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5.11.27. 23:45 업데이트 2025.11.28. 09:48
지방선거 경선 '당심 70%'는 참패 예고
정권 실정에도 국힘 지지율 떨어진 건
민심과 무당층이 그 당을 떠났기 때문
총선·대선 패배 후 어떤 혁신도 없다
과거처럼 '이기는 DNA' 회복하려면
지방선거기획단부터 완전히 혁신을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지방선거 후보 경선에서 당원 비율을 70%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나경원 위원장은 “당심 강화는 민심과 단절이 아니라 민심을 더 든든히 받들기 위한 뿌리 내리기”라며 “당심이 민심과 다르다는 말은 결국 우리 스스로 당원을 과소평가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 말은 2023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100% 당심’을 밀어붙이던 장제원 의원의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는 말의 2025년판 ‘나경원 버전’이다. ‘100% 당심’이 2024년 총선 참패를 자초했듯, ‘70% 당심’은 지방선거 참패를 예고한다.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있다면 ‘70% 당심, 30% 민심’이 아니라 ‘70% 민심, 30% 당심’을 제안해야 했다.
조은희 의원은 “당심 70%는 뿌리를 세우는 결단이 아니라 스스로 뿌리를 말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방선거는 당 내부 경쟁이 아니라 국민이 심판하는 진짜 민심의 장”이라며 “지금 우리 당은 뿌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토양인 민심이 메말라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뿌리가 약해서도 아니고 토양이 메말라 있기 때문도 아니다. 민심의 땅에서 국민의힘이라는 나무를 뽑아버렸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이 가까이 두기 싫은 벌레 보듯 툭 쳐낸 ‘민심’이 ‘국민의힘 지지층’이라는 사실이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힘도 ‘역선택 방지’를 이유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민심’을 반영한다. 결국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국민을 ‘손절’한 것이다.
나경원 위원장은 “선수가 심판 역할을 하냐”는 비판에 대해 “혹시라도 출마를 결심하면 내가 참여하는 경선에는 종전 룰대로 50대50 적용을 받겠다”고 반박했는데, 경선 규칙을 만드는 조직 책임자가 한 말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공당의 경선 룰이 엿장수 가위인가.
국민의힘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세력과, 장동혁 대표와 나경원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이 전략 노선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①‘탄핵 찬성’ 대 ‘탄핵 반대’ ②‘중도 외연 확장’ 대 ‘자유 우파 결집’ ③‘민심’ 대 ‘당심’ ④‘전통 미디어’ 대 ‘보수 유튜브’가 균열 전선이다. 당 주류는 “중도는 실체가 없다”는 ‘실체 없는 주장’으로 당을 민심에서 고립시키고 있다.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 참패를 불러온 ‘검증된 오류’를 오기로 밀어붙이고 있다.
정치적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두 방법이 있다. ①생각대로 현실을 바꿀 물리적 힘이 있거나 ②현실에 맞춰 생각을 바꾸는 유연함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독재를 하거나 선거를 잘하거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물리적 독재는 불가능하므로 선거에서 이기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세상이 국민의힘을 어떻게 보느냐가 훨씬 중요한 시대다. 승패는 ‘민심’이 결정하는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 정당은 1997년(한나라당)·2017년(자유한국당)·2025년(국민의힘) 세 번 정권을 빼앗겼다. 그냥 뺏긴 정도가 아니다. 청산 대상이 됐다. 1997년 패배 후에는 ‘환란 세력’, 2017년 패배 후에는 ‘국정 농단 세력’, 2025년 패배 후에는 ‘내란 세력’으로 규정당했다. ‘IMF 사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충격 때문에 패배는 불가피할 수도 있다. 문제는 패배 이후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연속 패배 이후에는 ‘혁신’을 통해 ‘이기는 DNA’를 회복했지만 2017년과 2025년 패배 이후에는 ‘기득권’에 혁신이 가로막혔다.
2004년 총선 패배 이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비주류 홍준표에게 혁신위원장을 맡겼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①전권 위임 ②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 ③지도부의 대승적 수용이 있어야 하는데 2005년 한나라당 혁신은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 핵심 혁신안은 ①대선 1년 6개월 전 당권·대권 분리 ②공직 선거 후보 공천 시 민심 50% 반영이다.
홍준표 의원은 혁신위원장을 맡은 직후 “혁명적 변화를 동반해야 혁신이 된다. 박근혜 대표가 혁신위에서 마련하는 안을 호주머니에 넣지 않고, 연필로 가필하지 않고, 바로 의총에 올려 추인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박근혜 대표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득권을 포기하고) 대승적으로 수용했다. 그 혁신안 때문에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는 이명박에게 박빙으로 졌지만 깨끗하게 승복했다. 당시 ‘경선 승복 연설’은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연설이다. ‘정책 혁신’ ‘이미지 혁신’ ‘제도 혁신’으로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을 연속으로 압승했다.
반면 2025년 대선 패배 이후에는 어떤 혁신도 없다. 혁신은커녕 안철수·윤희숙 혁신위가 기득권과 충돌 후 좌초했다. 비록 정권은 빼앗겼지만 보수가 주류이던 2005년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있었다. 홍준표 혁신안에 있는 ‘국민 여론조사’는 역선택 방지 조항도 없었다. 민주당(열린우리당) 지지자도 모두 참여할 수 있었다. 2014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이 들어간 이후 경선 룰 변화는 ‘당심’을 강조하면서 ‘민심’에서 멀어진 방향으로 일관되게 움직였다. 그 결과 국민의힘은 소수파 비주류로 전락했다. ‘이기는 DNA’를 상실하고 ‘이길 수 없는 정당’이 되었다.
2005년 홍준표 혁신위원장의 말을 2025년 국민의힘에 들려주고 싶다. “혁신 없이는 한나라당이 수구 우파, 기득권 정당, 특권 정당, 수구 꼴통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국민의힘 혁신은 지방선거기획단에 대한 혁신에서 시작해야 한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11/27/MEDHGWETW5A7DP7FOH6SSQIXEA/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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