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1701) 썸네일형 리스트형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장수 기업 독보적 세계 1위 일본… 하지만 왜 국가경쟁력은 추락하나 민태기 에스앤에이치연구소장·공학박사 입력 2025.01.12. 23:58 핵심은 '연명'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 佛 생고뱅의 역사를 보라 베르사유궁 '거울의 방'이 기원, 360년간 연매출 72조로 성장 제품 25%는 최근 5년 이내 개발… 생존전략의 핵심은 늘 '변화'다 1919년 1월 18일 제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 짓는 파리강화회의가 시작되었다. 1월 18일은 프랑스에는 치욕의 날이었다. 1871년 보불 전쟁에서 승리한 독일이 프랑스의 자존심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Galerie des Glaces)에서 독일 제국을 선포한 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차 대전 승전국 프랑스가 굳이 이 날짜를 선택한 것은 의도적이었다. 파리강화회의의 결과 거울의 방에서 베르사유 조약이 체결되며 48년 전 이곳에서 ..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53] 겨울 강가에서 문태준 시인 입력 2025.01.12. 23:52 겨울 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안도현(1961-) 동백나무에, 꽃망울을 맺은 수선화에, 겨울 남새밭에 눈이 조금씩 흩뿌리는 것을 바라보다 문득 이 시가 떠올랐다. 설풍(雪風)이 부는 추운 한데에 섰을 때 이 시가 더 깊이 이해되었다. “어린 눈발”은 나어린 것만을 뜻하지는 않을 테다. 아직은.. [만물상] 천사 도시 덮친 악마 바람 김민철 기자 입력 2025.01.10. 20:20 업데이트 2025.01.11. 00:06 바람이 정상적으로 불지 않아도 큰 문제다. 작년 11월 유럽에서는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현상이 발생했다. 독일어로 ‘어둡고 고요한 상태’라는 말인데 바람도 불지 않고 햇빛도 거의 없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이 며칠 지속되면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급감했다. 그 여파로 신재생에너지에 의존도가 높은 독일 전기 도매 요금은 평소에 비해 20배 이상 폭등했다. ▶황사는 바람의 거대한 에너지를 실감하게 하는 현상이다. 중국과 몽골에서 발생한 황사는 수천km 날아와 한반도에만 한 번에 약 8만t의 흙먼지를 쏟아놓는다. 15t 덤프트럭 5000대 분량이다. 황사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만 긍정적 영향도 없지.. 독감 입원 한달새 10배... 4대 호흡기질환 설 연휴 최대 고비 조백건 기자 오유진 기자 정해민 기자 입력 2025.01.10. 00:55 업데이트 2025.01.10. 05:28 “빨리, 숨 쉬기 힘들어. 주사 좀.” 백발의 70대 할아버지가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병원으로 들어와 바로 진료실 문을 열고 의사에게 고함쳤다. 의사는 청진기를 환자 등과 가슴 등에 댄 뒤 “가래가 심하세요”라고 했다. 이 환자는 주사를 맞고 호흡기 치료를 받은 뒤 병상에 누워 안정을 취했다. 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소아과. 대기실의 좌석 17개는 남녀노소 환자들로 꽉 차 있었고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병원 문 앞에도 엄마들이 아이를 안거나 업은 채로 진료 순서를 기다렸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구로구의 소아·청소년 전문 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 고..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한국은 '바깥의 적'과 싸워야 한다는 '오겜2'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5.01.10. 00:02 업데이트 2025.01.10. 06:12 며칠 전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개봉했다. 오징어 게임은 ‘정보의 비대칭 게임’이다. 겉으로는 목숨 걸고 하는 잔인한 게임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게임 참가자와 게임 운영자 사이 권력의 비대칭 이야기다. 이 권력의 비대칭은 정보의 비대칭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시즌1에서 게임 참가자들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한다. 반대로 게임 운영자들은 모니터를 통해서 모든 것을 감시한다. 게임 참가자는 얼굴이 노출되지만, 게임 운영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다. 이런 정보의 차이는 권력의 차이를 만든다. 시즌2 속 많은 이야기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투표’다. 게임 참가자들은 이 잔인한 게임을 .. [만물상] 여의도 女, 한남동 男 안용현 기자 입력 2025.01.09. 20:27 업데이트 2025.01.09. 23:02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하얀 헬멧을 쓴 2030 남성 30여 명이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한 조직이라는데 ‘백골단’ ‘반공청년단’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원래 백골단은 1980년대 하얀 헬멧을 쓰고 시위대를 진압하던 경찰 부대의 별명이다. 기성세대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도 참가자들은 ‘백골단’이라고 자칭했다. 지금 관저 앞에는 2030 남성이 적지 않게 보인다. 반면 12월 서울 여의도의 탄핵 찬성 집회에선 2030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BBC 코리아가 서울시 생활 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통계에서 20대 여성은 집회 참여자의 18.9%로 가장 많았다. 30대 여성도 10.8%였.. 대기만 수개월, 수년째… '아이 돌보미' 하늘의 별따기 집으로 영유아 돌보미 파견 표태준 기자 입력 2025.01.09. 00:54 업데이트 2025.01.09. 08:11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35)씨는 두 달 전 정부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7개월은 대기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와 걱정이 크다. 올해 초 육아휴직이 끝나 복직해야 하는데 어린이집 하원 시간대 세 살 아이를 맡아줄 이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김씨는 “7개월 뒤에도 확실히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고 하니 실제 이용이 가능한 건지 당황스럽다”고 했다. 아이 돌봄 서비스는 맞벌이 부모 등을 대신해 만 12세 이하 영유아를 돌봐줄 ‘아이 돌보미’를 집으로 파견해주는 여성가족부 사업이다. 이용 요금(시간당 1만2180원)은 부모 소득에 따라 15~90%까지 정부가 지원한다. 그런데 수요는 많고 ..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괴로울 때면 '전쟁과 평화'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5.01.08. 23:58 어린 시절의 내게는 소설에 나오는 그럴듯한 말을 따라 하는 버릇이 있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기라도 한 듯 등장인물이 하는 말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으로부터 잘 지내느냐고 묻기도 어려운 시절이라는 말을 듣고 하마터면 열 살 때 버릇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열 살이 아니고, 부끄러울 짓은 하지 않는다. 내가 따라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요? 이렇게 정신적으로 괴로운 때에…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금 같은 세상에 평온할 수 있을까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말이다. 나는 괴로울 때마다 이 책을 편다. 나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로부터 참을 수 없는 슬픔.. [만물상] 그린란드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1.08. 20:46 업데이트 2025.01.08. 23:56 북극해에 있는 그린란드는 남한 면적의 21배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216만여㎢)’이다. 이곳 서북쪽엔 이누이트 원주민들이 “비두픽(Pituffik)”이라 부르는 평원이 있었다. ‘개를 묶어놓는 장소’란 뜻의 사냥터였다. 1951년 여름, 미군이 연중 9개월은 얼어붙어 있는 이곳에 공군기지를 짓는 극비 작전을 시작했다. 작전명은 ‘블루 제이’. 노퍽, 볼티모어, 뉴욕 등에서 30만t의 자재와 인력을 실은 수송선 수십 척이 출항했다. 1만여 명이 하루 12시간, 주 7일을 일해 60여 일 만에 활주로와 기지 대부분을 완공했다. ▶미국이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부터다. 그러.. [단독]"1차 감자탕, 2차 햄버거. 식고문 같았다"... '종근당 하이파이브' 피해자 인터뷰 조백건 기자 입력 2025.01.08. 10:20 업데이트 2025.01.08. 14:22 최근 제약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종근당 하이파이브 사건’은 종근당의 고위 간부인 A이사가 술자리에서 영업부 신입 직원의 뺨을 때린 뒤, 이를 손뼉을 부딪히는 하이파이브였다고 해명한 사건을 말한다. 2023년 5월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최근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늦게 소식을 접한 MZ 직원들이 “제약업계의 후진적 조직 문화의 대표 사례”라며 이 사건을 ‘종근당 하이파이브 사건’으로 명명해 소셜미디어 등으로 외부에 알렸다. A이사는 여전히 뺨 때린 사실을 부인하며 “손뼉을 부딪히는 정도는 있었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종근당은 밝혔다. A이사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 등으로 2023년 11월 감봉 3개월 징계.. [5분 명상] 새해엔 연필 깎고 쓰며 새 삶을 써 내려가 봐요 성소은 '반려명상' 저자 입력 2025.01.08. 00:30 새해를 축하합니다. 새집, 새 신발, 새 옷…. 새 것은 다 설렘이지요. 하물며 새해라뇨. 대가 없이 받은 ‘새해’라는 큰 선물을 두 손으로 받잡습니다. 2025년은 어떤 말들로 채워지고, 어떤 몸짓이 그려질지 상상해 봅니다. 새 삶을 써 내려갈 연필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여러 필기도구 중 유난히 연필에 마음이 간 건 아마도 어릴 적 새 학기마다 연필을 깎던 때부터인 듯합니다. 심을 감싸고 있는 나뭇결을 참빗으로 머리 빗듯이 한 올 한 올 쓸어내리고 곱게 다듬는 과정이 참 좋았더랬지요. 이제 저에게 연필 깎기는 차분하게 마음을 벼리는 일상 속 명상 도구가 되었습니다. 저절로 오롯해지는 까만 심은 연필 깎기 명상이 낳은 기분 좋은 “아하!”입니다.. '남편 니코틴 살인사건' 30대 여성, 대법원서 무죄 확정 수원=김수언 기자 입력 2025.01.07. 11:04 업데이트 2025.01.07. 11:16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이 섞인 미숫가루 등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30대 여성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대법원서 무죄가 확정됐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지난해 12월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파기환송심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남편이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 사건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5월 26일 오전 7시쯤 출근 전인 남편에게 미숫가루와 꿀, 우유를 섞.. [김진영의 자작나무 숲] 베네치아의 겨울빛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5.01.07. 00:16 업데이트 2025.01.07. 00:57 타이프라이터·보드카·영어 시집 한 권 넣고 떠난 소련 망명 시인 겨울이면 베네치아 머물며 성탄절마다 물과 시간이 그린 무늬 주제로 詩 "시간을 이겨낸 아름다움이 있다"… 혹독한 시절일수록 서정시를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독일 시인 브레히트(Brecht)는 파시즘이 난무하던 자신의 시대를 그렇게 명명했다.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그래서 ‘산뜻한 돛단배’니 ‘처녀의 젖가슴’이니 ‘꽃피는 사과나무’니 대신 ‘구부러진 나무’와 ‘찢어진 어망’과 ‘허리 굽은 40대 아낙네’에 대해 쓴다고 했다. 모든 시대가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만물상] 美 남부연합 깃발 김진명 기자 입력 2025.01.06. 20:44 업데이트 2025.01.07. 00:11 미국 버지니아주(州)에서 앨라배마주까지 5주 1071km를 관통하는 주간(州間) 고속도로 85호선(I-85)은 미 동남부의 혈맥이다. 2022년 10월, 이 도로의 중간쯤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에 가로 15m, 세로 9m의 대형 깃발이 세워졌다. 붉은색 바탕 위에 파란 십자가가 X자 모양으로 그려져 있고, 그 속에 13개의 하얀 별이 있는 ‘남부연합기(Confederate Flag)’였다. 노예제 폐지에 반대하며 1861년 미 연방을 이탈했던 남부 주들이 남북전쟁 때 사용한 깃발인데, ‘남부연합군 참전용사의 후손들’이란 단체의 지부에서 이를 사유지에 게양한 것이다. ▶남북전쟁은 1865년 링컨 대통령이 ..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중도·젊은 층 지지 없이 대선 승리는 없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5.01.03. 00:02 국민의힘이 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됐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정당은 비상이 일상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야당이었지만 리더십은 굳건했다. 이회창·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력한 힘의 원천이었다. 그때는 보수가 주류였고 상수였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보수 동맹’이 만들어진 이래 2017년까지 한국 정치 지형은 ‘민주자유당 대 反민주자유당’ ,‘한나라당 대 反한나라당’ , ‘새누리당 대 反새누리당’으로 보수 우위 시대였다. 보수는 단독 집권이 가능했지만 민주당은 ‘DJP연합’(1997년 대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2002년 대선), ‘문재인·안철수 단일화’(2012년 대선)가 불가피했다. 박근.. [만물상] "대박 나세요"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5.01.02. 21:29 업데이트 2025.01.03. 13:51 신년 덕담으로 “복 받으세요” “건강하세요”만큼 “대박 나세요”가 많이 들린다. ‘대박’ 신년 덕담이 등장한 것은 2002년부터다. 2001년 연말, 낯설지만 강렬한 광고가 TV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눈 내리는 마을을 배경으로 산타클로스 복장의 여배우가 연신 “부~자 되세요”를 외치는 신용카드 광고였다. 사람의 원초적 욕망을 꿰뚫는 광고 문구가 대유행하면서, 신년 덕담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뛰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졌다. 주요 투자 자산 중 최고 수익률은 비트코인(136%)이 차지했다. 2023년(154%)에 이어 2년 연속 대박을 터트렸.. [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시베리아 고기압 영향 가장 큰 1월 초… '대한'보다 '소한'이 추운 이유래요 소한과 대한 장동언 기상청장 입력 2025.01.02. 00:30 업데이트 2025.01.02. 10:33 새해가 되면서 겨울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1년 중 가장 추운 날은 언제일까요? 옛사람들은 오랜 경험과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계절의 변화를 24개의 절기(節氣)로 나눴어요. 이 중 강추위를 상징하는 특별한 절기가 바로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입니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작은 추위’와 ‘큰 추위’라는 뜻이에요. 글자만 봐서는 대한이 더 추워 보이지만, 실제론 소한이 더 추운 경우가 많답니다. 소한과 대한은 23번째와 24번째 절기로, 겨울철 가장 추운 시기를 나타내는 날이에요. 소한은 매년 1월 5일이나 6일, 대한은 1월 20일이나 21일 무렵입니다. 올해 소한은 5일, 대한은 20일이에요. ‘.. [최준영의 Energy 지정학] 2025년의 에너지 기상 예보… 미·중은 쾌청, 유럽·한국은 흐리고 비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입력 2025.01.02. 00:02 새해가 밝았다. 매일 뜨는 해 가운데 하루를 골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류 문명의 특징이다. 문명의 발전은 에너지 활용 능력 향상과 함께했다. 인류는 불의 발견으로 최초의 에너지 혁명을 경험했다. 농업혁명 시대부터 인간과 가축의 근력이라는 생물학적 에너지를 더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세력이 힘을 키웠다. 많은 인구는 에너지의 원천이었고, 대규모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말 그대로 세계의 중심이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의 시작 이후에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보유한 영국·러시아·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했다. 인류의 역사는 누가 더 많은 에너지를 보유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를 둘러싼 경쟁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막대한 에너지를.. [만물상] 뱀, 생태계의 수호자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1.01. 20:25 업데이트 2025.01.01. 23:44 뱀은 혐오와 숭배, 양극단 이미지를 한 몸에 지닌 특이한 동물이다. 온기 없고 징그러운 외모, 한입에 통째로 먹이를 삼키는 엽기적 사냥 방식, 거기에 맹독까지 있으니 사랑받을 구석을 찾을 수 없다. 구약 창세기에선 이브를 유혹하는 사탄이고 그리스 신화의 괴물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뱀이다. ▶어릴 적 시골 외가에 갔다가 뱀의 이미지를 깨는 일이 있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시골엔 뱀이 많았다. 외할머니는 뱀을 보고 놀란 손자에게 “내가 어렸을 땐 서까래 아래 앉아 있으면 뱀이 머리 위로 떨어질 만큼 많았다”며 “뱀은 재산을 지켜주는 영물이어서 내쫓으면 가세가 기운다”고 하셨다. 농경 사회에서 뱀은 곡식을 축내는.. 온몸이 꼬리인 동시에 몸통… 어떠한 고난도 유연하게 통과하리라 2025 乙巳年, 뱀을 말하다 박서련 소설가 입력 2025.01.01. 00:32 을사년 새해 첫날에 신문을 보는 분들께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이 가장 복될지를 고민하다 한 사람을 떠올렸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었던 이경손(1905~1977). 조선일보에 장편소설을 연재하기도 했던 그는 유독 신문이라는 매체와 가까웠는데, 이유인즉 어떤 주제로 어떤 장르의 글을 청하든 막힘없이 써서 틀림없이 건네주는 편리함과 성실함 덕이었다. 하여 그 자신은 스스로를 ‘촙수이 문사’라 자조하기도 했다. 촙수이란 요즘으로 치면 중화요리점의 잡탕밥과 흡사한 메뉴. 빠르고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믿음직한 요리지만,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그것을 꼽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 자기와 닮았다고 생각했으리라. 한국의 1세.. [만물상] 세계가 즐기게 된 한국 공기놀이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12.31. 20:23 업데이트 2024.12.31. 23:31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3년 전 첫선을 보였을 때 전 세계가 빠져들었다. 스토리의 참신함과 흡입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계인은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의 다양한 놀이에 낯설어하면서도 매료됐다. 유럽 청년들이 광장에 모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놀았다. 문양을 따라 설탕 과자를 잘라 먹는 ‘달고나’ 놀이는 단연 인기였다. 소셜미디어엔 달고나 만드는 법 동영상이 넘쳐났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지난 주 공개되자마자 90여 나라 1위에 올랐다. ‘한국 게임 하기’ 열기도 다시 불붙고 있다. 이번엔 ‘공기’ 놀이가 최고 인기다. 배우 강하늘이 현란한 손놀림으로 공깃돌 5개를 허공에 던져 낚아채는.. ♥심호흡 길게 하고 천천히 씹어 먹고… 미주신경 활성화로 평온 찾자 [김철중의 생로병사]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4.12.31. 00:12 업데이트 2024.12.31. 08:00 경쟁·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 호흡 거칠게 하는 교감신경에 의존 뇌에서 나와 대장까지 닿는 미주신경에 친화적이어야 마음 편안해 긴 호흡·숙면·발효식품 섭취로 미주신경 활성화하면 혈압 낮춘다 뇌에서 신경이 뇌 밖으로 나오는 뇌 신경은 12개가 있다. 안면·후각·시각신경 등이다. 뇌 신경은 주로 얼굴에 머물지만, 뇌에서 나와 목과 가슴을 거쳐 대장 끝까지 닿는 신경이 있다. 미주신경(迷走神經)이다. 심장, 폐, 스트레스 호르몬을 생산하는 부신, 소화관 등의 운동을 조절하는 부교감신경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심박수를 낮추고, 혈압을 떨어뜨리고, 장의 연동을 부드럽게 한다. 대뇌와 소화기는 신.. [만물상] 버드 스트라이크 김민철 기자 입력 2024.12.30. 20:55 업데이트 2024.12.31. 00:17 한전 직원들은 봄마다 전신주 위 까치집을 제거하느라 곤욕을 치른다. 까치는 나뭇가지, 철사, 쇠붙이 등으로 둥지를 짓는데 비가 오면 이들 물질이 전선과 접촉하면서 정전 사고가 발생한다. 정전 사고의 5%가 까치집 때문에 생긴다. 한 팀이 하루 100개 이상 까치집을 제거해도 까치가 같은 곳에 둥지를 또 짓기 때문에 매년 같은 작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까치가 싫어하는 뱀 소리를 내보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풍력 발전기도 새와 박쥐가 충돌하는 사고로 골치다. ▶까치집 정도는 피해가 경미하지만 새 떼가 항공기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는 심각한 결과를 초.. [만물상] 초록색 눈동자의 '허시' 김광일 기자 입력 2024.12.29. 20:22 업데이트 2024.12.29. 23:28 올리비아 허시는 열일곱 나이에 이미 세계적 유명 배우였다. 스물한 살에 첫 결혼을 했는데, 한 TV 방송에서 진행자가 물었다. “당신 같은 완벽한 여성을 얻은 남자의 비결이 뭡니까?” 허시는 갑자기 손바닥으로 진행자의 눈을 가린 뒤 자신의 눈동자가 무슨 색인지 물었다. 진행자가 대답을 못 했다. 허시가 말했다. “제 눈은 초록색이에요. 모든 남자가 제 가슴만을 볼 때 그 사람이 유일하게 ‘초록색’ 대답을 했답니다.” ▶확인도 안 된 일화였지만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돈, 명성, 육체적 매력 따위보다 상대를 향한 깊은 배려와 관심으로 짝을 찾아야 한다는 울림이 컸다. 사실 이 대답엔 연유가 있었다. 영화 ‘로미오와 줄.. [만물상] 파나마 운하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12.27. 20:28 업데이트 2024.12.28. 00:12 인류 최초의 운하는 기원전 5~6세기 이집트를 정복한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 1세가 완성한 고대 수에즈 운하였다. 나일강과 홍해를 연결해 나일강 하류 곡창지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홍해 너머 메마른 아랍 땅으로 실어 날랐다. 중국도 7세기 수나라 때, 강남 곡창지대와 수도 장안을 연결하는 대운하를 건설했다.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지금의 수에즈 운하는 프랑스인 페르디낭 드 레셉스가 1869년 완공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도 그가 착공했다. 그러나 고작 길이 80㎞ 지협을 끝내 뚫지 못하고 미국에 넘겼다. 마침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빼앗은 필리핀 해군기지에 함대를 신속하게 보내야 했던 미국이 반.. [박원순의 도시의 정원사] 꽃 피기 직전, 수선화가 신호를 보낸다 박원순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실장 입력 2024.12.26. 23:58 미래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자원이 부족해지고 인구가 지나치게 증가한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패신저스(Passengers)’에 등장하는 우주선 정원은 미래의 정원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지구의 귀중한 생물 자원 유전체를 모아 놓은 캡슐들과 함께 에덴동산을 연상시키는 정원의 중심에는 아름드리 대왕참나무가 상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예로, 과학자들과 대중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공상 과학(SF) 영화 ‘마션(The Martian)’은 화성에 고립된 주인공이 연구 기지를 감자 재배 온실로 개조해 생존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식량으로 가져온 감자에서 .. [만물상] 전쟁터에서 온 편지 김민철 기자 입력 2024.12.26. 20:31 업데이트 2024.12.27. 14:19 “사랑하는 루, 드디어 우리는 짐을 꾸리고 있는 중이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빌고 있소. 내일부터 며칠 동안 일어날 소식은 신문을 통해 알 것이오.” 독일군 사단장 롬멜이 1940년 5월 전장에서 아내에게 보낸 편지다. 롬멜이 아내에게 예고한 것은 프랑스 마지노선 돌파였고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롬멜전사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전쟁터에서도 많은 글이 쓰였겠지만 그중에서도 편지는 가장 내밀한 감정이 담겨 있다. 어머니·아내 등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일수록 애틋할 수밖에 없다. 나폴레옹은 전투가 끝나면 아내 조세핀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서둘러 텐트로 들어갔다. 그는 생전 5.. 200번째 생명 살린 '사랑의 인공 심장' 삼성서울병원, 국내 처음으로 200회 수술 성공 오경묵 기자 입력 2024.12.26. 00:50 삼성서울병원은 ‘인공 심장’이라 불리는 좌심실 보조 장치(LVAD·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 수술 200례를 국내 최초로 달성했다고 25일 밝혔다. 좌심실 보조 장치는 양수기 원리로 좌심실의 피를 빨아들여 대동맥으로 보내 혈액이 잘 순환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심장 내부에 일종의 펌프를 설치하고, 외부와 연결된 전선을 통해 조종 장치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200번째 좌심실 보조 장치 수술을 받은 환자는 30대 남성 A씨다. 출생 직후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받았으나, 수년 전 심부전(심장 기능 저하)이 발병했다. 올해 초 중증 심부전으로 악화했고, 지난달 중순 심..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형형색색 응원봉… 정치도 K팝도 핵심은 '팬덤'이다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입력 2024.12.26. 00:27 탄핵 집회 뒤덮은 K팝 문화, 2030 여성들 대거 합류한 때문 내 아티스트 위한 '여론몰이' 익숙한 팬덤… 버튼 눌려 거리로 응원봉은 곧 정체성… 이제 혼란 대신 '바른 정치'에 에너지를 올해 12월은 그야말로 ‘응원봉의 달’이었다. 비상계엄 선언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여의도 집회에서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빛났다. 대부분 참가자 중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10대에서 30대 사이의 여성들이 들고 온 것이었다. 현장에는 비장한 ‘민중가요’보다 다양한 시기에 발매된 K팝 곡들이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러자 K팝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다음에는 급하게 아무 응원봉이나 장만해서 참여해야겠다는 말을 할 .. 리더십 공백에… 출범도 못한 채 멈춘 바이오·양자委 첨단 산업 분야도 큰 타격 김효인 기자(조선일보) 박지민 기자(조선일보) 입력 2024.12.24. 00:35 23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기자 간담회. 유 장관은 “양자 기술이 현실화되면 파급력이 굉장히 크다”며 “우리는 양자 전문 인력이 경쟁국에 비해 적은 편이고, 양자 관련 생태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인재 유치와 육성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양자 기술 상용화를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것이다. 장관이 직접 ‘양자 기술 경쟁’에 경고음을 울렸지만, 정작 정부의 관련 정책은 사실상 멈춰 있다. 양자 과학 기술 정책의 최고 심의 기구인 양자전략위원회는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양자뿐 아니라 바이오, AI(인공지능) 등 국가 미래를.. 이전 1 2 3 4 5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