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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검찰 해체 법안,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먼저 보라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입력 2025.07.10. 23:51 추석 전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국회에서 심의 중인 이른바 ‘검찰 해체 법안’은 우리나라 수사와 기소 구조의 근본적 전환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형사 사법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닌,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직결된 제도다. 특히 정보와 자원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에게는 급격한 변화가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장애인으로서 장애인권법센터에서 변호사로 일해 왔다. 학대 피해 아동과 장애인 등 취약한 피해자를 지원해 온 입장에서, 이번 제도 변화에는 우려할 지점이 많다. 첫째, 검찰 제도의 존재 이유는 직접 수사가 아닌 수사 통제다. 지난 70여 년간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보고, 위법하거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기소 여부를 판단..
[만물상] '아저씨들은 죄가 없습니다' 이인열 기자 입력 2025.07.10. 20:40 업데이트 2025.07.11. 00:08 엊그제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선 한 애널리스트의 투자 리포트가 화제였다. “요즘 러닝화 주가가 안 되는 건 아저씨들이 신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당돌한 문구로 시작하는 이 리포트는 ‘호카(Hoka)’ ‘온러닝(On Running)’ 같은 브랜드 기업들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4050 아재‘ 탓이라고 분석했다. 2030 세대가 열광하던 러닝화 브랜드를 이젠 중장년층이 찾는 바람에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주가도 내려간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나이키·아디다스 같은 전통 기업이 장악하던 시장에서 순식간에 글로벌 신흥 강자로 떠오른 브랜드다. 혁신에 나태했던 기존 브랜드에 싫증 난 2030의 소비가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요즘엔 여자 주인공 품에 남자 주인공이 안기네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5.07.09. 23:52 업데이트 2025.07.10. 00:16 '미지의 서울' 등 드라마·영화는 구시대의 性역할 탈피 남자답지 못한 '에겐남', 여자답지 못한 '테토녀'의 조합 구습의 추종자들이여, 이 시대의 추구미를 이해합시다 202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슬픔의 삼각형’은 상반신을 벗은 남자 무리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모델 오디션장의 대기실, 리포터의 시선을 카메라가 따라간다. 리포터의 첫 질문은 “남자 모델의 조건이 뭘까요?”다. “잘생겨야겠죠”라고 대답한 남자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 민망하게 웃는다. 리포터는 다른 남자에게 다가가 이렇게 묻는다. “오늘 오디션에서는 도도상(도도한 브랜드)으로 설 건가요, 아니면 만만상(만만한 브랜드)으로 설 ..
[만물상] 고발 위기 'BTS 아버지' 어수웅 논설위원 입력 2025.07.09. 21:32 업데이트 2025.07.10. 00:10 ‘방탄소년단’(BTS)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살아가면서 겪는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자(방탄)”는 대외적 의미다. 또 하나는 사적이고 직설적이다. ‘방시혁이 탄생시킨 소년단’. 지금 그는 시가총액 10조원를 훌쩍 넘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의 의장이다. ▶BTS가 글로벌 대성공을 거둔 2019년, 방시혁 의장은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그는 자신을 ‘분노하는 방시혁’으로 불렀다. “오늘의 방시혁을 만든 에너지의 근원은 분노였다”면서 “적당히 일하는 무사안일에 분노했고, 음악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분노했고, 사회적 저평가에 분노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서울대 졸업생들 앞길에도 무수한 부..
[만물상] 거북선과 '방위 산업의 날' 양승식 논설위원 입력 2025.07.08. 20:19 업데이트 2025.07.08. 23:53 1971년 11월, 설립 1년을 갓 넘긴 국방과학연구소(ADD: 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에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왔다. 한 달 안에 소총, 기관총, 박격포 등을 만들어 오라는 내용이었다. ‘번개처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번개 사업’이라 명명됐다. ADD 연구원들은 서울 청계천 철물 공구점 등을 드나들며 장비를 구했고 미국 무기를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시제품을 완성했다. 그해 12월 16일 청와대에서 시제품 전시회가 열렸고, 24일엔 실사격을 했다. 사격은 개발 책임자였던 구상회 박사가 직접 해야 했다. 무기가 창틀용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탓에 차출된 병사가 겁..
초단기 알바도 실업급여 받는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줄지만… 자영업자 부담은 더 커져 김아사 기자 정해민 기자 입력 2025.07.08. 00:50 업데이트 2025.07.08. 19:38 대표적 사회보험인 고용 보험의 가입 기준이 30년 만에 바뀐다. 고용노동부는 7일 고용 보험 적용 기준을 현행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프리랜서나 초단기 근로자 등도 고용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고용 보험료 부담도 함께 높아져 논란이 예상된다. 고용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을 이날 입법 예고했다. 현행 고용보험법은 근로시간이 주 15시간(월 60시간) 미만인 근로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이 적은 노동자들의 고..
[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퇴직하면 뭐 먹고 살지? 조선 관리들도 노후 고민했어요 퇴직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 입력 2025.07.08. 00:32 최근 퇴직금을 한 번에 받는 대신 매달 나눠 받는 ‘퇴직연금제도’로 바꾸려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년을 맞은 이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인데요.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은 사회보장제도가 없었던 과거엔 퇴직 이후 어떻게 생활을 이어갔을까요? 오늘은 조선 시대의 관리들이 퇴직 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관리가 70세가 되면 벼슬에서 물러나던 ‘치사(致仕)‘ 관행이 있었어요. 평균 수명이 길지 않았던 시대,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게 하는 취지였죠. 실제로 조선의 일부 왕들은 치사한 전직 관리에게 녹봉을 주거나, 연회를 베풀어 술과 음식을 내리기도 했지요. 퇴직한 관리..
[윤명숙의 시니어하우스 일기] [3] 일년 넘게 밥을 같이 먹은 짝꿍이 돌연 사라졌다 윤명숙 작가·화가 입력 2025.07.07. 23:30 업데이트 2025.07.08. 15:46 '식당 친구'로 가깝게 지낸 그녀, 언질도 없이 어느 날 퇴소 여기선 언제 헤어질지 몰라… 곁에 두지만 곁을 주진 않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데 까치 한 쌍과 멥새 두 마리가 솔가지 사이를 휘젓고 다닌다. 자세히 보려고 일어나니 낌새를 알아챈 놈들이 총알같이 날아가 버린다. 혹시나 다시 오려나 하고 식빵을 뜯어 창문턱에 뿌려놓고 다음 날 보니 흔적도 없다.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다고 소문이 났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녀석들 덕에 창밖 풍경에 생기가 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새와 좋은 관계를 틀 때는 아니다. 당장 이웃과 친분을 쌓아가는 게 시급하다. 성격상 나는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
[만물상] 백악관의 독립기념일 격투기 어수웅 기자 입력 2025.07.07. 20:52 업데이트 2025.07.08. 00:00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07년 WWE(세계 레슬링 엔터테인먼트) 경기장에서 직접 주먹을 날렸다. 대회 명칭은 ‘억만장자 대결’. 원래는 WWE 회장 빈스 맥마흔과 각각 대리 선수를 내세워 패배한 쪽이 삭발하는 이벤트였는데, 관중석의 트럼프가 뛰쳐나가 맥마흔의 목을 감고 쓰러뜨린 뒤 펀치를 날린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이 영상에서 그는 결국 링 위 의자에 결박된 맥마흔의 머리를 전기 바리캉으로 끝까지 밀어버린다. 물론 사전 각본대로였다. ▶실제 격투인 UFC(종합 격투기 대회)와의 인연도 2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특유의 잔인함과 폭력성 때문에 ‘인간 닭싸움’으로 비난받으며 UFC가 경기장 섭외에 어려움을..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78] 옛 사진 문태준 시인 입력 2025.07.06. 23:46 옛 사진 수십 년 전 시간들이 힘겹게 빠지느라 인화된 사각 종이 오늘만큼 늙어 있다 이름만 남겨 놓고서 지워진 사람도 몇, 함께한 얼굴들이 과거에서 돌아 나와 웃던 이는 웃음만큼 넌지시 눈짓한다 가슴에 빈방 있냐고 세 들어 살겠다며, -이승은(1958-) ------------------- 앨범을 펴서 옛 사진을 볼 때가 있다.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의 흰 모래사장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폼이 나게 차려입고 화단 앞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결혼식과 같은 경사가 있을 때에 그것을 기념하려고 가족 친지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사진 뒷면에는 사진을 찍은 날짜를 적어 놓고 또 함께 찍은 사진 속 사람들의 이름도 더러 적어 놓기도 했는데, 이제 그 사진은 색이..
[만물상] 저물어가는 아파치 양승식 논설위원 입력 2025.07.06. 21:04 업데이트 2025.07.06. 23:47 아파치 공격 헬기(AH-64)의 별명은 ‘전차 저승사자’다. 1991년 걸프전에선 전차 278대를, 2003년 이라크전 때는 전차 80여 대와 장갑차 140여 대, 포 250여 문을 파괴했다. 공대지미사일 헬파이어 16기와 2.75인치 로켓 76발을 탑재해 장거리에서부터 적 전차를 제압하는 위력이 대단했다. 아파치 헬기는 1986년 미 육군에 처음 도입된 뒤 40년간 최강으로 군림했다. 영화에도 단골로 등장해 위용을 과시했는데, 심지어 전투기와도 겨룰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되곤 했다. ▶아파치라는 이름은 미국 남서부에 사는 원주민 아파치족에서 따왔다.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의 척박한 사막에 살던 아파치족은 기마술과 ..
[만물상] '나홀로 어린이' 비극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5.07.04. 20:44 업데이트 2025.07.04. 23:56 몇 해 전 호주에 파견 나간 회사원이 아이를 전학시키기 위해 현지 초등학교 교장과 면담했다. 한국인이라고 하자 교장은 대뜸 “아이 혼자 등교시켜선 안 되고 하교 때도 부모나 가이드가 오지 않으면 아이를 내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교장이 “한국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혼자 보내고 외출할 때도 아이 혼자 두고 나가던데 여기서 그랬다간 아동 학대로 경찰서에 갈 수 있다”고 말하는데 얼굴을 못 들겠더라고 했다. ▶한국인은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이 범죄란 인식이 약하다. 몇 해 전 해외여행을 갔던 법조인 부부는 자녀를 20여 분 남짓 차에 두고 쇼핑 센터에 들렀다가 현지인 신고로 체포돼 벌금을 물었다. 미국에서 홀로 ..
[유현준의 공간과 도시] 공간 수축의 시대에 살아남는 법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5.07.03. 23:53 업데이트 2025.07.04. 14:04 우리는 재산을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눈다. 동산은 움직이는 자산으로 현금이나 주식을 말한다. 부동산은 움직이지 않는 자산으로 땅이나 건물 같은 것을 말한다. 부동산은 다시 말해서 공간 자산이다. 공간이 많이 확보된 사람은 이를 자산으로 삼아서 돈을 벌 수 있다. 건물을 가진 사람이 임대 수익을 얻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과거 농업 시대에는 부가가치를 만들려면 농사지을 땅이 많아야 했다. 제국은 옆 나라를 침공해서 영토를 확장하고 토지와 노예를 확보했다. 그렇게 국가 GDP를 늘려나갔다. 반면 영토를 확장하지 못한 나라는 GDP가 정체되는 것이다. 침략 전쟁 말고 상업으로 돈을 버는 방법도 있다. 그러..
[만물상] 연봉 1300억원 인재 쟁탈전 이인열 기자 입력 2025.07.03. 20:28 업데이트 2025.07.03. 23:57 요즘 실리콘밸리의 최대 화제는 오픈AI와 메타 간에 벌어진 인재 쟁탈전이다.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메타가 사내에 초지능(ASI)팀을 만들고 오픈AI의 핵심 개발자 8명을 빼 가면서 양측 공방에 불이 붙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몸값이었다. 첫해 연봉이 1억달러(약 1360억원)라고 한다. 천재 1명이 1만명을 먹여 살린다지만, AI 시대 빅 브레인(천재급 인재)의 몸값은 하늘을 뚫는다. ▶산업화 시대엔 공장 지을 시간이 없어 M&A(인수·합병)를 했다. AI 시대엔 사람 키울 시간이 없어 M&A를 한다.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인 ‘어크 하이어(acq-hir..
♥민원 전화 두려운 MZ 공무원에 "괜·실·번·죄·바 기억하세요" 서울시, 통화 응대 요령 가르쳐 김명진 기자 입력 2025.07.03. 00:53 업데이트 2025.07.03. 07:33 “자, 따라 해 보실까요? 괜, 실, 번, 죄, 바!” 지난 1일 서울시청 대회의실. 강단에 선 민원기획팀 임유미(42) 주임이 큰 소리로 외치자 시청 직원 100여 명이 웃으며 따라 했다. 괜, 실, 번, 죄, 바는 “괜찮으시다면” “실례합니다만” “번거로우시겠지만” “죄송합니다만” “바쁘시겠지만”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요 말을 먼저 던지면서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대화가 훨씬 부드러워질 거예요. ‘쿠션’을 주는 거예요.” 임씨는 민간 항공사 고객만족팀 출신의 ‘전화 응대 베테랑’이다. 공무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임씨 설명을 받아 적었다. 이날 특강 주제는 ‘전화 응대..
♥[천현우의 세상 땜질] SNS를 삭제하자 불행하다는 감정이 사라졌다 천현우 용접공·작가 입력 2025.07.02. 23:55 소셜미디어(SNS)는 사회악으로 자주 지목당한다. 실제 개인이나 사회에 끼치는 부작용이 크다.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광장의 풍경은 말처럼 아름답지 않다. 흐름은 너무나 빠르고 헛소리가 난무하며 나쁜 감정이 화장실 안 곰팡이처럼 퍼져나간다. 그 해악을 알면서도 SNS를 좀처럼 놓지 못했다. 어느덧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글로 먹고살게 해준 계기라는 점도 작용했다. 나는 SNS에 쓴 글로 시작해 정식 매체의 기고 제안을 받아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예전처럼 특정 매체가 정제한 발언만 전파력을 가졌다면 이런 기회를 잡지 못했으리라. 귀중한 만남 기회도 많이 얻었다. 여러 사람과 실제로 마주하는 동안, 내가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무..
♥나의 가장 큰 천적은 '나'… 동주는 "와서 뜯어먹어라" 외쳤다 [윤동주 80주기 / 어둠 넘어 별을 노래하다] [8] 유혹의 거부 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5.07.02. 23:50 업데이트 2025.07.03. 00:15 간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 1941. 11. 29. 최근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 “나의 가장 큰 천적은 나”라는 대사가 나와 사람들 입에 한참 오르내렸다. 이 구절..
[만물상] '빨리빨리' 무한 확장 이인열 기자 입력 2025.07.02. 20:48 업데이트 2025.07.02. 23:57 얼마 전 서울의 어느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사람이 소주에 타서 먹을 레몬을 찾았다. 식당 주인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30분도 지나지 않아 식탁에 레몬이 놓였다. 주인이 구해 온 줄 알았더니 회식에 참석한 신입 직원이 B마트에 주문한 것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인 B마트는 웬만한 대형 마트 상품은 모두 갖춰 놓고, 1만5000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료 공짜, 그 이하 주문 때 3000원을 더 내면 30분 안팎에 ‘퀵 배송’으로 보내준다. 레몬 3개들이 4팩(1팩당 4480원)이면 배달료 공짜였다. ▶국내에서 퀵 배송을 최초로 도입한 시점엔 여러 설이 있지만 1990년대 초 일본처럼 오토바이를 활용해 소형 전자제품..
[만물상] 한국은 선진국? 나지홍 논설위원 입력 2025.07.01. 20:35 업데이트 2025.07.01. 23:50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이먼 쿠즈네츠(1901~1985년)는 전 세계 국가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선진국과 후진국, 일본, 아르헨티나다. 그가 살았던 20세기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이 된 나라는 일본뿐이었고, 선진국에서 후진국이 된 나라는 아르헨티나뿐이었다. 쿠즈네츠는 후진국이 선진국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이 불가능한 일로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한국이 그 별을 땄다. 쿠즈네츠가 살아 있다면 제 눈을 의심했을 것이다. ▶대부분 국제기구들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 지 오래다. 1996년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고, 2010년에는 회원국 중에서도 원..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AI 강국을 만들겠다는 새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것 박건형 콘텐츠앤AI전략팀장 입력 2025.06.30. 23:55 1880년 프랑스 정부는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에게 볼타상을 수여했다. 벨은 상금 5만달러로 미국 워싱턴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벨 연구소(Bell Labs)’에서 전파망원경, 형광 현미경, 트랜지스터, 레이저, 광전지,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 기술 전하결합소자(CCD), 컴퓨터 운영체제 유닉스, 프로그래밍 언어 C·C++ 같은 성과가 탄생했다. 디지털 세상의 토대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벨 연구소 연구원들이 받은 노벨상만 11개에 이른다. 인공지능(AI)의 역사도 벨 연구소에서 시작됐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벨 연구소에서 일하던 26세 청년 클로드 섀넌은 영국에서 찾아온 수학자를 만난다...
♥[만물상] 거품 빠지는 '컴공' 어수웅 기자 입력 2025.06.30. 20:43 업데이트 2025.06.30. 23:59 ‘세상의 모든 지혜’라는 별명의 움베르토 에코(1932~2016)는 노년에도 인터넷과 PC에 능숙했다. 생전에 그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책과 인터넷’을 주제로 BBC 다큐를 찍는 중이었는데, 2층 난간에서 종이책과 함께 킨들(전자책 리더)을 1층 바닥으로 던졌다. 쾅 소리와 함께 킨들은 부서졌지만, 종이책은 약간 구겨졌을 뿐 멀쩡했다. “작위적인 퍼포먼스 아니냐”는 말에 그는 “우스꽝스럽겠지만 진실을 담고 있소. 책이 사라질 거라 하지만, 인터넷도 사라질 수 있소”라고 했다. ▶최근까지 열풍이던 컴퓨터 관련 학과 인기도 그렇다. 2005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컴퓨터학과 정원은..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77] 백동전 네 잎 문태준 시인 입력 2025.06.29. 23:42 동네 안과에서 간이 시력검사 뒤 의사 앞에서 눈 한 번 크게 뜨고 5천 원권 내고 받은 거스름돈 재킷 호주머니에 넣었다 한참을 걸어왔는데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거 떨어졌어요 꼬마가 달려와 백동전 네 잎을 내민다. 그적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물끄러미 뒷모습 바라보려니 왠지 슬퍼졌다 기특한 앞날이 고단하리니. -유종호(1935-) 병원에서 진료비를 내고 받은 거스름돈 동전을 윗옷 주머니에 넣었으나 걸어가다 빠뜨려 바닥에 흘리고 만다. 그러나 시인은 그런 줄을 모르고 계속 걸어가는데 등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된다. 어린아이가 손에 꼭 쥐고 온 “백동전 네 잎”을 가만히 내밀어 보인다. 시인이 떨어뜨린 백동전이었다. 시인은 그 순간 꼬마의 말과 행..
[리빙포인트] 음식 식힐 땐 아이스팩 조선일보 입력 2025.06.29. 23:35 업데이트 2025.06.30. 15:56 갓 조리한 음식을 빨리 식히고 싶을 땐 남는 아이스팩을 활용해보자. 아이스팩 위에 행주를 한 장 깔고 냄비나 그릇을 올려두면 내용물이 금세 차가워진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6/29/6C5PIN6TCFGOFKFDUEIGKF45CM/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AI 잡는 AI 곽수근 기자 입력 2025.06.27. 20:45 업데이트 2025.06.27. 23:41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1960년대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아비그네일 주니어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그는 미국과 유럽을 넘나들며 250만달러어치 위조 수표를 남발해 FBI의 끈질긴 추격을 받았다. 자격증 위조와 능란한 거짓말로 조종사, 의사, 변호사, 수사관 행세를 하며 갖가지 사기를 일삼았다. 그(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뒤쫓는 FBI 요원(톰 행크스)의 분투는 자기보다 한 수 위 가짜를 쫓는 진짜의 아이러니였다. ▶영화 같은 일이 과학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과학 논문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이를 잡아내기 위한 ‘판별 AI’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AI 특유의 글쓰기 패턴..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중증 환자 '보수'는 왜 아직도 치료를 거부하는가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5.06.26. 23:55 12·3 비상계엄은 ‘민주주의·헌법·보수 위기’를 불러왔다. 비상계엄이 ‘3중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시각도 꽤 있다. 원인이든 결과든 ‘민주주의 위기’와 ‘헌법 위기’는 ‘조기 대선’ 수술로 급한 위기는 넘겼다. 문제는 ‘보수 위기’다. 중증인데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1987 체제’ 이후 불가역적이라고 봤던 ‘군사 독재’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2017년 대통령 탄핵’도 평화적으로 이뤄냄으로써 세계의 찬사를 받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세계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자부심에 상처를 입은 국민은 ‘민주주의 위기’를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렸다. ‘6·3 대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비전·리더십·정책에 대한 지지라기보..
[만물상] 우리 곁에 와버린 '스테이블 코인' 곽수근 기자 입력 2025.06.26. 21:07 업데이트 2025.06.26. 22:49 2019년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현 메타) CEO의 뒤쪽 화면에 커다란 지폐 그림이 나왔다. 1달러를 모방한 지폐 가운데 저커버그 사진이 들어있고 ‘페이스북 세계 연방’과 ‘원 리브라(ONE LIBRA)’라는 문구가 담겼다. 가상 지폐의 이름은 달러(buck)와 저커버그를 합성한 ‘저크 벅(ZUCK BUCK)’이었다.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리브라’를 출시하려 하자, 이를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저커버그를 조롱하려 동원한 것이었다. ▶저커버그가 추진한 ‘리브라’는 달러·유로 등과 연동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스테이블(stable) 코인’이었다. 미국 등 각국 금융 당국이 반발해 중..
[단독] 자택서 수억 돈다발… 돈 받고 자리 거래 혐의 '택시왕' 구속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의 비리 구동완 기자 김명진 기자 입력 2025.06.26. 05:00 개인택시 기사들의 최대 이익 단체인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차모(72)씨가 조합 관련 직책 임명을 대가로 돈거래를 한 혐의로 지난 23일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국내 대형 로펌의 변호인 2명을 선임한 뒤 구속의 적법성을 가려달라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 차씨의 구속적부심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차씨는 자리 거래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에서는 차씨가 그간 이른바 ‘택시왕’으로 군림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폐쇄적 조합 권력 구조와 감시 부재가 맞물려 차씨가 10년 넘게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차씨는..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전쟁이 불러온 단결… 이란 청년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임명묵 'K를 생각한다' 저자 입력 2025.06.26. 00:13 업데이트 2025.06.26. 10:38 "이스라엘에 본때를"… 정권에 반감 있던 청년층도 애국주의에 동참 '이란주의' 카드 꺼낸 정권… 전쟁이 체제 유연성 키울 계기 될 수도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일어서는 사자’ 작전을 전격적으로 개시하며 세계의 눈이 다시 중동에 쏠렸다. 이스라엘 측의 혁명수비대 고위 인사 제거와 기습적 공습에 이란은 ‘제3차 진실의 약속’ 작전을 발동하여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공격에 나섰다. 이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이란 핵 시설을 향한 벙커버스터 공격에, 지난 24일 오전 발표된 휴전까지. 열흘 남짓의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중동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바쁘게 관련..
[만물상] 6·25 생존 용사 이제 3만명 양승식 논설위원 입력 2025.06.25. 21:07 업데이트 2025.06.25. 23:56 올해 6·25 전쟁 75년 행사는 대전에서 열렸다. 정부 차원의 공식 기념식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열린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생존 참전 용사들이 고령이어서 거동이 어려운 탓에 작년 대구를 시작으로 지방에서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대전은 6·25 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이 인민군을 맞아 ‘금강 방어선 전투’를 치렀던 곳이다. ▶기념식에서는 참전 용사 고(故) 이득주 중령의 후손인 육군 김찬솔 대위가 참전 용사들을 위해 편지를 낭독했다. 그의 고모할아버지인 이 중령은 6·25 당시 국군이 최초로 승전한 충북 충주의 동락 전투에 참전했다. 고모할머니가 교사로 재임 중이던 학교에서 휴식을 취하던 ..
[단독] '목돈' 퇴직금 끝, 퇴직연금 의무화 김아사 기자 입력 2025.06.24. 05:02 업데이트 2025.06.24. 14:18 국민연금처럼 공적연금 추진 노후 소득 보장, 임금 체불 방지 퇴직연금공단 새로 만들기로 고용노동부가 적립금 43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을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公的)연금 성격으로 바꾸기 위해 5단계에 걸쳐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의무화 작업이 끝나면 퇴직급여는 퇴직금(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만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현재 1년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를 3개월만 근무해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퇴직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이 431조원을 돌파한 퇴직연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