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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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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소녀가 전하는 위로 ‘바람 바람아’ 김광일 기자 입력 2024.03.01. 20:00 업데이트 2024.03.02. 01:43 3년 전 아홉 살 소녀가 불렀던 노래 ‘바람길’을 잊지 못한다. 원래 장윤정이 부른 곡이었으나 앳된 ‘판소리 신동’ 김태연은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전혀 다른 빛깔로 빚어냈다. ‘길을 걷는다/ 끝이 없는 이 길/ 걷다가 울다가 서러워서 웃는다’로 시작하는 노래는 ‘스치듯 지나는 바람의 기억보다 더/ 에일 듯 시리운 텅 빈 내 가슴’으로 이어진다. 때로 슬픔이 넘치면 차라리 웃는다고 했다. 그 시린 서러움에 시청자도 먹먹해졌다. ▶가수의 삶을 베껴서 노래가 되기도 하고, 또 가수의 삶이 노랫말을 따라가기도 한다는데 어른키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아이의 목소리가 그토록 어른 애간장을 녹일 만큼 애달플 줄은 아무도 몰랐다...
[만물상] 중국 ‘지름신’의 공습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2.29. 21:09 업데이트 2024.03.01. 01:55 최근 지인이 “결혼 30년 되도록 쇼핑 가는 것도 싫어하고, 집 인테리어는 관심조차 없던 남편이 갑자기 욕실 용품 등 온갖 싼 생활용품을 사들이고 있어 황당했는데 알고 봤더니 중국 초저가 직구(직접 구매) 앱에 꽂혀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남성이 “실은 지금 내가 찬 시계도 그 앱에서 산 초저가 제품”이라며 그간 사들인 물품 목록과 가격을 죽 읊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쇼핑하러 가서 이것저것 사들이면 “지름신이 강림했다”고 한다. ‘지르다’에 신(神) 내리다”를 붙여 만든 유행어다. 소비 욕구가 자기 의지로 억제하기 힘들 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중국의 초저가 직구 앱이 국내..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오늘 하루는 조명을 받아도 괜찮아요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4.02.29. 03:00 업데이트 2024.02.29. 05:36 사회 보게 된 후배 결혼식, 신랑·신부 부탁은 “부모님께 조명을…” 리허설 때 양가 어머님 “세상 살면서 이런 조명 받아본 적 없어요” 자식 잘되라며 편지 읽은 두 분… 세상서 가장 아름다운 조명이었다 후배 배우가 결혼식을 한다며 찾아왔다. 사회를 봐달라고 했다. 이왕이면 제대로 도와주고 싶어서 결혼식 대본까지 맡았다. 예식장에 기본으로 정리된 대본이 있었지만 공연을 하는 배우라서 공연처럼 진행하고 싶었다. 결혼식 몇 달 전부터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본을 썼다. 신랑 신부 모두 공통된 소원이 있었다. 양가 부모님께서 많은 고생을 하셨기에 자신들보다 부모님들이 더 빛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소원이었다..
[만물상] 5촌부터 결혼 허용 검토, 그 근거는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2.28. 20:39 업데이트 2024.02.29. 02:13 유럽에선 4촌 이내 친족 결혼이 드물지 않았다. 영국은 19세기까지 전체 혼인의 5%가 사촌간 결혼이었다. 스웨덴은 4촌일 경우에만 당국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유전병이 있는지 확인한 뒤 허가한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의 장편 ‘좁은 문’도 사촌 누나와 결혼한 작가 자신의 경험을 녹인 자전 소설이다. 역사도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남동생 프톨레마이오스 13세와 결혼했다가 그가 죽자 다른 남동생과 결혼했다. ▶동양에서도 드물지 않았다. 신라 김유신 장군은 여동생을 훗날 왕이 되는 친구 김춘추에게 시집보낸 뒤 두 사람이 낳은 딸과 결혼했다. 고려 왕가의 가계는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막장 수준..
♥[5분 명상] 머리~발끝으로 흐르는 샤워 줄기 느낌에 집중… 몸도 마음도 씻어내자 박희승·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입력 2024.02.28. 03:00 오늘은 샤워하면서 명상하는 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하루 중 언제 샤워하시나요? 대개 아침이나 저녁이지요? 하루의 시작과 끝에 한다는 점에서 샤워 명상은 중요합니다. 흔히 우리는 몸을 씻으면서도 마음은 회사 일이나 뉴스, 이런저런 근심 걱정을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샤워는 그냥 행위의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되어 버립니다. 몸은 여기에서 샤워하지만 마음은 천지 사방으로 떠돌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에 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샤워할 때 몸을 씻으면서 마음도 같이 씻어 보세요. 먼저 샤워를 시작할 때 ‘이 샤워를 하면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자’고 다짐합니다. 물로 몸을 청결하게 하면서 잡념과 스트레스도 깨끗이 씻..
♥[자작나무 숲] 내 이름이 그대에게 무엇이리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4.02.27. 03:00 시대를 상징한 수많은 이름들, 그러나 이름은 혹여 덧없는 껍데기는 아닌가 장미는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향기롭거늘… 셰익스피어가 던진 질문에 푸시킨이 200년 뒤 詩로 화답한 듯… “그리움으로 나를 기억하고 불러주오” 물론 이름도 유행을 탄다. 매년 새로운 학생들 출석부를 받아 보며 확인하는 사실이다. 사법부가 내놓은 시대별 통계도 있고, 사설 기관이 분석한 자료도 나와 있는데, 2022년에 가장 인기 높던 신생아 이름은 이서·서아·지아(여), 이준·시우·서준(남)이었다 한다. 194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40년대 대표 이름은 영수·영자, 50년대는 영수·영숙, 60년대 영수·미숙, 70년대 정훈·은주, 80..
19금 뺨치는 ‘알·테·쉬’ 앱... ‘미끼상품’ 음란물 마구 쏟아져 송혜진 기자 입력 2024.02.27. 03:18 업데이트 2024.02.27. 05:06 中 이커머스 업체몸집 불리기 위해 음란·불법상품들 마구잡이로 판매 “성인 인증 없이도 이상한 상품을 막 볼 수 있더라고요.” 최근 유명한 중국 온라인 쇼핑 앱인 알리익스프레스를 검색하던 직장인 이모(37)씨는 추천 검색어에 ‘흥분 유도제’ ‘섹시돌’ 등이 올라온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앱을 지웠다고 했다. 혹시나 아이들이 휴대폰을 만지다가 볼까 봐 걱정돼서다. 이씨는 “(중국 이커머스 앱에서) 어른인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이상한 물건을 쉽게 검색하고 살 수 있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권모(48)씨는 최근 주변 권유로 휴대폰에 쇼핑 앱 테무를 깔았더니 ‘밸런타인데이 위한 약’ 같은 팝업 광고가 수시로..
[만물상] 도로 위 흉기 최원규 논설위원 입력 2024.02.26. 20:48 업데이트 2024.02.27. 01:48 1980년대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일어난 사고다. 차를 몰던 남편이 갑자기 쾅 하는 소리에 놀라 급히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자리에 탄 아내가 숨져 있었다. 앞서 달리던 화물차 바퀴에서 튀어나온 돌이 차 유리를 뚫고 아내를 친 것이다. 뒤로 튀어나온 돌의 속도에 차량 속도까지 더해 끔찍한 사고가 난 것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런 날벼락이 화물차 주변엔 상존한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에서 수거한 낙하물은 연간 20만~30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차량 부품·합판·의자에다 가끔 돼지도 떨어진다. 시속 80㎞만 넘어도 전방 화물차에서 떨어져 느닷없이 날아오는 작은 물건이 뒤따르는 차..
[만물상] AI에 밀려나는 어문학과들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2.25. 20:30 업데이트 2024.02.26. 00:44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비결로 어학을 통한 선진 문명 학습이 꼽힌다. 도쿠가와 막부 때부터 네덜란드어를 배워 앞선 의학과 선박 제조 기술을 익혔다. 19세기 영국과 미국 전함의 위용을 잇달아 목격한 뒤엔 영어로 방향을 틀었다. 막부는 네덜란드어만 알던 통역관들에게 “목숨 걸고 영어를 배우라”고 명했다. 뒤늦게 근대화에 나선 우리도 다르지 않았다. 구한말 외교 고문 묄렌도르프는 ‘조선이 개화하려면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고종에게 권해 1898년 한성에 독일어학교를 세웠다. ▶신생 대한민국의 외국어 학습 열망도 뜨거웠다. 8·15 해방 직후 교육과정에 영어·독어·불어·중국어가 포함됐다. 1..
끼어들기 후 급제동 3회, 2심서 무죄로 뒤집힌 이유 法 “공포심 일으킬만하지 않아… 22년간 교통법규 위반 없어” 방극렬 기자 입력 2024.02.25. 16:26 업데이트 2024.02.25. 20:18 동부간선도로에서 여러 차례 급제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운전자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차량 간 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가해자로 지목된 운전자가 과속 단속을 피하고자 속도를 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가해 운전자가 22년간 교통법규를 한 번도 위반한 적 없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재판장 이태우)는 지난 6일 급제동 보복 운전을 했다는 혐의(특수협박)로 기소된 운전업 종사자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2..
이재명 체포 동의안이 비명계 공천 살생부로 작년 9월 가결 때 반란 최소 29표… 공천 하위 20%, 비명계 등 31명 박상기 기자 입력 2024.02.24. 03:00 업데이트 2024.02.24. 06:53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경선 8곳과 단수공천 12곳 등 20개 선거구에 대한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선 8곳 대부분이 비명계로 분류되는 현역 지역구 의원이 친명계 도전자와 맞붙는 구도다. 반면 친명계 인사들은 대거 단수 공천을 받았다. 비명계 설훈 의원은 이날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에선 비명계가 경선에 부쳐지고 의원 평가에서 하위 평가를 받아 퇴출 위기에 몰린 것을 두고 “결국 이 모든 상황이 작년 9월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에서 시작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꿈·사랑·죽음도 사고파는… 모든 걸 거래하는 세상은 행복한가 특집 : 지금 문학은 이영관 기자 입력 2024.02.24. 03:00 문학은 바다에 떠있는 부표 같습니다. 현실이란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를 꿈꾸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Books는 그 부표로서 매달 ‘지금 문학은’ 특집을 선보입니다. 최근 소설을 엄선하고 소설들이 공유하는 키워드로 지금이란 현실을 다시 읽습니다. 이달의 키워드는 ‘거래’입니다.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는 시대의 희비극을 조명합니다. 문학 현장을 종횡무진하는 이들이 다채로운 부표를 더합니다. 문학평론가 강동호 인하대 교수가 이달의 시집을 골랐습니다. 동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을 받은 윤고은 소설가가 장르 소설을 추천합니다. 독자 각자의 지금을 떠올려보시기를 바랍니다. 무엇이든 사고팔 수 있..
[만물상] 일본이 부러워하는 ‘한국 그린벨트’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2.22. 20:28 업데이트 2024.02.23. 01:07 1971년 6월 박정희 대통령이 건설부 국토계획 국장을 호출했다. 청와대에 달려가니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도 와 있었다. 박 대통령이 서울 외곽에 둥근 띠를 그린 뒤 “그린벨트라는 거 있지, 그거 한번 해봐”라고 지시했다. 한 달 뒤 건설부가 “서울 세종로에서 반경 15㎞ 원형을 따라 폭 2~10㎞의 영구 녹지를 지정한다”고 고시했다. 한국형 그린벨트의 탄생이었다. ▶박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을까. 주영국 대사로부터 영국 그린벨트 얘기를 듣고 관심을 두게 됐다는 설명이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연관 짓는 해석도 있다. 경부고속도로 재원 마련을 위한 체비지 매각이 신통치 않자 투기 붐이 일었던 서울 외..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손을 잡는다, 옛날엔 데이트 지금은 부축”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4.02.22. 03:00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틀었다가 어느 배우가 노래하는 걸 듣게 되었다.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노래에 감정을 싣는 솜씨가 상당했다. 품위 있는 가사로 된 노래를 선곡한 식견도 식견이지만,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게 하는 또렷하면서도 편안한 발성이었다. 그래서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눈을 떼지 못했다. 노래는 저런 것이라고, 저렇게 불러야 하는 것이라고 감탄했다. 나처럼 노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이 들어도 하던 일을 멈추고 빨려들게 하는 흡인력이 있었다. 그는 원곡자 다음으로 원곡자의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었다. 그 노래를 부르는 원곡자를 볼 때면 생각했었다. ‘어쩌면 저렇게 숨 쉬듯 편하게 부르지?’라고. 대충 부르는 것 같지..
[만물상] 7월 14일 ‘탈북민의 날’ 이용수 논설위원 입력 2024.02.21. 20:28 업데이트 2024.02.21. 23:51 북에서 남으로 온 사람들은 시기별로 달리 불렸다. 과거엔 ‘실향민’ ‘귀순자’였는데 1990년대 중반 굶주리다 못한 북 주민 수십만 명이 중국으로 쏟아져 나오자 ‘탈북자’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탈북자의 한국 입국 통계도 이때부터 작성됐다. 2002년 1년간 1000명을 돌파해 김정일 말년엔 연간 3000명에 육박했다. 김정은 집권 후 단속이 강화되자 1000명대로 돌아갔다. 코로나 기간엔 두 자릿수로 줄었다. ▶누적 탈북자는 작년 말 현재 3만4078명이다. 72%가 여성이다. 이들이 중국서 겪는 일은 비극적이고 참혹하다. 헐값에 팔려 와 중국인과 강제 결혼한다. 말이 결혼이지 감금과 성·노동 착취를 당하..
[단독] 홍콩 ELS 배상, 과거 이익은 손실서 공제 정부 ‘불완전 판매’ 배상안 윤곽 황지윤 기자 입력 2024.02.19. 05:00 업데이트 2024.02.19. 08:08 금융 당국이 홍콩 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여러 번 재가입했다가 이번에 대규모 원금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손실을 배상하되, 이들이 과거에 벌었던 이익의 일부를 손실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온라인과 증권사를 통해 가입한 일부 투자자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수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 ELS 상품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금융 당국 배상안의 윤곽이 잡힌 것이다. 18일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홍콩 H지수 ELS 투자로 과거에 벌어들인 이익은 손실에서 공제하고, 온라인과 증권사를 통해 가입한 상품은 배..
골병 든 中企… 4년새 적자폭 5배, 이자비용 40% 늘어 비금융 상장사 670곳 실적 분석 강다은 기자 입력 2024.02.21. 03:00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 완구 업체는 작년 3분기 매출 100억7000만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16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분기에도 흑자는 못 냈지만 영업손실이 6억원 정도였는데 4년 만에 적자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업체 대표는 “저출생 여파로 장난감 수요는 줄고, 고물가 때문에 ‘파격 할인’ 없이는 소비자의 눈길을 잡기 어렵다”며 “고금리에 이자 부담만 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작년 3분기에 대출이자로만 2억3000만원을 썼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적자 폭 확대와 이자 비용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깊은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 때 대..
[만물상] 다이소족(族)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2.20. 20:43 업데이트 2024.02.20. 23:59 일본의 초저가 유통 업체 다이소의 창업자 야노 히로타케(80)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다이소는 ‘크게 번창한다’는 뜻의 회사이름 대창(大創)의 일본어 발음이다. 브랜드명은 일본에서 건너왔는데 한국 다이소는 더 진화해 ‘다이소족(族)’ ‘다이소 팬덤’ ‘다이소 VIP’ 같은 온갖 유행어와 함께 독특한 소비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탕진잼의 성지’ ‘미친 물가 속 만만하게 사치하는 곳’으로 불린다. 돈을 펑펑 쓰는 즐거움을 누린다는 뜻의 유행어가 ‘탕진잼(탕진+재미)’이다. 백화점 VIP가 되려면 연간 소비액이 수천만원은 되어야 하는데 ‘다이소 VIP’ ‘다이소 만수르’들은 “10만원 질렀습..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대한민국은 아직도 ‘건국 전쟁’ 중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4.02.16. 03:00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태어난 대한민국 그걸 부정하는 친북·종북 세력 여전해 ‘북한의 전쟁관은 정의’라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려도 쉽게 잊히는 사회 뒤늦게나마 제대로 된 영화 반갑지만 나라 건국 이야기는 진작 상식 됐어야 보름이 넘은 일이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렸으나 일주일이 지나 언론에 보도되며 비로소 알려진 윤미향 의원 주최 공개 토론회 발언들 때문이다. 이날 첫 번째 발표자인 ‘부산 평화통일센터 하나’ 김광수 이사장은 “통일 전쟁이 일어나 그 전쟁으로 결과의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전쟁관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북한의 전쟁을 ‘정의(正義)의 전쟁관’이라..
♥[만물상] 193번째 수교국 이하원 기자 입력 2024.02.15. 20:20 업데이트 2024.02.16. 02:08 1990년대 중반 한국의 한 여행객이 쿠바를 방문했을 때 가이드는 김일성대 출신이었다. 북한식 억양이 묻어나는 한국말로 통역했다. 하루는 그가 호텔 방으로 전화해 “피델 카스트로가 호텔에 왔다”며 빨리 내려오라고 했다. 뛰어가 보니 카스트로가 탄 차를 60~70대로 보이는 자원봉사자들이 어슬렁거리며 경호하고 있었다. 삼엄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산주의 국가지만 북한과는 다른 체제라는 감이 왔다. TV에선 “생필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카스트로를 비판하는 방송이 자주 흘러나왔다. ▶쿠바는 공산당 독재체제에 후진국 중 후진국이지만, 이상한 매력이 있는 나라다. 여행 사이트엔 바닷가 선술집, 물라토(혼혈) 여인들 ..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가장 우울한 나라? 한국 젊은 세대의 생각은 다르다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입력 2024.02.15. 03:00 마크 맨슨·대니얼 튜더 “韓, 유교·자본주의의 부정적 결합” 영미권이 생각 못한 유교의 가장 큰 특성은 최상급 능력주의 반지성주의·음모론 그들이 더해… 우리 관점서 새 대화 필요 마크 맨슨이라는 미국 자기 계발 작가가 올린 ‘나는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는 영상이 화제다. 맨슨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는 유교와 자본주의의 부정적 결합으로 탄생했다. 가족과 집단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는 유교 문화는 낮은 성취에 수치심을 부여하고 엄청난 사회적 압박을 준다. 여기에 더 많은 물질적 부를 얻기 위한 끝없는 경쟁을 핵심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결합했고, 한국인들은 그 어떤 나라보다 혹독한 경쟁에 시달린다. 이를 ..
AI 승자가 추천한 의외의 미래 전공 [만물상]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2.14. 20:35 업데이트 2024.02.15. 01:18 최근 미국 증시의 강세장을 이끄는 대표 기업이 엔비디아다. 주가가 파죽지세로 올라 아마존을 제치고 시가총액 4위가 됐다. 곧 3위 알파벳(구글 모회사)도 추월할 기세다. 그렇게 되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글로벌 빅3 기업’이 된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한 엔비디아야말로 AI시대 최고 승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나는 항상 30일 뒤 망한다고 생각하면서 일해왔다.”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의 말이다. 그는 친구 둘과 1993년 GPU(그래픽처리장치) 전문 기업을 세웠다. 1963년 대만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교육열 덕에 9세 때 형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배달·웹툰 시장 줄고, 공연 매출·감기 늘었다 ‘엔데믹 1년’ 2023년 결산 권순완 기자 강우량 기자 입력 2024.02.14. 03:41 업데이트 2024.02.14. 09:52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2월 8일,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103만8000원을 찍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면 접촉을 기피하면서 비대면 모바일 게임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였다. 하지만 13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20만500원으로 마감했다. 코로나 특수가 꺼지고 엔데믹(풍토병화)이 뚜렷해지자 주가가 3년 만에 5분의 1토막 난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작년 매출은 1년 전보다 31%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75% 감소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엔씨소프트는 최근 사모펀드 업계 출신인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하고, 기업..
♥왼발, 오른발… 내딛는 발 따라 마음도 집중! [5분 명상] 박희승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입력 2024.02.14. 03:00 걸으면서도 명상을 할 수 있나요? 물론이죠. 걷기 명상이 있습니다. 명상은 조용한 곳에서 앉아서 하는 것도 좋지만, 걷기처럼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동중(動中) 공부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걸으면서 어떻게 명상할까요? 걸음은 평상시처럼 걷되 마음을 호흡에 집중하거나 발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잡념을 비우고 걸으면 됩니다. 걷기 명상 할 때는 시선을 자기 키 정도 앞쪽 바닥에 두고 걷는 것이 좋습니다. 두리번거리면 마음이 시선을 따라 오락가락하며 산만해지지요. 그러니 시선은 아래로 바닥을 보되, 걸음걸이는 평상시처럼 걷습니다. 이렇게 걸을 때 땅을 내딛는 발에 마음을 집중해 보세요. 오른발을 내디디면서 마음도 오른발에 집중하는..
[만물상] 영화 정치 내로남불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2.13. 20:46 업데이트 2024.02.14. 01:40 2012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현지에서 개봉된 ‘2016: 오바마의 미국’은 노골적인 반(反)민주당 영화다. 오바마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그러잖아도 좌파 정책에 휘청이는 미국이 결정타를 맞는다는 보수파의 주장을 담았지만 근거가 빈약했다. 4년 뒤 친(親)민주당 영화인들이 반격에 나서 만든 작품이 ‘더 퍼지: 선거의 해’다. 괴물이 된 보수 정치인이 진보 성향 국민을 살해한다는 황당 공포물로 트럼프를 괴물에 비유했다. 둘 다 수준 낮은 작품이었지만 진영의 지지에 힘입어 스크린에 걸리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한국에서 영화와 정치의 관계는 미국보다 더 밀접하다. 정식 분류는 아니지만 충무로 영화가엔 ‘대선용 영화’ ‘..
못 쓰고 남긴 초중고 교육 예산 年 7조5000억 교육교부금, 국가장학금 지원 검토 최은경 기자 입력 2024.02.13. 03:21 정부는 대학생들에 대한 국가 장학금 지원을 대폭 늘리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알려졌다. 현재 내국세의 20.79%를 시·도 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수년째 남아돌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교육부에 따르면, 시·도 교육청 17곳이 2022년 다 쓰지 못하고 남기거나 다음 연도 회계로 넘긴 예산은 총 7조5000억원에 달한다. 문화체육관광부 1년 예산(6조7000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교육청이 한해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 예산 규모는 2018년 6조7000억원, 2019년 6조6000억원, 2020년 4조4000억원, 2021년 3조8000억원 등 매년 수조 원에 달한다. 이..
“거울아 거울아, 누가 몰카 찍니?” 에스컬레이터 벽은 알고 있다 김동현 기자 입력 2024.02.13. 03:00 업데이트 2024.02.13. 06:31 일본 기차역 에스컬레이터 벽에 몰카 방지용 특수 거울 시험 설치 일본의 한 철도 회사가 도촬(도둑 촬영)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차역 내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볼록 광각 거울’을 설치했다. 자동 계단인 에스컬레이터에서 앞선 사람이 거울을 통해 뒷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해 몰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 것이다. 12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사이타마 고속철도는 지난해 12월 사이타마현에 있는 우라와미소노역 승강장에서 개찰구를 향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측면 벽에 특수 거울들을 설치했다. 이 거울은 하나가 A4 용지보다 조금 큰 A3 정도 크기(가로 30㎝·세로 42㎝)다. 에스컬레이터 진행 방향을 따라 손을 놓는 ..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새만금엔 없고 ‘팜 주메이라’에는 있는 것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4.02.13. 03:00 새만금, 계획 없이 일단 땅만 만들어… 아직도 비전 보이지 않아 팜 주메이라, 땅 가치 높이려 물과 접하는 면적 많은 야자수 모양 낮은 주거용 건물 지어 비싸게 매각… 창의적 공간 ‘패턴’이 경쟁력 새만금은 33.9㎞의 방조제를 만들어서 291㎢의 간척지와 118㎢의 호수를 만든 프로젝트다. 20년 넘게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팜 주메이라는 두바이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로 총 면적은 5.7㎢다. 면적상 팜 주메이라는 새만금의 51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작은 프로젝트다. 그러나 경제적 이득은 새만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프로젝트다. 팜 주메이라의 고급 빌라들은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유명..
“난 이승만을 너무 몰랐다”...‘건국전쟁’ 상영관마다 눈물과 박수 [만물상]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2.12. 20:22 업데이트 2024.02.13. 00:26 이승만의 생애와 업적을 조명한 다큐 영화 ‘건국전쟁’ 상영관은 전국 301곳에 이른다. 처음 132곳에서 시작해 두 배를 넘었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그가 만든 나라에서 살아온 국민의 상봉이 그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영화가 상영되는 100분 동안 누군가는 어둠 속에서 한숨을 내쉬었고, 누군가는 손수건을 꺼내 눈을 닦았다. 필자도 영화를 보다가 여러 번 가슴이 뛰고 눈이 뜨거워졌다. ▶각종 감상평 사이트엔 “이승만을 몰랐던 내가 부끄럽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베스트셀러 ‘세이노의 가르침’의 저자는 “이제까지 이승만에 대해 갖고 있었던 생각이 편향적이었음을 고백한다”고 했다. 영화를 만든 김덕영 감독조차 “오랜..
[유석재의 돌발史전] “요즘 젊은 것들은…” 아직도 이런 말 쓰세요? 유석재 기자 입력 2024.02.09. 00:00 업데이트 2024.02.09. 03:53 요즘 TV에서 ‘미스트롯3′와 ‘현역가왕’을 보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모든 연령층이 함께 시청하는 게 가능한 프로그램이 트로트 오디션 말고 과연 또 뭐가 있을까? 없을 것 같은데.” 그런데 이것도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현역가왕’의 한 장면. 젊은 가수가 ‘그 잡채’라는 가사가 든 노래를 부르자 심사위원 중 연장자인 남진이 알아듣지 못하고, 40대인 이지혜가 ‘요즘엔 자체라는 말을 발음이 비슷한 잡채로 쓰는 경우가 있다’고 ‘통역’해 주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사실 지금 대한민국은 연령대에 따라 쓰는 언어 ‘잡채’가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은 웬만해선 같은 장소에 함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