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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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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용의 물건만담] 진짜 책은 안 팔리는데, 모형 책은 왜 인기인가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입력 2024.04.11. 03:00 업데이트 2024.04.11. 04:23 한국서 책은 인테리어나 손님몰이용 바람잡이… 코엑스 별마당을 보라 리뷰엔 “지저분한 곳 가려” “책값의 10%” “지성 한 스푼 떨어뜨린 느낌” 이게 요즘 독서 현실… 차라리 ‘멋진 삶의 징표’로 포장하면 좀 나을까 서점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요즘 인테리어용 모형 책이 인기라는 말을 들었다. 실내 장식용 모형 꽃이나 모형 과일도 있는데 모형 책이라고 없으란 법이 없다. 이 소식을 전해준 지인의 서점도 보통 책보다 값비싼 해외 디자인 서적이나 사진집을 취급한다. 지인은 그렇게 특수한 책을 취급하기 때문에 오히려 영업이 된다고 했다. 뭐든 보통 책은 잘 안 팔리는 게 시대의 경향이다. 며칠 뒤..
[만물상] 한강과 한라산의 라면 국물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4.10. 22:35 업데이트 2024.04.11. 00:29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각별하다. 1인당 연간 70개 이상으로, 매주 한두개씩 먹는다. 전 세계 라면 소비 1위 자리를 놓고 베트남과 경쟁한다. 문학작품에도 그 애정이 녹아 있다. 소설가 이문열은 대하소설 ‘변경’에서 1960년대 이미 한국인의 라면 사랑이 유별났음을 기록했다. 특히 국물을 예찬했다. ‘노랗고 자잘한 기름기로 덮인 국물’에 ‘깨어 넣는 생계란이 예사 아닌 영양과 품위를 보증’한다고 썼다. 소설가 김훈도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국물을 강조했다. 맛있는 라면을 만들려면 물의 양은 조리법에 나오는 550㎖가 아니라 700㎖여야 하고 ‘파가 우러난 국물에 달걀이 스며’야 한다고 썼다. ▶그런데 라면..
[만물상] ‘조커스’ 안용현 기자 입력 2024.04.09. 20:46 업데이트 2024.04.09. 23:13 1942년 일본군이 호주 북부 다윈항을 폭격했다. 남태평양 장악을 위한 공격이었다. 당시 호주군 주력은 영국을 위해 유럽 전선에 있었고, 싱가포르에서 영국군과 함께 방어전을 벌이다 포로가 되기도 했다. 믿을 곳은 미국뿐이었다. 미군이 과달카날 전투에서 일본군을 격파해 태평양 전쟁의 흐름을 뒤집었다. 이후 태평양 전쟁에서 호주군도 크게 활약했다. 1차 대전까지 호주는 영국과 밀접했지만 2차 대전을 계기로 미국의 핵심 동맹이 됐다. ▶중국이 패권 본색을 드러내기 전에 호주와 중국 관계는 좋았다. 호주는 ‘세계의 공장’ 중국에 석탄·철광석 등을 수출해 큰돈을 벌었다. 호주 수출에서 중국 의존도가 40% 가까이 치솟았다...
어린시절 불면증, 성인 돼서도 이어져…“나이에 맞는 조기 치료 중요” 황규락 기자 입력 2024.04.09. 10:57 업데이트 2024.04.09. 11:46 어린시절 불면증을 경험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증상이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불면증 증상을 조기에 파악해 나이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은 어린시절 불면증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인종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는데, 흑인 어린이가 백인 어린이에 비해 장기수면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2.6배 높았다. 연구팀은 “불면증은 어린 시절의 수면 공포나 몽유병 같은 것이 아니다”라며 “불면증은 공중 보건의 문제”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수면’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펜실베이니아 주의 어린이 코호트..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한반도에 갇혀 있나, 더 큰 세상 보고 있나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4.04.09. 03:00 건축의 기본 단위는 건물이다. 건물을 쪼개면 방들로 나눠지고, 방을 쪼개면 가구들로 나눠진다. 반대로 건물이 모이면 거리가 되고, 거리가 모이면 동네가 되고, 동네가 모이면 도시가 되고, 도시가 모이면 국가가 되고, 국가가 모이면 세계가 된다. 건축은 여기서 더 나아가 밖으로 달과 화성에 건축하는 것까지 확장된다. 건축은 사람이 가는 모든 공간을 커버하며 크게는 우주 속 건축부터 작게는 가구까지 여러 스케일로 경험된다. 훌륭한 건축가는 다양한 크기의 스케일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사고하는 사람이다. 여러 가지 스케일에서 검토해야 좋은 의사 결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을 설계할 때도 크게는 도시를, 작게는 가구를 동시에 생각해서 디자..
[만물상] ‘침대 이혼’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4.08. 20:21 업데이트 2024.04.09. 00:37 30년을 함께 산 한 부부는 얼마 전부터 잠자리에서 귀마개를 쓴다. 코 고는 남편 때문에 아내가 먼저 준비했는데 언제부턴가 아내도 코를 골자 부부가 모두 쓴다.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 서로 눈을 찌르거나 뺨을 쳐서 깨운 적도 있다. 남자가 직장 동료 식사 자리에서 그 얘기를 꺼냈더니 “아직도 한방을 쓰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모임에 나온 이 중 절반 이상이 각방을 쓴다고 했다. ▶미국에서 부부가 각방을 쓰는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 증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전체 부부의 35%가 따로 잔다고 한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통계를 보니 한 침대를 쓰는 부부는 절반도 안 되..
[만물상] 봄마다 잠깐 피는 ‘벚꽃 엔딩’ 박은주 기자 입력 2024.04.07. 21:47 업데이트 2024.04.08. 00:16 계란은 7분 삶으면 반숙란이 되는 게 공식이지만, 꽃 피는 시기는 공식이 없다. 기상 전문 업체도 자주 틀린다. 3월 말 ‘벚꽃 없는 벚꽃 축제’를 열었던 지자체들은 축제 기간을 연장하며 꽃 피길 기다렸다. 전국이 핑크로 물든 지난 주말, 벚꽃 놀이로 한반도가 출렁였다. 벚꽃은 개화 시작 3일 후 만개하고, 그로부터 7~10일 후쯤 ‘꽃비’가 되어 떨어진다. 벚꽃 철, 길어야 2주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한국인의 ‘봄 캐럴’이라는 ‘벚꽃 엔딩’이 귀에 새겨지는 것도 바로 이때. 가수 장범준이 작곡, 작사한 이 곡은 2012년 3월 29일 발표 직후 폭발적 반응..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미래에 대한 비전 사라진 ‘저질’ 총선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입력 2024.04.05. 03:00 선거는 정당의 ‘영혼’ 보여주는 정책 있어야 국민 ‘배고프지 않게’ 하겠다는 보수 이념도 ‘배 아프지 않게’ 하겠다는 진보 이념도 증발 상대 비난과 표 구걸만 난무하는 저급 선거 보수·진보 두 바퀴 크기 비슷해야 역사 전진 서로 인정하고 선의의 경쟁 하는 선진 정치를 4·10 총선 사전 투표가 5일부터 시작된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는 열정 면에서는 역대급으로 대단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역대급으로 저질인 것 같다. 선진국을 포함,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선거 때는 항상 비판과 비난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명예롭고도 고상한’ 요소가 반드시 있다. 바로 그 정당의 ‘영혼’이 ..
[만물상] ‘접대부’로 전락한 파티 주최자 박은주 기자 입력 2024.04.04. 20:56 업데이트 2024.04.04. 23:58 ‘역사학자’라는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수원정 국회의원 후보가 2022년 유튜브에서 “김활란이 미 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켰다”고 했다가 사과했다. 여성계에서 “사과 대신 사퇴” 요구가 번지자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렇게 옹호했다. “김활란 총장이 총재로 있던 낙랑클럽이 호스티스 클럽이며 실제 매춘에 이용됐다는 묘사가 나온다.” ▶1953년 작성된 미군 CIC(Counterintelligence Corps, 방첩대) 정보 보고서는 ‘낙랑클럽’을 묘사하며 “단체의 목적은 외국 귀빈, 한국 정부 고위 관리 및 군 장성, 외교관들을 엔터테인(entertain)하기 위한 것” “회..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술을 마시지 말고 사람을 마셔라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4.04.04. 03:00 업데이트 2024.04.04. 05:50 술은 무슨 맛으로 마실까? 아버지가 집에서 홀로 바둑을 두며 소주를 마실 때마다 떠올린 질문이다. 말없이 바둑판을 들여다보다가 말없이 소주를 삼키고는 ‘크으’ 내뱉는 소리. 삼키는 소리인지 내뱉는 소리인지 모를 그 미묘한 소리. 그 소리가 지나가면 고개를 들고 나를 찾았다. 내가 옆에서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고 있으면, 벌게진 얼굴로 씩 웃고는 동전을 한 움큼 내 손에 올려주었다. 동전을 받는 맛으로 거의 매일 밤 아버지 곁에 있었다. 그러다 언젠가 술맛이 딱히 달콤하지는 않을 거라고 느낀 적이 있다. 숙제하다 잠들었는데 반복되는 ‘크으’ 소리에 잠을 깼다. 아버지는 불 꺼진 방에서 보이지도 않는 바둑판을..
10대들 “행복의 최고 조건은 돈보다 건강” 윤상진 기자 입력 2024.04.03. 23:18 업데이트 2024.04.04. 00:46 서울에 사는 중학교 2학년 박모양의 최대 관심은 ‘건강’이다. 석 달 전부터 매일 저녁 하루 1시간 ‘홈 트레이닝’을 한다. 유튜브에서 운동 영상을 찾아보며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이다. 상체, 허벅지, 허리 등 부위별로 15분씩 운동하고 샤워하는 게 마지막 일과다. 운동을 시작한 뒤엔 저녁도 건강식으로 바꿨다. 일주일에 2~3번은 연어나 닭가슴살을 넣은 샐러드를 먹고, 염분이 많은 국물 음식은 먹지 않는다. 박양은 “살을 빼려고 시작했지만 막상 해보니 몸도 가볍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계속 식단 관리와 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0대 사이에선 박양처럼 일찍이 건강관리에 나서는 ‘..
[만물상] ‘억만장자’ 테일러 스위프트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4.03. 20:03 업데이트 2024.04.04. 01:44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2일 발표한 올해 억만장자 명단에 미국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포함됐다. ‘오직 노래와 공연 작곡만으로 10억달러를 번 최초의 음악인’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스위프트의 재산은 11억달러(약 1조4800억원)다. 17세이던 2006년 데뷔한 스위프트는 수많은 ‘최초’ 기록을 써왔다. 지난 2월 그래미상 중 최고 영예로 꼽는 ‘올해의 앨범’을 네번째 받으며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빌보드 최고 인기곡인 ‘핫100′ 에 가장 많은 톱 10 곡을 올린 이도 그녀다. 가수가 자선 등 사회 활동 아닌 노래만으로 시사 주간지 타임지 표지에 오른 것도 그녀가 처음이다. ▶스위프트의 영향력은 경제..
[만물상] “한국 최고의 수출품, K감독” 최수현 기자 입력 2024.04.02. 20:36 업데이트 2024.04.03. 00:09 지난해 아세안축구연맹 챔피언십에서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4강에 진출했다. 태국을 제외한 3국 모두 감독이 한국인이었다. 2017년 베트남 대표팀을 맡은 박항서 감독이 국민 영웅으로 떠오르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한국 신태용과 김판곤 감독을 앞다퉈 영입했다. 2018년 베트남 축구가 사상 처음 아시안게임 4강에 올랐을 땐 제과점에서 박 감독 얼굴을 그려 넣은 ‘4강 케이크’를 팔았다. ▶박항서 감독 이전에 베트남에선 또 다른 한국인이 스포츠 역사를 새로 썼다. 베트남 사격 대표팀 박충건 감독이 지도한 선수가 2016 리우에서 베트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캄보디아 태권도 선수가 20..
♥봄에 찾아온 사랑… 아프지만 황홀했기에 더 단단해진다 [특집 : 지금 문학은] 설렘과 떨림의 소설들 황지윤 기자 입력 2024.03.30. 04:23 격정적인 떨림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나. 스쳐 지나가는 듯했던 찰나의 순간이 모든 것을 바꾸기도 한다. ‘과거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그 어떤 강렬한 경험. Books가 매달 선보이는 ‘지금 문학은’ 특집, 이달의 키워드는 ‘떨림’이다. 나도 모르게 봄기운에 취해버렸다면 관능과 상처, 열정 등 사랑의 여러 면면을 다룬 소설을 펼치며 봄기운에 더욱 젖어드는 건 어떨지. 임경선·최진영·찬쉐의 소설은 그런 떨림의 순간을 써내려 간다. 임경선은 느린 춤을 추듯 관능적으로, 최진영은 아프고 처절하게 꾹꾹 눌러 담는다. 찬쉐는 달뜬 순간을 향해 경쾌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뒤를 돌아보게 하는 관능적 묘사 다 하지 못한..
직접 무전기 메고 잡초 깎는 軍 중대장 [핫코너] 고유찬 기자 양승수 기자 입력 2024.03.29. 04:12 강원도 육군 전방 부대 중대장 A(29) 대위는 최근 자신을 ‘통신병’ 또는 ‘운전병’이라고 부른다. 부대에 통신병·운전병이 없어 자신이 무전기를 짊어지고, 직접 차량을 운전하며 작전을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대의 정원은 120명이었는데, 최근 100명으로 줄었다. A 대위는 “작년부터 병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병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고 있다”며 “급한 대로 중대장 보좌역인 비전투 요원을 비워둔 채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력 급감으로 전방 부대 중대장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00명 안팎 중대는 군 작전 운용 최소 단위다. 중대장이 그만큼 군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
세금도 안붙는 초저가 중국 직구에 ‘아웃’ 당하는 中企 최연진 기자 입력 2024.03.29. 03:41 업데이트 2024.03.29. 06:10 알리·테무·쉬인 저가제품 공습 국내 제조업계 80% “매출 영향” “규제하기 전에 공장 문닫을 판” 국내의 한 영유아용 완구 제조 업체는 최근 장난감 생산량을 50%까지 줄였다. 지난해부터 알리익스프레스(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를 통해 초저가 직구 제품이 쏟아지면서 판매량이 매달 뚝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 수가 60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15명 수준으로 줄였다. 이 회사 대표 A씨는 “겉으로 보면 엇비슷하지만 중국산 제품은 어떤 소재를 썼는지, 안전 인증을 받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데 우리 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라 도저히 경쟁이 안 된다”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규제..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하는데 왜 역풍 안 부나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4.03.29. 03:00 대선 때 윤 대통령 찍은 중도층과 2030 대통령의 ‘정치적 태도’에 실망해 이탈 與는 정체성·리더십·지지기반 3중 위기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고? NO,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 돼야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역사적 선거다. 세계관의 충돌로 볼 수 있는 ‘주류 교체 전쟁’의 결정적 전투다. 전쟁과 스포츠처럼 선거도 전력·전략·정신력에서 승패가 갈린다. 세 가지 모두 민주당이 압도하고 있다. “3년은 너무 길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도 역풍이 불지 않을 정도로 ‘정권 심판’ 기류가 강하다. 조국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레임덕, 나아가서 데드덕을 만들겠다”며 “정치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무서울 정도로 솔..
[만물상] 영빈관의 용접공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3.28. 21:17 업데이트 2024.03.29. 02:44 엊그제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의 영빈관에 용접공 등 이 회사 외국인 기능공 42명이 초청받아 각별한 대접을 받았다. 세계 1위 조선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가 플라즈마 자동 용접 등 특수 용접 기술이다. ▶두 개의 금속 물체를 붙여 하나로 만드는 것이 용접이다. 휴대폰, 아파트, 자동차, 선박, 비행기에서부터 최첨단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의 뿌리 기술이다. 용접의 역사는 금속의 역사만큼 길다. 기원전 3000년경 청동기 시대에 수메르인들이 땜질로 이어 붙여 만든 칼이 발굴됐다. 불 속에 철광석을 넣어 무르게 한 다음 망치로 두들겨 붙인 최초의 단조(鍛造) 용접이다. 1801년 영국의 과학자 험프리 데이비가..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당신의 세계는 변하고 있습니다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4.03.28. 03:00 업데이트 2024.03.28. 06:15 영화 ‘오키쿠와 세계’의 몰락한 사무라이는 한 남자에게 묻는다. “자네, 세계라는 말을 아나?”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사무라이의 딸 오키쿠는 ‘세계’를 쓸 수는 있어도 그게 뭔지 모른다. 오키쿠를 도와주려는 스님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며 말한다. “여어어기서부터 저어어기까지”가 세계라고. 글자를 배우는 아이들도, 글자를 가르치는 오키쿠도, 세계의 뜻을 말한 스님도 모두 어리둥절하다. 영화 배경은 19세기, 서구어 번역어인 ‘세계’라는 말이 세상에 퍼지기 전이라 그렇다. 그들과 달리 21세기 사람인 우리는 ‘세계’를 안다. 그런데 ‘지구상 모든 나라’ 또는 ‘인류 사회 전체’가 세계라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뜻..
[만물상] ‘셰셰’ 명백인(明白人) 안용현 기자 입력 2024.03.27. 20:26 업데이트 2024.03.28. 01:30 국민당군에게 쫓기던 마오쩌둥이 공산당 선전 책을 써줄 외국 기자를 물색했다. 미국인 에드거 스노를 근거지 옌안으로 불러 인터뷰했다. 스노가 1937년 쓴 ‘중국의 붉은 별’은 공산당을 지나치게 미화한 내용이 많다. 거짓 수준의 ‘창작’도 있다. 그러나 중공에 대한 서방 인식을 180도 바꿔 놨다. 마오는 문화대혁명 도중에도 스노를 불러 대접했다. 스노의 책은 우리나라 586세대를 포함해 전 세계에 ‘마오쩌둥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스노는 중국의 1호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가 됐다. ▶1969년 중·소 국경 우수리강에서 충돌이 벌어져 200명 가까운 양국 군인이 전사했다. 중국은 소련의 핵 공격에 대비해 수..
♥[5분 명상] 호흡으로 잡념 비우고 상대의 눈을 보며 경청… 마음에 귀 기울여보자 박희승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입력 2024.03.27. 03:00 소통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빠르게 변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인간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유명한 종교인도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하더군요.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소통이 중요하지요. 소통은 대화로 이루어집니다. 오늘은 대화할 때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경청 명상을 소개합니다. 대화나 회의를 할 때 내 생각을 잘 전하는 것만큼이나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하지요. 대화하면서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TV나 딴 곳을 바라본다면 대화가 잘되지 않겠지요. 대화할 때는 대화에 집중해야 해요. 대화하기 전에 잠깐 호흡에 집중하여 잡념을 비워 보세요.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상대의 눈이나 인중을 보고 마음을 열고 말을 들어..
[만물상] 잠에서 깬 ‘하이엔드 중국’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3.26. 21:01 업데이트 2024.03.27. 00:54 중국은 수천 년간 외국에서 공물을 받고 하사품을 주는 조공(朝貢) 무역을 했다. 조공 체제를 유지한 힘 중 하나는 중국산 하이엔드(high end·최고 품질) 물건이었다. 주변국들은 조공을 통해서만 도자기, 종이, 비단, 의약품, 과학기구 등 당대 최고 물품을 접할 수 있었다. 조선 왕조가 3년에 한 번만 조공하라는 명나라 요구를 무시하고 매년 여러 차례 조공 사신단을 보낸 것도 고품질 물품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17세기 유럽 왕실, 귀족 저택엔 ‘차이나 룸’이란 별실이 있었다. 중국 도자기, 옻칠 가구, 비단 같은 중국산 공예품을 따로 모아둔 장소였다. 차이나 룸의 규모가 부의 척도로 여겨질 정도였다. ..
♥“의사 증원만큼 돌봄 인력 증원도 중요합니다” 한예나 기자 입력 2024.03.26. 03:29 ‘외국인 차등 임금’ 보고서 논란 한국은행 오삼일 팀장 인터뷰 “국내 노동시장에서 인력난이 제일 심한 분야가 간병과 육아 등 돌봄 서비스입니다. 의사 수급(수요와 공급)만큼이나 돌봄 서비스 인력난도 심각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육아와 간병 등 돌봄 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의 ‘돌봄 서비스 인력난·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고령화 등의 여파로 돌봄 서비스 인력 부족 규모가 2042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최저임금과 외국인 노동자 같은 민감한 사안을 정면으로 다룬 보고서는 상당..
♥犬체공학 가슴줄, 개소파 50만원...“개같이 벌어 개한테 쓴다”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4.03.26. 03:00 업데이트 2024.03.26. 07:48 최근 찾은 애견용품 박람회, 축구장보다 훨씬 큰 전시장에 ‘人山犬海’ 犬체공학적 가슴줄, 50만원짜리 개소파…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팔려 저출생 시대, 개같이 벌어봐야 줄 사람도 없다는 말이 우스개 아니더라 얼마 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애견용품 박람회에 갔더니 입구에 이렇게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개같이 벌어 개한테 쓴다.” 처음에는 우습게만 여겼는데 곱씹을수록 그럴듯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돈 버는 일은 점점 더 힘들고 개 키우는 사람은 줄곧 늘어나고 있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으니 개 먹이고 치장하는 게 낙이다. 나는 설령 개같이 벌더라도 그 돈을 개한테 쏟아부을 생각이 없지만 ..
[만물상] 러시아와 이슬람의 ‘불구대천’ 안용현 기자 입력 2024.03.25. 20:25 업데이트 2024.03.26. 00:05 19세기 남진하는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이 10여 차례 전면전을 벌였다. 러시아가 이겼다. 흑해부터 중앙아시아에 걸친 이슬람 영역을 차지했다. 지금도 러시아 인구 1억4300만여 명 중 2000만명 이상이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다. 차르가 이슬람교 대신 기독교 일파인 러시아 정교를 강요하자 무슬림들이 집단 반발했다. 러시아 혁명이 터지자 차르 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던 무슬림 중에서도 공산주의자들이 나왔다. ▶러시아 무슬림들은 레닌과 스탈린을 지지했다. 종교·민족 문제에서 관대하다고 봤다. 커다란 오판이었다. 스탈린은 1920~1930년대 정적과 무슬림 공산주의자들을 대거 숙청했다. 종교·이념·민족이 결합하면 1인 ..
‘12대88의 벽’ 깨뜨리려 서울시가 먼저 응답했다 지자체 최초 플랫폼 근로자 보호 지침 명문화 최종석 기자 입력 2024.03.25. 03:00 업데이트 2024.03.25. 06:38 서울시가 웹툰 작가 등 프리랜서와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지침을 만든다고 24일 밝혔다. ‘비정형 근로자’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근로자처럼 일을 하면서도 개인 사업자이다 보니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서울시가 별도로 지침을 만들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본지가 전태일재단과 함께 만든 ‘12대88의 사회를 넘자’ 기획 시리즈에서 노동법의 울타리 밖에 있는 프리랜서 문제를 지적한 이후 나온 조치다. 서울시는 ‘비정형 노동자 권익보호지침’에 비정형 근로자가 알아야 할 기본 권리와 공정한 계약의 요건, 권익 침해 시 구제 방..
[리빙포인트] 봄철 미더덕 고르는 요령 조선일보 입력 2024.03.25. 03:00 미더덕은 봄이 제철이다. 보통 황갈색이지만 붉은색을 띠는 미더덕이 더 맛있다. 몸통이 통통하고 특유의 향이 강한 미더덕을 고르자. 원글: https://www.chosun.com/culture-life/living/2024/03/25/UF2PBGMDVRBXJCRBIIVNBJ435U/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천덕꾸러기 된 ‘민변’ 황대진 논설위원 입력 2024.03.24. 21:18 업데이트 2024.03.25. 01:35 1984년 9월 1일부터 3일간 서울에 폭우가 쏟아졌다. 가장 피해가 컸던 곳이 망원동이다. 330㎜가 넘는 집중호우에 유수지 펌프장 수문이 붕괴돼 1만여 가구가 물에 잠기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만 해도 천재(天災)로 인식됐지만 조영래 변호사는 달랐다. 부실 공사를 하고 유수지 관리를 잘못한 서울시와 건설사의 인재(人災)라며 주민을 모아 집단소송을 냈다. 수임료는 승소하면 받겠다고 했고, 결국 주민 1만2000여 명이 53억여 원을 배상받았다. ▶이 소송을 계기로 모인 변호사들이 만든 단체가 후에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됐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순우리말로 ‘모임’이라고 이름 붙인 게 ..
“의대 ‘지방 유학’ 어디로?” 맘카페선 열띤 토론 수도권 학부모, 의대 증원 결정에 들썩… 교육청에 문의도 표태준 기자 김병권 기자 입력 2024.03.23. 03:00 서울 서초구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올해 초등학생 둘째 아이를 강원도 춘천으로 전학 보낼 예정이다. 지난 20일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고 82%를 지방대에 배정하자 자녀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의대에 보내려고 이사를 결심한 것이다. A씨는 “마침 대학교수 남편이 강원도에서 일하기 때문에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평일엔 춘천에서 학교 보내고 주말엔 서울로 데려와 강남 학원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의대에 쉽게 보내기 위해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를 하는 이른바 ‘지방 유학’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인재 전형은 의대가 있는 지역..
‘디플레이션’ 수출하는 중국... 내수 침체되자 헐값 공세 친중 국가까지 “중국산 막아야” 이정구 기자 입력 2024.03.23. 03:00 업데이트 2024.03.23. 06:43 “중국산 제품의 약탈적 영업에 맞서 국내 시장을 지켜야 한다.” 중국 주도의 경제 협력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원으로 대표적 친중(親中) 행보를 보여온 브라질의 화학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는 중국산 철강·석유화학 제품 등에 대해 반(反)덤핑 조사에 나섰다. 중국의 초저가 공세가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국내 양대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중국산 등 수입 강판에 대한 덤핑 조사 신청을 검토 중이다. 실제 올 1~2월 중국의 철강 수출량이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치인 1590만t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