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1885) 썸네일형 리스트형 [김진영의 자작나무 숲] 푸시킨은 왜 러시아 통합의 상징이 됐나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5.06.16. 23:55 서울 시내 한복판에 ‘푸시킨 플라자’가 있다. 그곳에 ‘푸시킨 동상’이 있다. 2013년 푸틴 대통령 방한 때 세운 동상이다. 크지 않은 입상 하단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하는 시가 새겨졌다. 당시만 해도 젊고 경쾌하던 푸틴이 한·러 양국의 문화적, 인도적 상호 교류를 기원하며 헌화했다. 푸시킨 동상을 세우고, 푸시킨 이름을 붙이고, 푸시킨 메달을 수여하고, 푸시킨 시를 인용하는 일이 러시아에서는 흔한 공공 행사다. 시대와 체제를 막론하고 푸시킨이라는 이름은 러시아의 국가 정체성과 통치 이념을 대변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기능해 왔다. 19세기 후반의 보수·진보 지식인부터 레닌, 스탈린, 푸틴, 그리고 일반.. [만물상] 스토킹의 정신세계 최원규 논설위원 입력 2025.06.16. 20:31 업데이트 2025.06.16. 23:04 3년 전 자신이 스토킹하던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은 1심 재판 중 반성문을 10여 차례 냈다. 피고인이 반성하면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다. 재판부는 심리 전문가를 불러 반성문에 진정성이 있는지 물었다. 전문가는 “그렇게 보기엔 무리”라고 했다. “전주환이 자기 감정엔 풍부히 반응하지만 타인의 입장이나 반응엔 공감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였다. 전주환에겐 결국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그가 실제로 반성했는지, 재범 가능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존 연구 결과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쪽이다. 2000년대 초반 독일 심리학자 이사벨 본드락이 스토커 100여 명을 면.. [서초동 25시]수사팀 100~200명씩... 특검 '덩치' 감당할 사무실 없나요? 이민준 기자 입력 2025.06.16. 01:17 업데이트 2025.06.16. 11:05 내란·김건희·해병 3대 특검 준비 착수 100~200명 수사팀 감당할 수 있는 사무실 찾기 어려워 군·경찰 수사하는 내란 특검은 보안 유지 필요해 검찰청·경찰서 등 공공기관 고려 중 지난 12일 임명된 내란·김건희·해병대원 특별검사들이 사무실 마련을 시작으로 수사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각 특검팀의 규모가 100~200명 수준으로 대규모여서 사무실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첫 단추인 사무실 임차부터 전쟁”이라는 말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수사를 맡은 조은석 특검은 서울고검 청사와 경찰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등을 사무실로 고려..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75] 그러거나 말거나 문태준 시인 입력 2025.06.16. 00:16 그러거나 말거나 골목길 미용실에선 수다꽃이 피었습니다 커트가 어떻고 파마는 또 어떻고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끝나지 않습니다 어제는 모종비, 오늘은 가루비 미용실 앞 작은 텃밭엔 강냉이 새싹들이 이모들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 구경 한창입니다 -이달균(1957-) 동네 사람들의 단골집 미용실에선 손님 여럿이 모여서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다. 조금은 쓸데없는 말이 들어 있고, 또 조금은 쓸데없이 말수가 많지만 그 얘기가 꿀처럼 달기만 하다. 이런저런 얘기가 끝없고, 그 얘기 소리는 한데로 문 열고 나오듯 바깥으로도 들려온다. 바깥에는 비 자분자분 내리는데, 어제는 모종하기에 딱 좋은 비가 오고, 오늘은 가루처럼 잘게 부스러지듯이 비가 오고, 바깥으로도 들려오는 얘.. [만물상] KF-16 배성규 기자 입력 2025.06.13. 20:36 업데이트 2025.06.14. 00:00 F-16은 1970년대 말 미국에서 개발됐다. 당초엔 F-15 전폭기의 보조 전투기였다. 하지만 가볍고 민첩해 공중전에 능하고 지상 폭격까지 하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1980년대 중동 분쟁 때 러시아의 미그-21과 수호이-22 등을 44대 격추했다. 반면 공중전에선 한 번도 격추된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게임 체인저로 투입될 정도로 롱런하고 있다. ▶F-16은 1980년대 한국형 전투기 사업 때 F-18과 경쟁했다. 처음엔 밀렸지만 가성비(대당 264억원)로 뒤집었다. 한동안 ‘방산 비리’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미국 직수입(40대)과 국내 면허 생산(140대)을 합쳐 총 180대였다. 한국은 세계에서 .. [박은식의 보수주의자의 Rock] 마침내 '벽'을 부순 핑크 플로이드처럼 박은식 내과 전문의 입력 2025.06.12. 23:55 업데이트 2025.06.12. 23:56 5·18 민주화 운동의 중심지였던 광주광역시 충장로에는 30년 가까이 호남 음악 애호가들의 성지로 건재한 ‘25시음악사’라는 음반 매장이 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충장로의 가장 중심 골목에서 2개 층을 통째로 임대했을 정도로 호남 최대 음반 매장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록에 입문한 나에게도 그 공간은 특별했다. 두 층을 가득 채운 뮤지션들의 다채로운 CD를 고르는 일은 큰 행복이었다. 사고 싶은 음반은 많았지만 돈이 부족해 고민이었다. 그럴 때면 사장님께서 음반을 추천해 주셨다. 어느 날 사장님은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을 추천하며, 프로그레시브 록의 정수이자 사람과 사람 사이 벽을 허무는.. [만물상] 히스패닉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6.12. 20:28 업데이트 2025.06.12. 23:03 2007년 10월 워싱턴포스트가 한인과 히스패닉 사이에 ‘예상치 못한 경제 동맹’이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한인 소상공인들은 수퍼마켓, 식당처럼 노동력은 많이 필요하지만 이익이 작은 사업을 많이 한다. 이 한인들이 급증하는 히스패닉 노동력에 의존하며 일자리를 통해 서로 섞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 식료품점 사장이 “그라시아스(고맙다)” 같은 스페인어를 배우고, 히스패닉 직원은 “배추” “만두” 같은 한국어를 익히며 몇 년째 함께 일하는 사례 등이 소개됐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이 동맹은 진행 중이다. 한인 식당 주방, 한인 마트 계산대에는 히스패닉 직원이 흔히 있다. 한인 미용실에 가도 히스패닉.. "황혼기에 의료 서비스·건보 이용하자" 돌아오는 老年의 재외동포 박강현 기자 입력 2025.06.12. 16:01 업데이트 2025.06.12. 22:23 복수 국적제 활용 위한 국적 상실 신고 늘어나 전문가들 "우리나라 위상 올라간 덕분" 올해 졸수(卒壽·90세)인 A씨는 1970년대에 미국인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결혼 이민’을 가 시민권을 취득했다. 얼마 전 남편이 별세하자 A씨는 한국행을 고민했고, 가족들의 오랜 설득 끝에 최근 귀국했다. 이후 A씨는 법무부의 ‘65세 이상 복수 국적제’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달 국적 상실 절차를 시작했다. 복수 국적제의 전제가 되는 한국 국적 회복을 위해선 국적 상실 신고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미국 시민권을 딸 당시에 하지 않아 뒤늦게 한 것이다. 외국에서 오랜 기간 시민권자로 살아오다, 노년기에 귀국한 뒤 국적.. 영화관서 폰 보고 떡볶이 먹고… 비매너 관객 '관크' 늘어난 까닭은 백수진 기자 입력 2025.06.12. 01:33 업데이트 2025.06.12. 10:35 상영 중 떠들고 통화까지… OTT 시청에 익숙해진 까닭에 비매너 관객인 '관크' 늘었다 분석 ‘택시 드라이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 많은 명작을 남긴 영화계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더 이상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이다. 스코세이지는 최근 원로 영화 평론가 피터 트래버스와 인터뷰하며 “영화를 보는 중에도 휴대전화로 통화하거나, 간식을 사러 나가고, 대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시끄럽게 떠드는 관객 때문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요즘 극장 매너는 최악이다” “5분에 한 번씩 휴대전화 불빛이 보인다”며 스코세이지의 불만에 공감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자택에 전.. 서초동 법원판 '골 때리는 그녀들'...풋살팀 이름은? 김나영 기자 입력 2025.06.12. 01:15 업데이트 2025.06.12. 10:58 女판사 등 30명 풋살팀 창설 팀명은 'FC 정의구현' 유력 "함께 뛰며 유대감 쌓고 싶어" “풋살팀 회원을 모집합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최근 풋살팀이 창설됐다. 같은 담 아래 모여 있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 서울회생법원 구성원들이 두루 참여했다. 판사에서부터 재판연구원, 법원 사무직원, 법원 보안관리직원 등 직종 불문이다. 현재까지 모집한 인원은 30여 명. 이들의 공통점은 일부 간부를 제외하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성 풋살 예능 프로그램 콘셉트처럼 법원판 ‘골 때리는 그녀들’이 탄생한 것이다. 풋살팀은 회칙 제정, 코치진과 임원진 구성 등을 마친 단계로, 이달 중순 첫 연습에 돌입한다...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어쩌면 해피엔딩'을 보며 흘렸던 8년 전 눈물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5.06.12. 00:11 업데이트 2025.06.12. 10:21 연극 보며 울던 내게 건네준 티슈 한 장… 잊지 못할 체온 느껴 말없이 곁에 있지만, 돌봐주지 않으면 금방 시드는 화분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한 모금의 따뜻함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기를 2017년 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보면서 나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인간에게 여러 이유로 잊히고 버림받은 채 살아가는 로봇들이 작은 화분을 소중히 돌보는 장면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화분은 늘 로봇들의 곁에 있는 유일한 생명이다. 하지만 화분은 말이 없다. 화분은 움직일 수 없다. 화분은 스스로 빛을 쬐거나 물을 마실 수 없다. 그런 화분에게 말을 걸어주고, 함께 여행을 떠나고, 빛과 물을 챙겨주는 올리.. [만물상] 사라져가는 여고 김민철 기자 입력 2025.06.11. 20:50 서울 강남의 한 남녀공학 고교는 몇 년 전 2학년에 올라가면서 60명에게 독서실 자리 이용권을 주었다. 1학년 내신 성적순으로 했는데 60명 중 남학생은 6명밖에 없었다. 남녀공학 고교에서 남학생이 내신 성적 바닥을 깔아준다는 말이 현실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학교 성적 등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밀릴 것이란 우려 때문에 남학생 학부모들이 남녀공학 고교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 강남의 D초등학교는 남자 고교가 가까이 있다. 이 학교 남학생은 인근 중학교에 이어 이 남고로 진학할 가능성이 높다. 이 초등학교 1학년 남녀 비율은 같은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남학생이 많아져 6학년 비율은 남자가 2배 이상 많다. 남자 고교에 배정.. 현역 입대 의대생 4월에만 647명..."역대 최대치" 조백건 기자 입력 2025.06.10. 20:29 업데이트 2025.06.10. 21:16 올해 4월 한 달간 현역병 및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한 의대생이 64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공보의협)는 10일 병무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공보의협에 따르면 4월에 입대한 의대생 647명 중 현역은 589명, 사회복무요원은 58명이다. 지난 3월 현역병으로 입대한 의대생 412명 대비 57% 증가했다. 그간 공보의협은 의대생들이 37개월 복무해야 하는 공보의 대신 18개월 현역병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공보의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단축해야 한다고 해왔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 [만물상] '외로움' 담당 차관 김민철 기자 입력 2025.06.05. 20:52 업데이트 2025.06.06. 00:03 서울시는 지난해 ‘외로움 없는 서울’이라는 정책을 발표하고 이 업무를 전담할 돌봄고독정책관 직을 만들었다. 그 사업의 하나로 지난 4월부터 외로움·고립감을 느끼는 시민에게 24시간 전화 상담을 제공하는 ‘외로움안녕 120’ 운영을 시작했다. 올 연말까지 3000건이 목표였는데 두 달 만에 5000건이 넘는 상담이 밀려들었다. 절반 이상이 외롭다며 그냥 대화를 나누기를 원했다. 전화를 건 절반 이상(59%)이 중장년층이었다. ▶정호승 시인은 시 ‘수선화에게’에서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고 했다. 외로움은 희로애락과 함께 사람의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다. 통계청 202.. 창·낫에 화염방사기까지… 강력 범죄 저지르는 '앵그리 노인' 갈수록 잔인해지는 노인 범죄 고유찬 기자 구동완 기자 이민경 기자 안태민 기자 입력 2025.06.05. 01:48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던 80대 노인이 작년 1월 구속됐다. 다른 주민들이 “경로당 실내에서 시도 때도 없이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많이 마셔 견딜 수 없다”고 해 쫓겨났다. 불만을 품은 그는 이웃 노인의 눈에 살충제 스프레이를 뿌리고, 스프레이통으로 폭행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노인은 다른 피해자 2명의 집에 찾아가서 망치를 휘두르기도 했다. 같은 해 3월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70대 노인은 50대 지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늙은 놈’이라며 무시하는 말을 듣자 화가 나 다투다가 살인 사건으로 번졌다. 지난 1월 2심 재판부는 이 노인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필사적인 필사… "나를 바꾸고 싶다"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5.06.05. 00:01 업데이트 2025.06.05. 09:37 '천만 석의 곡식이 서책에 있다'는 시대는 한참 지났지만 성경, 불경, 논어 심지어 라틴어를 지금도 조용히 베껴 쓴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믿음… "열망한다면 이루어지리라" ‘집안을 부유하게 하려면 기름진 토지를 사지 말라’는 말을 책에서 보고 웃음이 터졌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요지에 부동산을 사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시대를 살기 때문이다. 빚을 내는 것도 능력이며, 배포도 갖춰야 하고, 흐름도 타야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책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집안을 부유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다음 문장은 이렇다. ‘곡식 천만 석이 서책 속에 있다.’ ‘황금’과 ‘미인’ 모두.. 증오의 언어에 지친 국민들… 화해의 등불 밝히고 '최초의 악수' 나누자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5.06.04. 23:56 업데이트 2025.06.05. 00:16 [윤동주 80주기 '어둠 넘어 별을 노래하다'] [6] 쉽게 씌어진 시 쉽게 씌어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 [만물상] 청와대 컴백 '보안 전쟁' 배성규 기자 입력 2025.06.04. 22:57 업데이트 2025.06.04. 23:45 1980년대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 건물에서 도청 장치가 3000여 개 발견됐다. 러시아가 벽·바닥 등에 몰래 심어놓은 것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미 정부는 아예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었다. 건축 장비·자재·설비·컴퓨터·가구에 콘크리트까지 미국에서 가져와 미 해병대가 시공했다. ‘보안 건축’ 원칙은 전 세계 미 대사관에 적용됐다. 30cm 삼중 방탄유리와 도청·전자파 방지 장치로 둘러싸인 런던의 미 대사관은 ‘10억달러 요새’로 불린다. 러시아도 미 FBI의 도청을 피하기 위해 자국 기술자와 자재로 워싱턴에 ‘방첩 대사관’을 지었다. ▶2012년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도청·녹음 장치가 다수 발견됐다. 이듬해 독일.. 정희원 내과 의사, 유튜브 '정희원의 저속노화' 운영자 입력 2025.06.04. 03:00 업데이트 2025.06.04. 10:52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 유튜브·SNS의 자극적인 정보 맹신하며 조언 거부하는 환자들 육식 다이어트·단식 요법… 문해력 없으면 거짓 건강법에 속아 유행 따르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는 습관' 있어야 건강 지킨다 최근 들어 만성 질환이 있는 중·장년층을 진료하는 일이 매우 힘들어졌다. “유튜브 보면 고지혈약을 먹으면 뇌가 녹고 몸이 망가진다고 합니다. 고지혈약엔 XX 영양제가 좋다던데요. 허리가 아픈데 XX 좋은가요? 현미나 콩에는 독소가 있다는데 먹으면 죽지 않나요?” 매일 수십 번 듣는 이야기다. 약은 불신하면서 영양제에는 혹한다. 바쁜 진료 시간 중 이런 논의로 진료실이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반나절 진료하면 ‘.. [만물상] '저궤도' 경제 곽수근 기자 입력 2025.06.04. 00:51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마루보 부족이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250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기자가 이 부족과 며칠간 함께 지내며 격오지 마을에 들어온 인터넷이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기사를 썼는데, 청년들이 스마트폰에 빠지고 미성년자는 음란물을 시청한다는 기사 내용이 문제가 됐다. 아마존 부족은 “우리를 포르노에 중독된 것처럼 낙인찍었다”며 발끈했지만 기사의 진짜 주제는 저궤도 혁명에 관한 것이었다.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인터넷이 고립된 부족을 외부 세계와 연결시켰다는 것이었다. ▶지구 상공 100㎞가 ‘카르만 라인’으로 불리는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이다. 우주 공간 초입에 위치한 저궤도는 160~2000㎞ 상공을 뜻한다. 고도가 160㎞보다.. [신문은 선생님] [뉴스 고사성어] 사치 부리고 폭정 휘두른 주나라 유왕… 백성들은 늘 마음 졸이며 지켜봤어요 채미현 박사·연세대 중국연구원 입력 2025.06.03. 00:50 전전긍긍(戰戰兢兢) 싸울 전 (戰), 떨릴 긍 (兢)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한다는 뜻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을 끊고, 외국 유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밝혔어요. 하버드대가 반(反)유대주의를 방조하고 있다는 이유로 압박을 넣은 것이었죠. 정부 조치는 연방 법원의 시행 금지 명령으로 잠시 제동이 걸렸지만, 여전히 유학생들은 초조하게 마음을 졸이고 있을 겁니다. 학생들의 이런 심정을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는 고사성어로 표현할 수 있어요. ‘싸울 전(戰)’과 ‘떨릴 긍(兢)‘ 자를 쓰지요. ’싸울 전(戰)’ 자엔 ‘두려워서 떨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전전긍긍은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조심한다는 말.. [만물상] 방화범의 심리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6.02. 20:17 업데이트 2025.06.02. 23:56 필자 동네 백화점엔 손님을 위한 불멍 화로가 있다. 진짜 불이 아니라 화로에 장작이 타는 동영상인데도 소파 앞에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게 된다. 불의 색깔과 타오르는 모양이 일종의 무아지경인 트랜스(trance)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 불은 반대로 근육과 신경을 긴장시키거나 감정이 들떠 흥분하게도 한다. ▶그런데 이런 흥분 감정으로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리학에서 ‘병적(病的) 방화’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들은 불을 내기 전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을 즐기고 방화 후 강렬한 쾌감과 함께 긴장이 해소되는 경험을 한다. 한 번 경험하면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불.. 재산 받고 돌변하는 자식들... 이런 불효 막는 '계약서' 제대로 쓰는 법 [머니채널 핫 클릭] 자식들 마음 돌변 막기 위한 방법은? 김은정 기자 입력 2025.06.02. 01:36 업데이트 2025.06.02. 11:31 재산만 증여받고 ‘먹튀’하는 불효 자식을 방지하기 위한 ‘효도 계약서’ 작성이 유행한 적이 있다. 생전에 재산을 자식에게 주면서, 이런저런 효도를 하지 않으면 준 것을 무효로 하겠다고 하는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사전 증여로 상속보다 세금은 줄이고, 자식들 생활도 도와주면서, 자식이 재산만 받고 돌변할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같지만,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대법원 판례상 잘못된 효도 계약서로는 자식이 효도하지 않아도 부모가 다시 재산을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의 .. [리빙포인트] 바나나 오래 두고 먹으려면 조선일보 입력 2025.06.02. 00:30 업데이트 2025.06.02. 10:33 바나나를 물에 씻은 뒤 한 송이씩 떼어내자. 양쪽 꼭지 부분을 잘라내고 랩으로 싼 다음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실에 보관하면 된다. 원글: https://www.chosun.com/culture-life/living/2025/06/02/TI6QMCTMFBBTXCYURYT2LLGK3Q/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게으른 독일인'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5.06.01. 20:42 업데이트 2025.06.01. 23:56 10여 년 전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 위기를 겪을 때, 독일 언론들은 모욕적 보도를 많이 했다. 시사 잡지 슈피겔은 춤추며 노는 그리스인 삽화를 표지에 싣고 ‘게으른 그리스인’이란 제목을 달았다. 포쿠스지(誌)는 그리스 문화의 상징인 밀로의 비너스상이 가운뎃손가락을 올리는 조롱 사진과 함께 ‘유로화 가족 중 사기꾼’이라고 쏘아 붙였다. 당시 독일인 사이에선 “그리스인, 이탈리아인, 포르투갈인이 술집에 들어가 술을 시킨다. 계산은 누가 할까? 독일인이 한다”는 농담이 유행했다. ▶유럽에서 독일인은 근면·성실 그 자체란 평판을 누려왔다. 그 배경엔 역사적·철학적 뿌리가 있다. 500년 전.. [만물상] 중·일 성공한 mRNA 백신, 우린 무소식 김민철 기자 입력 2025.05.30. 20:42 업데이트 2025.05.31. 01:04 정부가 65세 이상에 대해 코로나 백신 접종을 당부하고 있다. 최근 중국·홍콩·태국 등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작년 여름철에도 환자 수가 증가했으니 미리 백신을 맞아 달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 예방 백신의 96%는 화이자·모더나의 mRNA 백신이 차지하고 있다. ▶이 와중에 트럼프 정부가 모더나와 맺었던 조류인플루엔자 백신 개발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과학자들은 조류인플루엔자 변이 가능성을 주목하며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는 1억7500만달러를 모더나에 투자하면서 이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mRNA 기반 백신을 불신해 온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천현우의 세상 땜질] 18전 19기 끝에 깨달았다… 재능보다 중요한 것 천현우 용접공·작가 입력 2025.05.28. 23:51 공모전 탈락 거듭하던 내가 지금은 작가 되어 글로 먹고산다 재능의 양면… 상상력·감수성은 창작엔 득, 일상엔 독이었다 짧고 쉽게 쓰고 마감 엄수… 아마 지금도 청탁받는 비결인 듯 17전 17패, 처참한 내 공모전 성적이다. 오랫동안 소설가를 꿈꿨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 백일장이며 신춘문예, 문학상, 장르 소설 출판사 문까지 편식 않고 골고루 두들겼다. 근데 열어주는 곳이 없더라. 책으로 묶으면 다섯 권쯤 나올 문자 더미를 송고하는 동안 장려상 한 번 못 타봤다. 문학을 하기엔 문장이 거칠었고 오락 글을 쓰기엔 상상력이 빈곤했다. 실패 경험이 쌓일수록 도전 의지가 점차 꺾여갔다. 2020년 마지막 공모전에 도전했고 또 떨어지며 타인과 글로 경쟁하기.. ♥[만물상] 세계인의 다리, 잠수교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5.28. 20:52 업데이트 2025.05.28. 23:46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과 서초구 반포동을 잇는 길이 795m 잠수교는 1976년 지어질 때 군사용 목적도 있었다. 교각 위에 상판을 얹은 극도로 단순한 구조였고 난간조차 없었다.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교각도 낮게 설계해 홍수가 나면 물에 잠겼다. 잠수교는 그런 의미에서 개발도상국 한국의 처지를 보여주는 다리이기도 했다. ▶잠수교가 군사용 이미지를 벗어난 것은 1984년 박영민이 대중가요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를 발표하고 같은 이름의 영화가 만들어지면서부터였다. 혜은이의 ‘제3한강교’는 1979년,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는 1985년에 발표됐다. 2008년 왕복 4차로를 2개 차로로 줄이고, 대신 보행로.. [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조선시대 때도 조기교육 열풍… '족집게 강사' 있는 서당으로 몰렸죠 사교육 이한 작가·'한잔 술에 담긴 조선’ 저자 입력 2025.05.27. 00:50 영유아 사교육 문제로 연일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영어 유치원과 ‘초등 의대반’에 학생이 몰린다더니, 이제 ‘4세 고시’도 생겨났습니다.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오래됐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요즘 못지않은 조기 사교육 열풍이 있었습니다. 양반 남성으로 태어나면 대체로 열 살 때부터 한학(漢學)을 공부하게 되는데, 교육의 목표는 당연히 과거에 급제해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이었지요. 과거는 20~30년 동안 시험 준비에 매달려야 겨우 급제할까 말까 했어요. 그래서 조급한 부모들은 자식을 남들보다 더 빨리 가르치려고 안달했습니다. 겨우 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치는 상황이 왕.. [윤명숙의 시니어하우스 일기] [2] 너나없이 주름투성이 알몸들… 마음이 편해졌다 윤명숙 작가·화가 입력 2025.05.26. 23:55 2023년 마지막 날, 나는 시니어 하우스로 이사를 했다. 85세 이상은 입주 불가라는 연령 제한 때문에 몇 달만 늦었어도 못 들어갈 뻔했다는 이야기는 지난번에 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가 되고 보니 그동안 알뜰살뜰해오던 살림살이가 별안간 정나미가 떨어졌다. 나 혼자 밥 먹자고 쌀을 씻고 싶겠나? 하루 세 끼 식사를 해결해 준다는 달콤한 옵션에 나는 두말 않고 계약했다. 그러고 나니 주방에서 쓰던 그릇이며 냄비가 필요 없게 됐다. 외출할 일도 드물어지니 몇 십 년 동안 장롱 속에 걸려있던 정장들도 천덕꾸러기가 됐다. 그런데도 화구는 굳이 끌고 왔다. 마지막으로 사용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남아도는 시간만이 문제가 될 새 공간에서 할.. 이전 1 2 3 4 ··· 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