의 주된 원인이다.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발생한 전국 .. 맹신·불신의 시대? 더 엄혹했을 때도 포용을 노래했다 [윤동주 80주기 / 어둠 넘어 별을 노래하다] [1] 별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5.03.26. 00:02 업데이트 2025.03.26. 18:32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1941. 11. 20. 윤동주 80주기를 맞아 그의 시를 새롭게 읽는 자리를 마련했다. 윤동주는 어둠의 시대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올바른 길을 찾으려 했다. 혼란스러운 대한민국. 그의 시에 담긴 진실의 힘이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지금 우리는 혐오와 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두 패로 나뉘어 맞서.. [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OECD 38국 중에서 '적국'에만 간첩죄 적용하는 나라는 한국뿐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입력 2025.03.25. 23:58 업데이트 2025.03.26. 17:21 중국은 국가를 배신하는 선동, 유혹, 매수 행위까지도 처벌 美 정보 무단 공개도 범죄로… 日·獨도 적국·외국 구분 없어 야당은 침대 축구… 간첩법 개정 반대하는 자가 간첩 아닌가 지난 1993년 시노하라(篠原) 사건은 간첩법 개정을 촉발한 중요한 사건으로 여겨진다. 일본 후지TV 서울지국장이었던 시노하라는 국방정보본부 소속 고영철 해군 소령을 포섭했다. 진급 누락에 불만을 가진 고 소령과 시노하라는 본격적인 스파이 활동을 전개했다. 3년 동안 각종 군사 시설과 병력 배치 현황 등을 촬영한 슬라이드 170여 장과 국방부 비밀문서 50여 건을 일본 대사관 무관에 넘겼다. 3년에 걸친.. [만물상] 청소년 28%가 영양 부족 강경희 기자 입력 2025.03.25. 20:45 업데이트 2025.03.26. 09:56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는 궁핍한 시절에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서울로 간 딸이 홀로 실연의 아픔을 견디는 걸 보면서 제주 사는 부모가 전화 걸어 묻는 말이 “밥 먹었냐”다. 딸은 “밥 먹었냐는 전화를 1000통쯤 받았을 때 강렬한 허기가 느껴졌다. 엄마 밥이 먹고 싶어졌다”고 했다. 제주도 집에 들어선 딸의 첫마디가 “엄마, 나, 밥. 배고파”였다. 마음이 허기진 딸에게 부모는 쉴 새 없이 집밥을 해 먹인다. “살찐다” 투정하면서도 딸은 부모의 보살핌을 “내가 세상에서 100g도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학원 다음으로 .. [만물상] 산불 사망 김민철 기자 입력 2025.03.24. 20:26 업데이트 2025.03.25. 00:01 2018년 개봉한 미국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는 거대한 산불로부터 한 마을을 지키려는 소방관들의 헌신을 담았다. 2013년 6월 발생한 애리조나주 ‘야넬힐 산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산불 발생 초기에 방어선을 구축하는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핫샷)이었다. 그럼에도 갑자기 방향을 바꾼 강풍을 타고 덮친 초대형 산불에 갇혀 19명 전원이 사망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진화대원 등 4명이 숨지고 5명이 중화상을 입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대개 고령층 등이 미처 대피를 못 하거나 주택 등 폐쇄 공간에 있다가 질식 등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63] 대련(對聯) 문태준 시인 입력 2025.03.24. 00:18 업데이트 2025.03.24. 18:04 대련(對聯) 고희 넘긴 촌로가 이르기를 최고의 음식은 두부와 오이와 생강과 나물이며 최상의 모임은 아비와 어미,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들이라 말하니 고희 앞둔 중늙은이가 되받기를 최고의 음식은 마른 두부와 물외와 된장과 막걸리 최상의 모임은 아내와 나 그리고 나이를 잊은 술벗들이라 답한다 촌로는 섬이 모질다 하는데 중늙은이는 섬이 어질다 한다 -김수열(1959-) 대련(對聯)은 시문에서 대(對)가 되는 연(聯)을 뜻한다. 대(對)는 대비가 된다는 의미이지만 한 쌍을 이루는 짝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 촌로와 중늙은이는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크게 벌어지지는 않아서 속마음을 터놓고 어울려 지내는 사이가 .. [만물상] 우주 노화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5.03.23. 20:34 업데이트 2025.03.24. 00:07 영화 ‘인터스텔라’에선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 탐험에 나선 과학자 부녀가 나온다. 아빠 우주인 쿠퍼가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자 딸 머피는 고령의 할머니가 돼 병상에 누워 있다. 쿠퍼가 블랙홀을 지나 도달한 미지의 행성에선 중력 등의 차이 탓에 시간이 느리게 흘러 그곳의 1시간이 지구의 7년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크고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우주선 속도가 빛의 속도(시속 10억㎞)에 가까워지면 시간의 흐름도 0에 가까워진다. 시속 2만7000㎞로 지구를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ISS)에서 1년을 머무르면 지구인보다 100분의 1초 젊어지는 효과가 있..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필터 버블'을 깨고 나오는 게 21세기 계몽이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5.03.21. 00:11 업데이트 2025.03.21. 00:12 계엄으로 '계몽'됐다지만, 새로운 깨달음 아냐 4류 정치·대한민국 역사 왜 이제야 알게 됐을까 알고리즘이 골라준 '맞춤형 정보'에 갇혔던 탓 '정보 거품' 속에서 세상과 단절된 문맹 세대 정보 수집·분석 능력 깨치는 게 '21세기 계몽' '미디어 거품'에서 자신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매일 세상에 소식이 넘쳐나는데 이제야 비로소 알았다니. 손바닥에 휴대폰을 붙여놓기라도 한 듯 인터넷에 인생을 접속하고 살던 사람들이 무슨 새로운 발견이라도 한 듯 4류 정치의 실상을 비판하고 대한민국 역사를 새삼 눈 비비고 바라본다. 대통령의 계엄에 “계몽되었.. [만물상] '이오지마 성조기'까지 안용현 논설위원 입력 2025.03.20. 20:57 업데이트 2025.03.20. 23:59 1945년 2월 19일 미 해병대가 일본 본토에 가까운 작은 섬 이오지마(硫黃島)에 상륙했다. ‘손바닥’만 한 이오지마 정도는 단숨에 점령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군은 섬 전체에 개미굴을 파고 미 해병대를 괴롭혔다. 일본군은 병사들에게 ‘미군 10명을 죽이기 전에는 죽지도 말라’고 명령했다. 첫날에만 미 해병대 2500여 명이 전사했다. ▶이오지마에 고지는 수리바치라는 산 하나밖에 없다. 2월 23일 미 해병 5사단 28연대의 한 소대가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으라는 명령을 받는다. 경사가 심해 손과 무릎으로 기어올랐다. 동굴 속 일본군이 튀어나와 공격했다. 마침내 오전 10시 반쯤 미군 6명이 성조기를.. 대학 총장들 "의대생 휴학 안돼" 김민기 기자 입력 2025.03.20. 01:08 업데이트 2025.03.20. 11:12 전국 40개 의대 의대생 휴학계 승인 불가 합의 유급·제적 상황 원칙대로 처리 "교육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 대학 총장들이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들의 휴학계를 승인하지 않고 21일까지 반려하기로 했다. 전국 40개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이 모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 협의회(의총협)’는 19일 오전 영상 회의를 열어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이 같은 방안을 밝혔다. 현재 대부분 의대가 개학했지만 의대생들은 집단으로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이 휴학계를 오는 21일까지 모두 반려하겠단 것이다. 이미 전북대·조선대 등 대학은 학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반려한 상황이다. 의총협은 회의가 .. [천현우의 세상 땜질] 사무직에서 다시 조선소 현장직으로 천현우 용접공·작가 입력 2025.03.19. 23:55 업데이트 2025.03.20. 00:41 공장 그만두고 콘텐츠 기업서 사람 대하며 말하고 듣는 법 배워 배 만드는 현장 복귀했더니 말귀 잘 알아듣고 실수 확률 줄더라 '사무실서 쌓은 기술' 현장서도 잘 통해… 인생 2막 두려워 말라 3년 전 콘텐츠 만드는 회사에 스카우트됐다. 10년 가까이 공장으로만 출근했던 나에게 첫 사무직이었다. 가서 주어진 일을 잘해냈냐면, 아니었다. 콘텐츠 제작은 공장에서 물건 만들기와 개념이 아예 달랐다. 파는 주체부터 회사가 아닌 이용자들이었다. 결과물도 물건의 형태인 ‘제품’이 아니라 형태가 없는 ‘콘텐츠’였다. ‘불량 제품’은 발견하기 비교적 쉽지만 ‘불량 콘텐츠’는 잡아내기가 훨씬 어렵다. 불량 판별을 기계가 아닌.. [만물상] '과학기술 천재' 쏟아내는 중국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5.03.19. 21:01 업데이트 2025.03.20. 14:09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중국 BYD가 5분 충전에 400㎞를 달리는 혁신적 충전 시스템을 개발했다. 테슬라보다 충전 속도가 2배 빠르다. BYD 창업자는 “가솔린차 주유 시간만큼 짧아졌다”고 자랑했다. 독일 아헨공대에서 테슬라와 BYD의 배터리를 뜯어본 결과, 소재·형태·조립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BYD 배터리는 값싼 재료를 썼음에도 발열이 적은 반면 에너지 밀도가 낮은 게 단점이었는데, 이젠 이 단점까지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중국과학기술대학에서 수퍼컴퓨터보다 계산 속도가 1000조 배 빠른 105큐비트 초전도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구글이 작년 10월 공개한 양자 컴퓨.. 파리협약 '1.5도 마지노선' 깨졌다... 작년 지구 온도 1.55도 올라 세계기상기구 "175년간 1.5도 이상 오른 첫 해" 박상현 기자 입력 2025.03.19. 12:02 업데이트 2025.03.20. 01:27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파리협약에서 세운 ‘1.5도 마지노선’이 결국 무너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9일 “2024년은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초과한 첫해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도 밑으로 유지하며,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런데 불과 9년 만에 ‘상승 폭 1.5도’라는 제한선이 깨진 것이다. 이날 WMO가 발표한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1.. [김진영의 자작나무 숲] 죄와 벌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5.03.18. 00:02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다시 읽는다. 널리 알려진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법학도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다. 사회에 아무 이득도 못 되면서 가난한 사람 피만 빠는 이[蝨] 같은 존재를 없애 그 돈으로 다수를 구한다는 ‘정의로운’ 목적에서다. 그러나 그는 전당포 주인을 죽이고도 정작 돈은 취하지 않는다. 돈은 목표가 아니었고, 대신 그에게는 언젠가부터 품어온 사상이 있다. 인간은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 두 부류로 나뉘는데, 비범한 사람은 죄를 범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도끼로 노파를 내려친 것은 자신에게도 그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히브리어 ‘죄’는 .. 이전 1 2 3 4 ··· 60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