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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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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번호 달고 머그샷, 카키색 수용자복 입어 尹대통령 수감된 서울구치소는 이민준 기자 입력 2025.01.20. 00:56 업데이트 2025.01.20. 06:38  19일 새벽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은 미결수(未決囚) 신분으로 전환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중 정식으로 서울구치소 입소 절차를 밟았고, 체포 후 머무르던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서 독거실로 옮겼다. 윤 대통령은 일반 수용자들과 같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뒤 정밀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후 체포 당시 입었던 검은색 양복에서 카키색 미결 수용자복으로 갈아 입었고, 상의 가슴 부분에 수용 번호도 붙였다. ‘머그샷’이라고 불리는 수용 기록부 사진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구치소는 전체 16개 수용동 중 기결수들이 있는 한 수용동에 윤 대통령의 독거실을 마련한 것으로 ..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54] 먹기러기 문태준 시인 입력 2025.01.20. 00:20 먹기러기달에 눈썹을 달아서 속눈썹을 달아서 가는 기러기떼 먹기러기떼 수묵으로 천리를 깜박인다 오르락내리락 찬 달빛 흘려보내고 흘려보내도 차는 달빛 수묵으로 속눈썹이 젖어서 -손택수(1970-)손택수 시인의 시에는 잔잔한 감응이 있다. ‘연못을 웃긴 일’이라는 제목의 시에는 “못물에 꽃을 뿌려/ 보조개를 파다// 연못이 웃고/ 내가 웃다// 연못가 바위들도 실실/ 물주름에 웃다”라고 쓴 시구가 있는데, 이런 대목을 읽노라면 마음이 가만가만히 따라 움직이게 된다. 잔물결이 일어서 퍼져가듯이. 눈썹 모양의 달이 뜬 밤에 시인은 기러기 떼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던 모양이다. 눈썹달은 초승달이나 그믐달을 뜻하니 그런 날의 밤하늘은 어둑어둑하고, 그래서 연신 날개를 ..
[만물상] 판교 사투리 강경희 기자 입력 2025.01.19. 20:31 업데이트 2025.01.19. 23:57 “물 먹어라”는 말은 건강을 챙겨주는 덕담이지만 기자들한테는 악담이다. 언론계에서 “물 먹는다”는 건 경쟁사한테 특종을 뺏기거나 꼭 써야 하는 기사를 놓친 걸 뜻한다. 기자들 사이에서 “영어는 환영, 일본어는 사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풀(pool), 엠바고(embargo)는 낙종 염려 없이 편하게 취재해서 보도하는 방식이고, 초년 기자 시절에는 일본어 표현이 유독 많이 쓰였다. ‘나와바리’(なわ-ばり,관할 지역)에서 ‘마와리’(まわり,돌면서 취재)하며 기사 작성했는데 선배한테 “대체 이 기사 ‘야마’(やま,핵심 주제)가 뭐냐”고 혼나기 일쑤였다. ▶직업별로 통용되는 은어는 해당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의..
국내 대학도 '종신 교수' 시대… 정년의 벽 허문다 우수한 교수에 안정적 연구 보장 김민기 기자 입력 2025.01.18. 05:02 업데이트 2025.01.18. 06:28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은 올해 50세인 우수 교수를 대상으로 앞으로 20년 동안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70세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를 시작한다. 기존에는 연구 성과가 우수한 교수더라도 60세가 넘어야 정년 연장을 결정했는데, 앞으로는 중견 교수 시기부터 정년 연장을 약속해 안정적인 연구 여건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가에도 미국처럼 우수 교수의 정년을 없애고 늘리는 등 교수 정년 연장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말엔 국내 대학 최초로 ‘종신 교수’가 나오기도 했다. 올해 65세로 정년이 되는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안정성과 효율성이 높은 태양전지 연구 공로를..
[핫코너] "아삽 처리해 핑주세요" 판교 사투리 배우는 취준생들 김지혜 기자 김보경 기자 입력 2025.01.18. 00:54 업데이트 2025.01.18. 07:30 “오케이알(OKR·Objective and Key Results·목적과 핵심 목표) 싱크(Sync·동기화)는 최대한 아삽(ASAP·As Soon As Possible·가능한 한 빨리)으로 진행합시다(이번 업무의 핵심 목표 달성과 관련한 상황 공유·최신화는 최대한 빨리 합시다).” 취업준비생 황준혁(26)씨는 최근 경기 성남 판교의 한 IT스타트업 회사에서 인턴을 시작한 뒤 한동안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다.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인 정체 불명의 언어가 공용어로 통용되고 있었다. “작업 마치면 핑(ping·연락) 주세요” “해당 이슈(issue·문제)는 로컴(low communication·소극적인 대응)으..
[만물상] 트럼프 공식 사진 김민철 기자 입력 2025.01.17. 20:41 업데이트 2025.01.17. 23:39 노란 머리를 스프레이로 고정한 ‘수탉 머리’형 헤어스타일은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트럼프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수십 년 전 부동산 개발업자로 명성을 얻은 이후 줄곧 이 독특한 머리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2000년대 TV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할 때 머리 손질 비용으로 7만달러(약 1억원)를 세금공제 받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능숙하다.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그는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워싱턴 DC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셀프 퇴임식’을 열고 전용기에 올랐다. 전용기가 이륙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가 울려..
이자장사 11兆 은행 노조 "임금 더 달라" 파업 릴레이 기업銀 파업 이어 국민銀도 결의 곽창렬 기자 한예나 기자 입력 2025.01.17. 00:53 업데이트 2025.01.17. 07:00 평균 연봉이 1억원대인 은행 노조들이 잇따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작년 은행 이익이 늘어난 만큼 연봉을 올려 달라는 요구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막대한 이자 부담을 지고 있는 고객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노조가 집단 이익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봉 1억2000만원 은행 노조의 파업 추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전체 조합원 1만1600여 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투표를 진행한 결과 9702명이 투표에 참여해 9274명(96%)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지난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국민은행..
[박은식의 보수주의자의 Rock] 자유민주주의가 허락한 '불타는 성조기' Rage Against The Machine 박은식 의사·前 국민의힘 비대위원 입력 2025.01.17. 00:02 업데이트 2025.01.17. 05:24 ‘자본주의에 분노하라! (Rage Against The Machine!-RATM)’고 노동자들을 향해 외치던 마르크스의 연설문을 그대로 그룹명으로 정한 록밴드가 있다. 케냐 공산 혁명군의 후손이면서 하버드대 정치학과에서 진보적 사상으로 무장한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와 멕시코 혁명군의 손자이면서 랩을 담당하는 잭 드라로차가 중심이 된 RATM은 강력한 메탈 사운드에 특이한 기타 이펙터 소리, 반미와 진보 사상 충만한 메시지를 그루브한 랩에 담아낸 곡들로 단숨에 세계적인 밴드가 됐다. RATM은 스스로 “사회운동을 하기 위해 음악을 한다”고 말할 정도로 ..
[만물상] 게티 빌라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1.16. 20:25 업데이트 2025.01.17. 00:04 미국 석유 재벌 J 폴 게티(1892~1976)는 1966년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 부자로 등재된 거부였다. “돈을 셀 수 있다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그런데 돈 씀씀이가 한없이 인색했다. 옷과 구두는 10년 넘게 입었고 호텔에 투숙하면 양말을 직접 빨아 신었다. 집에 손님을 초대해놓고 전화는 바깥 공중전화를 쓰라 했다. 1973년 마피아가 당시 16세이던 손자를 납치하고 귀를 잘라서 보내며 거액을 요구했는데도 흥정으로 몸값을 깎아 수전노라는 오명도 얻었다. ▶그런데 미술품 수집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1930년대부터 고대 조각, 중세의 필사본, 인상파 회화 등을 모았다. 미술품을 혼..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차라리 내가 '범인'이고 싶다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5.01.15. 23:58 “노래 부른 사람 누구야? 당장 나와!” 수능을 몇 달 앞둔 고3 교실은 침묵의 세계였다.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모의 문제집을 풀고 채점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언제부터인지 교실에서 말이 사라졌다. 수능 날이 다가온다는 두려움, 한 문제라도 더 풀어야 한다는 다급함, 친구의 공부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뒤섞인 침묵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볼펜 소리만 교실에 가득하던 어느 날이었다. 아마도 수학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날도 모의 문제집을 풀고 있는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마치 환청처럼, 나직하고 아련하게 들렸다. 나를 포함해 교실 안의 모든 아이가 노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들었다. 그건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당황스러운..
[만물상] 산분장(散粉葬) 김민철 기자  입력 2025.01.15. 20:38 업데이트 2025.01.16. 00:08 1997년 세상을 떠난 덩샤오핑은 “각막은 기증하고 시신은 해부용으로 쓴 다음 화장해 바다에 뿌려 달라”고 유언했다. 그의 유골은 홍콩 앞바다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바다에 뿌려졌다. 그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이 같은 유언을 남겼다. 그는 사후에 자신의 기념관을 세우지 말고 동상도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치고는 소박하게 삶을 마무리했다. ▶상당수 국가에서는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바다장이 보편적인 장례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묘지 값이 비싸 ‘돈 없으면 죽지도 못할 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국 당국은 대안으로 바다장을 적극 권..
벌써부터 지워지는 尹정부 정책 조재희 기자 신수지 기자 안준용 기자 표태준 기자 곽래건 기자 입력 2025.01.14. 00:52 업데이트 2025.01.14. 01:28 탄핵 정국 소용돌이에 '연금·교육·노동' 3대 개혁 브레이크 신년 업무보고서 재건축 규제 철폐, 원전 확대 등 폐지·축소 1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년 업무 보고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취임 때부터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국정 과제로 추진해 온 규제 철폐 정책이 대부분 사라졌다.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기’ ‘임대차 2법 정상화’ 등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밀어붙이다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부작용을 일으킨 규제를 없애거나 개선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에서 최우선으로 추진하던 정책이다. 비상계엄에 연이어 탄핵 사태가 벌어진 데다..
[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해상무역하던 고대 그리스서 시작… 17세기 '런던 대화재' 이후 보편화됐죠 보험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 입력 2025.01.14. 00:31 작년 12월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건강보험회사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CEO(최고경영자) 브라이언 톰슨이 총격을 당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놀랍게도 많은 미국인들은 살해범 루이지 맨지오네를 ‘현대판 로빈후드’라며 동정하고 있는데요. 이는 미국의 악명 높은 의료보험제도 때문입니다. 미국의 공공 의료보험은 보장 범위가 매우 좁아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민간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비율이 높아 가입자들의 원성이 높죠. 의료 서비스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보험사 행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드러난 사건이에요. 오늘은 보험이 언제 시작됐나 알아볼게요. 보험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위기 상황으로..
[만물상] 필사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1.13. 20:35 업데이트 2025.01.14. 00:08 남이 쓴 글을 베껴 쓰는 필사(筆寫)는 역사가 3000년이 넘을 만큼 오래된 일이다. 성경을 뜻하는 영어 바이블(Bible)도 필사용 파피루스가 거래되던 고대 페니키아의 항구 비블로스에서 비롯됐다. 15세기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필사가는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로마제국 철학자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필사가를 교사로 초빙했다. 그의 저서 ‘명상록’엔 스토아 학자인 에픽테토스의 명언록을 필사해서 한 권을 갖게 됐다며 기뻐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인쇄술 등장 이후 필사는 직업에서 거의 퇴출됐지만 필사 자체는 남았다. 불교에선 절을 하면서 한 글자씩 베껴 쓰는 일자일배(一字一拜)를 대표적인 심신 ..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장수 기업 독보적 세계 1위 일본… 하지만 왜 국가경쟁력은 추락하나 민태기 에스앤에이치연구소장·공학박사 입력 2025.01.12. 23:58 핵심은 '연명'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 佛 생고뱅의 역사를 보라 베르사유궁 '거울의 방'이 기원, 360년간 연매출 72조로 성장 제품 25%는 최근 5년 이내 개발… 생존전략의 핵심은 늘 '변화'다 1919년 1월 18일 제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 짓는 파리강화회의가 시작되었다. 1월 18일은 프랑스에는 치욕의 날이었다. 1871년 보불 전쟁에서 승리한 독일이 프랑스의 자존심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Galerie des Glaces)에서 독일 제국을 선포한 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차 대전 승전국 프랑스가 굳이 이 날짜를 선택한 것은 의도적이었다. 파리강화회의의 결과 거울의 방에서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되며 48년 전 이곳에서 ..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53] 겨울 강가에서 문태준 시인 입력 2025.01.12. 23:52 겨울 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도현(1961-) 동백나무에, 꽃망울을 맺은 수선화에, 겨울 남새밭에 눈이 조금씩 흩뿌리는 것을 바라보다 문득 이 시가 떠올랐다. 설풍(雪風)이 부는 추운 한데에 섰을 때 이 시가 더 깊이 이해되었다. “어린 눈발”은 나어린 것만을 뜻하지는 않을 테다. 아직은..
[만물상] 천사 도시 덮친 악마 바람 김민철 기자 입력 2025.01.10. 20:20 업데이트 2025.01.11. 00:06 바람이 정상적으로 불지 않아도 큰 문제다. 작년 11월 유럽에서는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현상이 발생했다. 독일어로 ‘어둡고 고요한 상태’라는 말인데 바람도 불지 않고 햇빛도 거의 없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이 며칠 지속되면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급감했다. 그 여파로 신재생에너지에 의존도가 높은 독일 전기 도매 요금은 평소에 비해 20배 이상 폭등했다. ▶황사는 바람의 거대한 에너지를 실감하게 하는 현상이다. 중국과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는 수천km 날아와 한반도에만 한 번에 약 8만t의 흙먼지를 쏟아놓는다. 15t 덤프트럭 5000대 분량이다. 황사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만 긍정적 영향도 없지..
독감 입원 한달새 10배... 4대 호흡기질환 설 연휴 최대 고비 조백건 기자 오유진 기자 정해민 기자 입력 2025.01.10. 00:55 업데이트 2025.01.10. 05:28   “빨리, 숨 쉬기 힘들어. 주사 좀.” 백발의 70대 할아버지가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병원으로 들어와 바로 진료실 문을 열고 의사에게 고함쳤다. 의사는 청진기를 환자 등과 가슴 등에 댄 뒤 “가래가 심하세요”라고 했다. 이 환자는 주사를 맞고 호흡기 치료를 받은 뒤 병상에 누워 안정을 취했다. 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소아과. 대기실의 좌석 17개는 남녀노소 환자들로 꽉 차 있었고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병원 문 앞에도 엄마들이 아이를 안거나 업은 채로 진료 순서를 기다렸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구로구의 소아·청소년 전문 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 고..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한국은 '바깥의 적'과 싸워야 한다는 '오겜2'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5.01.10. 00:02 업데이트 2025.01.10. 06:12 며칠 전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개봉했다. 오징어 게임은 ‘정보의 비대칭 게임’이다. 겉으로는 목숨 걸고 하는 잔인한 게임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게임 참가자와 게임 운영자 사이 권력의 비대칭 이야기다. 이 권력의 비대칭은 정보의 비대칭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시즌1에서 게임 참가자들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한다. 반대로 게임 운영자들은 모니터를 통해서 모든 것을 감시한다. 게임 참가자는 얼굴이 노출되지만, 게임 운영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다. 이런 정보의 차이는 권력의 차이를 만든다. 시즌2 속 많은 이야기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투표’다. 게임 참가자들은 이 잔인한 게임을 ..
[만물상] 여의도 女, 한남동 男 안용현 기자 입력 2025.01.09. 20:27 업데이트 2025.01.09. 23:02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하얀 헬멧을 쓴 2030 남성 30여 명이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한 조직이라는데 ‘백골단’ ‘반공청년단’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원래 백골단은 1980년대 하얀 헬멧을 쓰고 시위대를 진압하던 경찰 부대의 별명이다. 기성세대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은 ‘백골단’이라고 자칭했다. 지금 관저 앞에는 2030 남성이 적지 않게 보인다. 반면 12월 서울 여의도의 탄핵 찬성 집회에선 2030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BBC 코리아가 서울시 생활 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통계에서 20대 여성은 집회 참여자의 18.9%로 가장 많았다. 30대 여성도 10.8%였..
대기만 수개월, 수년째… '아이 돌보미' 하늘의 별따기 집으로 영유아 돌보미 파견 표태준 기자 입력 2025.01.09. 00:54 업데이트 2025.01.09. 08:11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35)씨는 두 달 전 정부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7개월은 대기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와 걱정이 크다. 올해 초 육아휴직이 끝나 복직해야 하는데 어린이집 하원 시간대 세 살 아이를 맡아줄 이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김씨는 “7개월 뒤에도 확실히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고 하니 실제 이용이 가능한 건지 당황스럽다”고 했다. 아이 돌봄 서비스는 맞벌이 부모 등을 대신해 만 12세 이하 영유아를 돌봐줄 ‘아이 돌보미’를 집으로 파견해주는 여성가족부 사업이다. 이용 요금(시간당 1만2180원)은 부모 소득에 따라 15~90%까지 정부가 지원한다. 그런데 수요는 많고 ..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괴로울 때면 '전쟁과 평화'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5.01.08. 23:58 어린 시절의 내게는 소설에 나오는 그럴듯한 말을 따라 하는 버릇이 있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기라도 한 듯 등장인물이 하는 말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으로부터 잘 지내느냐고 묻기도 어려운 시절이라는 말을 듣고 하마터면 열 살 때 버릇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열 살이 아니고, 부끄러울 짓은 하지 않는다. 내가 따라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요? 이렇게 정신적으로 괴로운 때에…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금 같은 세상에 평온할 수 있을까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말이다. 나는 괴로울 때마다 이 책을 편다. 나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로부터 참을 수 없는 슬픔..
[만물상] 그린란드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1.08. 20:46 업데이트 2025.01.08. 23:56 북극해에 있는 그린란드는 남한 면적의 21배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216만여㎢)’이다. 이곳 서북쪽엔 이누이트 원주민들이 “비두픽(Pituffik)”이라 부르는 평원이 있었다. ‘개를 묶어놓는 장소’란 뜻의 사냥터였다. 1951년 여름, 미군이 연중 9개월은 얼어붙어 있는 이곳에 공군기지를 짓는 극비 작전을 시작했다. 작전명은 ‘블루 제이’. 노퍽, 볼티모어, 뉴욕 등에서 30만t의 자재와 인력을 실은 수송선 수십 척이 출항했다. 1만여 명이 하루 12시간, 주 7일을 일해 60여 일 만에 활주로와 기지 대부분을 완공했다. ▶미국이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부터다. 그러..
[단독]"1차 감자탕, 2차 햄버거. 식고문 같았다"... '종근당 하이파이브' 피해자 인터뷰 조백건 기자 입력 2025.01.08. 10:20 업데이트 2025.01.08. 14:22 최근 제약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종근당 하이파이브 사건’은 종근당의 고위 간부인 A이사가 술자리에서 영업부 신입 직원의 뺨을 때린 뒤, 이를 손뼉을 부딪히는 하이파이브였다고 해명한 사건을 말한다. 2023년 5월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최근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늦게 소식을 접한 MZ 직원들이 “제약업계의 후진적 조직 문화의 대표 사례”라며 이 사건을 ‘종근당 하이파이브 사건’으로 명명해 소셜미디어 등으로 외부에 알렸다. A이사는 여전히 뺨 때린 사실을 부인하며 “손뼉을 부딪히는 정도는 있었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종근당은 밝혔다. A이사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등으로 2023년 11월 감봉 3개월 징계..
[5분 명상] 새해엔 연필 깎고 쓰며 새 삶을 써 내려가 봐요 성소은 '반려명상' 저자 입력 2025.01.08. 00:30 새해를 축하합니다. 새집, 새 신발, 새 옷…. 새 것은 다 설렘이지요. 하물며 새해라뇨. 대가 없이 받은 ‘새해’라는 큰 선물을 두 손으로 받잡습니다. 2025년은 어떤 말들로 채워지고, 어떤 몸짓이 그려질지 상상해 봅니다. 새 삶을 써 내려갈 연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여러 필기도구 중 유난히 연필에 마음이 간 건 아마도 어릴 적 새 학기마다 연필을 깎던 때부터인 듯합니다. 심을 감싸고 있는 나뭇결을 참빗으로 머리 빗듯이 한 올 한 올 쓸어내리고 곱게 다듬는 과정이 참 좋았더랬지요. 이제 저에게 연필 깎기는 차분하게 마음을 벼리는 일상 속 명상 도구가 되었습니다. 저절로 오롯해지는 까만 심은 연필 깎기 명상이 낳은 기분 좋은 “아하!”입니다..
'남편 니코틴 살인사건' 30대 여성, 대법원서 무죄 확정 수원=김수언 기자 입력 2025.01.07. 11:04 업데이트 2025.01.07. 11:16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이 섞인 미숫가루 등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30대 여성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대법원서 무죄가 확정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파기환송심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남편이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 사건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5월 26일 오전 7시쯤 출근 전인 남편에게 미숫가루와 꿀, 우유를 섞..
[김진영의 자작나무 숲] 베네치아의 겨울빛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5.01.07. 00:16 업데이트 2025.01.07. 00:57 타이프라이터·보드카·영어 시집 한 권 넣고 떠난 소련 망명 시인 겨울이면 베네치아 머물며 성탄절마다 물과 시간이 그린 무늬 주제로 詩 "시간을 이겨낸 아름다움이 있다"… 혹독한 시절일수록 서정시를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독일 시인 브레히트(Brecht)는 파시즘이 난무하던 자신의 시대를 그렇게 명명했다.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그래서 ‘산뜻한 돛단배’니 ‘처녀의 젖가슴’이니 ‘꽃피는 사과나무’니 대신 ‘구부러진 나무’와 ‘찢어진 어망’과 ‘허리 굽은 40대 아낙네’에 대해 쓴다고 했다. 모든 시대가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만물상] 美 남부연합 깃발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1.06. 20:44 업데이트 2025.01.07. 00:11 미국 버지니아주(州)에서 앨라배마주까지 5주 1071km를 관통하는 주간(州間) 고속도로 85호선(I-85)은 미 동남부의 혈맥이다. 2022년 10월, 이 도로의 중간쯤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에 가로 15m, 세로 9m의 대형 깃발이 세워졌다. 붉은색 바탕 위에 파란 십자가가 X자 모양으로 그려져 있고, 그 속에 13개의 하얀 별이 있는 ‘남부연합기(Confederate Flag)’였다. 노예제 폐지에 반대하며 1861년 미 연방을 이탈했던 남부 주들이 남북전쟁 때 사용한 깃발인데, ‘남부연합군 참전용사의 후손들’이란 단체의 지부에서 이를 사유지에 게양한 것이다. ▶남북전쟁은 1865년 링컨 대통령이 ..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중도·젊은 층 지지 없이 대선 승리는 없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5.01.03. 00:02 국민의힘이 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됐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정당은 비상이 일상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야당이었지만 리더십은 굳건했다. 이회창·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력한 힘의 원천이었다. 그때는 보수가 주류였고 상수였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보수 동맹’이 만들어진 이래 2017년까지 한국 정치 지형은 ‘민주자유당 대 反민주자유당’ ,‘한나라당 대 反한나라당’ , ‘새누리당 대 反새누리당’으로 보수 우위 시대였다. 보수는 단독 집권이 가능했지만 민주당은 ‘DJP연합’(1997년 대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2002년 대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2012년 대선)가 불가피했다. 박근..
[만물상] "대박 나세요"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5.01.02. 21:29 업데이트 2025.01.03. 13:51 신년 덕담으로 “복 받으세요” “건강하세요”만큼 “대박 나세요”가 많이 들린다. ‘대박’ 신년 덕담이 등장한 것은 2002년부터다. 2001년 연말, 낯설지만 강렬한 광고가 TV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눈 내리는 마을을 배경으로 산타클로스 복장의 여배우가 연신 “부~자 되세요”를 외치는 신용카드 광고였다. 사람의 원초적 욕망을 꿰뚫는 광고 문구가 대유행하면서, 신년 덕담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뛰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졌다. 주요 투자 자산 중 최고 수익률은 비트코인(136%)이 차지했다. 2023년(154%)에 이어 2년 연속 대박을 터트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