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기자
입력 2025.04.28. 20:16 업데이트 2025.04.28. 23:06
27일 조선일보와 서울시 주최로 열린 ‘서울하프마라톤’의 참가자 71%가 2030세대로 집계됐다. 2023년엔 2030세대 비율이 59%였는데 2년 새 급증했다. 요즘 젊은 세대가 달리기를 ‘가심비’ 취미로 삼으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줄인 신조어다.
▶코로나 팬데믹 때 20~30대 골프 입문자가 확 늘었다. 골프장이 호황을 누렸다. 골린이(골프+어린이)라는 유행어까지 생겼다. 골프는 돈도, 시간도 많이 든다. 하지만 해외여행도 못 가고, 실내 운동 시설도 문 닫은 상황에서 푸른 잔디 위에 골프복을 멋지게 차려입고 샷을 날리는 장면을 SNS에 올리는 건 젊은 층 사이에서 비용 대비 만족도가 썩 높은 ‘가심비 소비’로 여겨졌다. 코로나가 끝나자 젊은 골프 인구가 급감했다. 해외여행도 갈 수 있게 되니 비싸고 어려운 골프의 가심비가 뚝 떨어진 것이다. 대신 비용 적게 드는 달리기, 등산 등으로 눈 돌리는 젊은이가 많아졌다. 단체로 달리는 ‘러닝 크루’, 혼자 뛰는 ‘혼뛰족’ 등 달리기 문화가 확산됐다.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불황기에 두드러지는 소비 행태다. 쓸 돈이 부족하니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찾게 된다. 주머니 가벼운 젊은 세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가성비, 가심비를 따지며 나름의 합리적 소비를 한다. 올리브영, 다이소 등은 젊은 층 가성비 경쟁력으로 급성장한 기업들이다.
▶젊은 층은 ‘나심비’에도 지갑을 연다. 소비의 판단 기준이 가격도, 성능도 아닌 ‘나의 심리적 만족도’인 경우다. 고생 겪은 부모 세대가 보기엔 한 푼이라도 아끼고 저금해서 집 사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자식 세대가 점심 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부자도 아니면서 최고급 음식점에 가는 것도 그렇다. 편의점 도시락 먹고 사는 청년들이 강아지, 고양이 돌봄엔 아낌없이 지출한다. 자기 소득으로는 불가능한 집, 결혼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좇아 ‘스몰 럭셔리’(일상 속 작은 사치)에 지갑을 열면서 심리적 위안을 얻는 ‘나심비’ 소비자들이다.
▶예전 같으면 특정 연령대나 성별에 따라 전형적인 소비 패턴이 나타나는데 지금은 개인 취향이 중시되면서 소비 행태도 예측이 힘들게 됐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팀은 이를 ‘옴니보어(Omnivore·잡식성 동물)’ 소비 트렌드라고 표현했다. 이 복잡다단한 소비자를 파악하려고 기업들도 점점 더 머리 굴리고 바삐 움직여야 하는 시대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4/28/POF3VFINKBFQ5K2YNM6PDYPZCE/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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