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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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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87] 입 닫고 살아야 편한 사회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입력 2024.03.22. 03:00 업데이트 2024.03.22. 05:31 침묵이 소중하다는 점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이 인정한다. 그러나 그 각성을 넘어 ‘말을 함부로 하면 큰일 난다’는 강박감은 중국이 별나다 싶을 정도로 강하다. 우선 입 가벼운 사람에게 쓰는 말이 심상찮다. 요설(饒舌)이 대표적이다. 꺼리지 않고 마구 내뱉는 말이다. 교묘하게 꾸미는 말은 교설(巧舌)이라고 부르며 경계한다. 그런 말을 교언(巧言)이라고 적어 공자(孔子)가 일찌감치 배척했다. 말수가 적어 바람직한 인간상은 침묵과언(沈默寡言)으로 적는다. 한 번 내뱉은 말이 부르는 위기에 중국인들은 퍽 민감하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 속도로도 입을 빠져나간 말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뜻의 사불급설(駟不及舌)이 ..
[만물상] 선거판의 백의민족 배성규 기자 입력 2024.03.21. 20:13 업데이트 2024.03.21. 23:51 파라오를 숭상한 고대 이집트인들은 흰옷을 즐겨 입었다. 흰색은 태양을 상징했다. 그리스와 로마에선 신부에게 흰 예복을 입혔다. 순결을 의미한다고 여겼다. 바로크 시대엔 천사를 하얗게 표현했다. 흰색은 정치적 순결도 의미했다. 로마 집정관과 원로원 의원들은 흰색 양모 토가를 걸쳤다. 공직의 상징이었다. 영어의 공직 선거 후보자 ‘candidate’는 ‘흰옷을 입은 사람’이란 의미의 로마어 ‘Candidatus’에서 유래했다. 정부 보고서도 ‘백서(white paper)’라 부른다. ▶우리는 삼국 시대 전부터 흰옷을 즐겨 입어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 했다. 중국 ‘위지(魏志)’에 따르면 부여인들은 흰색 도포와 바지를 ..
♥[임명묵의 90년대생 시선] 세계화 멈춤? 非서구에선 중단 없이 달린다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입력 2024.03.21. 03:00 2월 14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 도착했다. 바쿠는 러시아 제국 치하에서 대규모 석유 단지로 개발되면서 급성장한 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바쿠 최대 번화가인 사힐 구역은 러시아 여느 대도시 못지않은, 화려하고 웅장한 러시아식 건물들을 뽐내고 있었다. 한편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소련 시대에 세워진 시가지가 눈에 들어오는데, 한국인에게도 무척 친숙한 소련식 아파트가 즐비했다. 러시아와 소련은 아제르바이잔을 지배하면서 수많은 표준을 제공하거나 강요했다. 번창하는 석유 도시로 수많은 민족이 이주해 왔고, 그들의 소통은 오직 제국 언어인 러시아어로만 가능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독립한 뒤 30년이 훌쩍 넘게 지난 지금, 바쿠의 내면..
[만물상] ‘엘리베이터 단 반도체’ HBM 곽수근 기자 입력 2024.03.20. 20:43 업데이트 2024.03.21. 01:39 1854년 뉴욕 산업박람회에서 미국의 엔지니어 엘리샤 오티스가 박람회장에 설치한 대형 엘리베이터에 발을 디뎠다. 그는 자신이 타고 올라간 엘리베이터에 연결된 케이블을 끊게 했다. 그가 개발한 엘리베이터는 줄이 끊어져도 추락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도르래를 이용한 형태로 첫선을 보였지만 안전성 우려에 2000년 넘게 물건 나르는 용도에 머물렀던 엘리베이터가 오티스의 시연을 계기로 사람이 탈 수 있는 기구로 도약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수요가 급증한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아파트’로 비유된다. 아파트는 수직으로 쌓아올린 D램 ..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NASA의 비밀 계획이 만든 위대한 여정, 보이저와 작별을 준비할 때 박건형 기자 입력 2024.03.19. 03:00 업데이트 2024.03.19. 06:18 닉슨 설득해 175년 만에 행성 정렬한 1977년 쌍둥이 탐사선 발사 지난해부터 통신 두절, 원자력 동력 꺼지면 지구와는 영원히 작별 보이저 1호, 4만년 뒤 북극성 방향 별 ‘글리제 445′와 첫 조우 예정 1970년대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위 관계자가 백악관으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찾아갔다. 그는 “우주 탐사의 가장 큰 기회가 175년 만에 찾아왔다”고 했다.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등 태양계에서 지구 바깥쪽 궤도를 도는 외행성(外行星)이 일자로 늘어서는 이른바 ‘행성 정렬(Grand Alignment)’을 맞아 탐사선을 쏘아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행성 정렬 시기에는 탐사선이 가장 짧은 거리로..
[만물상] ‘저임금 선진국’ 일본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3.18. 20:20 업데이트 2024.03.18. 23:45 1990년대 초 일본 사회를 다룬 만화 ‘짱구는 못 말려’. 무역상사 계장인 짱구 아빠의 연봉은 650만엔이었다. 당시 5대1 원·엔 환율을 곱하면 3250만원 수준이다.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은행 대리 아빠가 등장한다. 그의 월급은 58만원. 보너스를 600%로 잡으면 연봉이 1000만원 수준이다. 30년 전엔 일본 대기업 연봉이 한국 은행원보다 3배쯤이었던 것 같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한일 간 임금 역전을 가져왔다. 엊그제 한국경총이 발표한 ‘한일 임금 추이’를 보면, 2022년 기준 한국 대기업의 평균 월급은 588만원으로, 일본 대기업 443만원보다 32%나 많다. 지난 20..
삼성 스마트폰 두뇌 가격 30% 뛰었다... 부품·원자재 가격 급등에 IT업계 한숨 올해 실적 반등에 악영향 박지민 기자 입력 2024.03.18. 04:08 업데이트 2024.03.18. 06:14 전자 업계의 주요 제품에 들어가는 원자재 값이 지난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함께 미·중 무역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IT 기기 등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반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정체된 소비자 수요는 회복되지 않으면서, 완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자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기업들의 실적 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원자재·공사비 모두 올라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은..
“파업 전공의 군대 가거나 징역”… ‘反尹 전선’에 뛰어든 中 매체 총선 앞두고 왜곡된 정보 확산 김민서 기자 입력 2024.03.18. 03:27 업데이트 2024.03.18. 06:01 구독자 수십만 명의 한 중국 유튜브 채널은 최근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파업 전공의들에게 ‘사직할 거면 군대 가라’고 협박해 의사들이 겁에 질렸다”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게시했다. 이 채널은 “한국인들이 입대를 기피하는 이유는 신병 괴롭힘 문화 때문인데 많은 신병들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차라리 감옥 생활이 나을 정도”라고도 했다. 대통령이 하지 않은 발언을 마치 직접 한 것처럼 왜곡하고 한국 병영 문화의 일부 부정적 측면을 과장한 것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일부 중국 매체와 중국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의료 파업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에 부정적인 콘텐츠와 기사 등을 조..
[만물상] 레이저 무기 곽수근 기자 입력 2024.03.17. 20:49 업데이트 2024.03.17. 23:47 지난해 하와이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미국에서는 ‘레이저’가 화재 원인이란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로 퍼졌다. 무장 단체가 산을 겨냥해 레이저를 발사해 불이 났다는 소문이었다. 1960년 당시 미국 휴즈 연구소의 연구원 시어도어 메이먼은 높은 에너지를 가진 원자에 빛 에너지를 가하면 더 강한 빛을 낼 수 있다는 이론에 착안해 광자(光子·빛의 입자)를 생성하고 증폭해 쏘는 장치를 개발했다. 영어 약자로 ‘복사 유도 방출에 의한 광증폭’을 뜻하는 ‘레이저(LASER: Light Amplification by the S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 훨씬 전부터 공상과..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총선 판의 정치인들 험한 말… 국민 가슴은 멍든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4.03.15. 03:00 ‘패륜 공천’ ‘비명횡사 공천’ ‘몽둥이로 때려야’… 더럽고 거친 말들 전장의 총알처럼 날아다녀 상대방 공격 위해 온갖 신조어… 천박한 은어도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한 솜과 같지만 잘못 사용하면 가시·칼·도끼가 돼 사람 해쳐 나는 말 곱게 하는 사람에게 한 표 보태겠다 톨스토이가 그랬던가.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정당이 선거에 나설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공천’에 이렇게 많은 색깔과 이름이 있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자기 당 후보 공천이나 잘하면 될 일이지, 남의 당 공천이 잘못되었다며 비난하는 데 온 힘을 다해 다채로운 표현을 동원하며 애를 ..
♥[만물상] 놀라운 ‘AI 화가’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3.14. 20:48 업데이트 2024.03.15. 00:13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혼자 그렸다. 비계를 오르내리며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그리느라 4년이나 걸렸다. 후대 화가 루벤스나 렘브란트였다면 몇 달 안에 끝냈을지 모른다. 두 화가는 ‘그림은 화가가 직접 그려야 한다’는 오랜 통념을 깼다. 밑그림만 직접 그리고 완성은 조수들에게 맡겼다. 자신의 대표작 ‘스폿 페인팅’ 연작을 조수와 함께 그린 현대 영국 화가 데이미언 허스트도 “작품의 개념만 잘 전달된다면 그리는 작업을 누가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예술의 통념을 깨는 시도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세기 초 마르셀 뒤샹은 세라믹 재질의 남자 소변기에 ‘샘’이란 제목을 붙여 전시했다. 작품 ..
♥월세 보증금까지… 김밥 할머니 마지막 선물 서보범 기자 입력 2024.03.14. 03:35 6억 기부 박춘자 할머니 별세 유언으로 모든 것 나누고 떠나 남한산성 길목에서 김밥을 팔며 모은 돈으로 사회 곳곳에 기부해 온 박춘자(95) 할머니가 지난 11일 별세했다. 박 할머니는 마지막 재산인 월세 보증금 5000만원도 기부해 달라고 유언했다. 가졌던 모든 걸 사회에 내놓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1929년 태어났다. 열 살 무렵부터 경성역(현 서울역) 앞에서 김밥을 팔았다. 노점을 단속하는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어렵게 장사했다고 한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아래서 살았기 때문에 학업은 이어갈 수 없었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을 중퇴했다. 6·25전쟁 중인 1951년 결혼했지만, 자녀를 낳지 못..
[박찬용의 물건漫談] 카리나 CD 1000만원어치 샀으니, 연애하지 마라? 오늘날의 CD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입력 2024.03.14. 03:00 업데이트 2024.03.14. 05:09 이번 달 내게 가장 인상적인 글은 ‘카리나 연애 반성문’이었다. 카리나씨는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 멤버다. 이 멤버가 어느 배우와 연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팬 여론이 나빠졌다. 급기야 카리나 본인이 지난 5일 소셜미디어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아이돌 산업의 경제적 작동 원리와 그 심적 근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한편에 음반이라는 물건이 있다. 아이돌 팬은 크게 코어 팬과 나머지로 나뉜다. 코어 팬은 다른 사람들을 ‘일반인’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일반인을 지칭하는) ’머글’이라 부른다. 아이돌을 보통 이상으로 좋아하는 우리는 팬 ..
ELS 팔아 얼마 벌었나 봤더니… 4대 은행, 4년간 수수료 2.3兆 챙겨 김보연 기자 입력 2024.03.13. 06:00 신탁 수수료 3조원 육박…80%가 ELS 판매 수익 홍콩 ELS 판매 늘린 국민은행, 9830억원 거둬 홍콩H지수 ‘고점’인 2021년 집중 판매 주요 4대 시중은행이 지난 4년간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신탁 상품을 팔아 3조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H지수 ELS를 가장 공격적으로 판매한 KB국민은행이 신탁 수수료 이익으로 1조원을 거둬들였다. 국민은행은 지난 3년간 홍콩 H지수 ELS를 12조원 넘게 팔았다. 이는 나머지 은행이 같은 기간 판매한 금액(6조원)의 두 배 수준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 은행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벌어들인 신탁..
“안전한 상품” 말 믿었다 반토막.... 홍콩 ELS 손실 몇 % 배상 받을 수 있나 내 손실 몇 % 배상 받을 수 있나 최형석 기자 황지윤 기자 입력 2024.03.12. 03:00 업데이트 2024.03.12. 06:24 2021년 1월 예·적금에 가입할 생각으로 은행 지점을 찾은 80대 A씨는 창구 직원 권유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2500만원을 넣었다. 은행 직원은 “안전한 상품”이라고 강조했지만, 3년 만기가 지난 올 1월에 받아 든 결과는 수익은커녕 1250만원으로 반 토막 난 원금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씨는 은행에서 원금 손실액의 75% 정도를 배상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설명 의무 위반 등 은행의 과실에 의한 배상 비율이 50%이고, 80세 이상 초고령자(15%포인트), 원금 보장 상품 가입 목적(10%포인트) 등이 ..
홍콩 ELS 배상 대부분 20~60% 받을 듯 금감원, 분쟁조정 기준안 제시 최형석 기자 황지윤 기자 입력 2024.03.12. 03:00 업데이트 2024.03.12. 09:32 은행과 증권사들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과정에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고령층 가입을 종용하는 등 불완전 판매 사례가 금융 당국 검사 결과 대거 적발됐다. 판매사(은행 5곳, 증권사 6곳)들이 영업 목표나 성과 지표 달성을 위해 조직적으로 불완전 판매에 나선 정황도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홍콩H지수 ELS 검사 결과 및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발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일부 ELS 판매사는 고객 손실 위험이 커진 시기에도 판매 한도 관리를 하지 않거나, 성과 평가 지표(KPI)를 통해 판매를 독려, 불완전 판매를 조..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신경세포 시냅스처럼… 빌딩·인터넷 다음의 밀도 혁명은 AI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4.03.12. 03:00 업데이트 2024.03.12. 05:42 도시 인구가 2배가 늘어나면 특허 출원 수는 2배보다 많은 2.15배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회 구성원끼리 연결이 늘어날수록 그 사회는 더 창의적이 되고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 사회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은 도시의 규모와 인구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인구밀도를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층 건물을 짓는 것이다. 가장 잘한 도시가 뉴욕이다. 20세기 초반 뉴욕은 철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30층짜리 고층 건물을 지었다. 당시 경쟁 도시인 파리는 돌로 건축해서 7층 정도 건물이 많았다. 뉴욕은 파리보다 밀도가 4배 높은 도시를 만든 것이다. 덕분에 뉴욕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
[만물상] ‘찍 對 찢’ 배성규 기자 입력 2024.03.11. 21:07 업데이트 2024.03.12. 00:18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흑인·이민자를 수시로 비하했다. “미국 피를 오염시키는 지능 낮은 사람들”이라고 했고 “침공자”라고도 했다. 인도계인 공화당 니키 헤일리 후보는 이상한 인도식 이름으로 불렀다. 이에 민주당 측은 트럼프의 극렬 지지층을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 부르며 “나라 망치는 세력”이라고 했다. ▶과거 영남과 호남 출신을 ‘보리문둥이’와 ‘홍어’로 부른 때가 있었다. 보리를 주식으로 삼았던 영남과 홍어가 많이 나는 호남을 비하하는 말이었다. 한동안 정치권에선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불렀느니, 안 불렀느니 논란이 되곤 했다. 우파는 좌파를 ‘..
[만물상] 야구에도 등장한 ‘첨단 기술 심판’ 최수현 기자 입력 2024.03.11. 03:18 야구에서 스트라이크 존은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타격 자세를 취한 타자의 어깨선, 허리선, 무릎선 등을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해왔다. 이를 심판 눈으로 판단하다 보니 심판 개인의 기준과 성향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지기도 했다. KBO에 따르면 지난해 볼·스트라이크 판정 정확성은 91.3%로 집계됐다. ▶2024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 ‘첨단 기술 심판’이 등장한다. 구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로 투수가 던진 공의 위치, 속도, 각도 등을 측정해 볼·스트라이크를 판정하고 이를 심판에게 전달하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다. KBO는 ABS가 판단하는..
[리빙포인트] 패딩 세탁망에 보관하세요 조선일보 입력 2024.03.11. 03:00 패딩은 압축팩 대신 공기가 통하는 세탁망이나 부직포 커버에 넣어 보관하는 게 좋다. 충전재가 아래로 쏠리지 않게 뉘어서 보관하자. 원글: https://www.chosun.com/culture-life/living/2024/03/11/AB3OWM4IN5G6BFO6LLZAMCHPBM/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공천 둘러싼 싸움판, ‘반쪽 민주주의’가 원인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입력 2024.03.08. 03:00 지난 몇 달간 각 정당별로 벌어진 공천을 둘러싼 이전투구가 거의 막바지인 것 같다. 국민들이 참아 내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고생은 선진국 국민 중 사실상 우리만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왜 우리 국민만 고생할까? 그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정말 중대한 한 가지 흠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흠인가? 그 답은 같은 대통령제 나라인 미국과 비교해 보면 금방 나온다. 미국의 정치와 우리 정치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간단하다. 그 나라 정치에는 치열한 경쟁은 있지만 우리 같은 ‘싸움질’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공천을 둘러싸고 우리 같은 싸움판, 걸핏하면 비명과 아우성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상상..
광어 4만원 적어놓고 “5만원”… 소비자 바보 만드는 ‘바가지 공화국’ 사람만 몰리면 가격 부풀려 이미지 기자 송혜진 기자 입력 2024.03.07. 04:25 업데이트 2024.03.07. 06:54 지난 4일 인천 소래포구 종합 어시장. 한산한 평일 점심 시간 시장에 들어서자 “언니 이리 와”라며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이어졌다. 이 중 한 상인이 기자의 팔을 끌며 “주꾸미 1㎏에 4만원”이라고 했다. “좀 더 둘러보겠다”고 하자 그는 “1㎏에 3만5000원”이라고 가격을 낮췄다. 바로 옆 다른 상점 주인은 “주꾸미 상품(上品) 1㎏에 3만원”이라고 했다. 인천 소래포구는 최근까지 ‘깜깜이 가격’, 상품 무게를 늘리기 위해 물을 더 넣는 소위 ‘물치기’, 다리가 잘렸거나 몸통이 망가진 대게 등을 섞어 파는 ‘섞어치기’ 등으로 홍역을 앓았던 곳이다. 논란이 심해지자 작년 상..
[에릭 존의 窓] 외교부 북미국 사무실 불빛… 우리보다 더 늦게 꺼졌다 에릭 존 보잉코리아 사장·前 주태국 미국 대사 입력 2024.03.07. 03:00 주한 미 대사관 근무 시절 맞은편 북미국과 누가 늦게 퇴근하나 신경전 그때 한국 동료들과 지금도 연락… 외교는 양국 관계 다루는 벅찬 도전 외교관·비즈니스맨 둘 다 일해보니… 청년에겐 ‘국가에 봉사’ 먼저 추천 10년 전 외교관에서 은퇴하고 민간 부문으로 진출한 후 계속해서 받아온 질문이 있다. 바로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가요?”이다. 이 질문은 누가 묻느냐에 따라 두 가지 다른 함의를 갖는다. 만일 질문자가 미국인이라면, 외교관은 게으르고 칵테일 파티에 참석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만, 비즈니스맨들은 근면 성실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일해야 한다는 숨겨진 가정이 담겨 있다. 실제로 10년 전 현..
다발성 경화증 환자, 살 찔수록 병 진행 빠르다 안상현 기자 입력 2024.03.06. 16:08 업데이트 2024.03.06. 16:16 다발성 경화증(MS) 환자가 살이 찌면 병의 진행이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체계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산발적으로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 면역 질환으로 평형, 운동, 시력, 언어, 감각, 성(性) 기능, 배뇨·배변에 문제가 생기거나 인지장애 등이 주요 증상인 난치병이다. 특히 여성 발병률이 남성의 4배로 훨씬 높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라르스 알프레드손 역학 교수 연구팀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 등록부에서 3249명의 자료(2005~2019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 다발성 경화증 치료·연구 위원회(ACTRIMS)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발성 경화증 진단..
주인이 담배 피우면 반려견 암 발병률 6배 美 퍼듀대 연구진 3년 추적 연구 김효인 기자 입력 2024.03.05. 04:18 흡연하는 주인과 함께 사는 반려견이 그러지 않는 가정에서 사는 반려견에 비해 암 발병률이 6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진은 스코티시테리어종 개 120마리를 3년 이상 관찰·분석한 결과 간접흡연의 영향이 반려동물에게서도 나타났다고 국제 학술지 ‘수의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스코티시테리어종은 유전적으로 방광암 발병률이 다른 견종에 비해 20배가량 높고 주인과 같은 환경을 공유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개와 사람 모두에게서 발생하는 암에 대해 비교 연구할 때 많이 활용된다. 이번 연구를 이끈 데버라 넵 수의사는 “만약 일반적인 개를 대상으로 실험했다면 종에 따른 편차 등을 고려하기 위해 ..
♥[김철중의 생로병사] 인간에게 꼬리는 없다? 아니, 감추고 있을 뿐이다 김철중 기자 입력 2024.03.05. 03:00 업데이트 2024.03.05. 04:29 몸 안으로 들어와 퇴화한 꼬리, 골반 부위 다양한 근육과 힘줄 잡아줘 앉을 때 몸의 무게도 지탱… 다치면 걷기 불편하고 사회활동 줄어 몸은 모두 긴밀하게 연결… 사소한 것도 세심하게 챙겨야 건강 유지 사회 활동이 왕성한 50대 남성이 신경외과 진료실을 찾았다. 살짝 엉덩방아를 찧어 엉치 끝을 다쳤는데 통증이 너무 오래간다는 거였다. 척추뼈 맨 아래, 이른바 꼬리뼈 부분에 타박상을 입은 것이다. 이후 일상생활이 불편했다. 뭔가를 집으려고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마다 ‘꼬리’가 몹시 아팠다. 좌우로 몸을 기울이며 계단을 오를 때도 꼬리가 아렸다. 그러면서 즐기던 등산 횟수가 줄었다. 이 남성은 새롭게 깨달았다고 한다. ..
[만물상] 한국인은 밥심? 이젠 육심!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3.04. 20:50 업데이트 2024.03.05. 01:45 ‘동백꽃’ ‘봄봄’을 쓴 소설가 김유정은 결핵을 앓았다. 1937년 봄, ‘돈 백원이 필요하니 우리말로 번역할 만한 탐정소설을 한 권 소개해 달라’는 편지를 친구에게 보냈다. ‘그 돈이 되면 우선 닭을 한 30마리 고아 먹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 썼다. 그러나 고기 살 돈을 구하지 못한 채 열하루 뒤 세상을 떠났다. ‘지극한 효행’을 뜻하는 단어 ‘할고(割股)’의 원뜻은 ‘자기 다리 살을 떼 부모에게 먹인다’였다. 모두 고기 구하기 어려웠던 시대 얘기다. ▶고기 먹고 병을 이겨보겠다던 생각엔 의학적 근거가 있다. 동물성 단백질은 체내 흡수율이 높아 많은 영양과 에너지를 낸다. 의사들이 큰 병을 ..
서울 성동구 김씨, 모르는 새 안전보험 2개나 있었다 서울시, 보험료 4년간 50억 냈는데… 시민은 모르는 ‘시민안전보험’ 박진성 기자, 광주광역시=조홍복 기자 입력 2024.03.04. 03:00 선거 때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한 ‘시민안전보험’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시민안전보험은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단체보험을 들어 시민들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치료비와 위로금 등 보험금을 주는 복지 정책이다. 해당 지자체에 주소를 둔 시민이면 자동으로 가입되고, 3년 전 사고까지 보험금을 청구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연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씩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실제 보험금을 타가는 사람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지자체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자니 보험금 ..
[만물상] ‘가짜 뉴스 골드러시’ 김홍수 논설위원 입력 2024.03.03. 20:27 업데이트 2024.03.04. 00:19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가짜 뉴스로도 매스컴을 자주 탄다. 지난해 9월 축구 경기 참여차 이란을 방문했을 때, “호날두가 이란 여성 팬 머리에 입맞춤한 탓에 99대의 태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가 떴다. 가짜 뉴스였다. 여성 장애인 화가를 만나 격려한 장면이 그렇게 둔갑했다. 비슷한 시기 모로코 지진 땐 “호날두가 모로코 마라케시의 자기 소유 최고급 호텔을 이재민을 위해 개방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역시 가짜였다. ▶스포츠 스타,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들이 가짜 뉴스의 제물이 되는 것은 조회수를 올려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좋기 때문이다. “송가인 임신, 충격”, “82세 박근형 투병 숨기고 촬영 강..
♥노년 행복하려면… 사고낼 것 같은 불안감 들 때 운전 그만둬야 곽아람 기자 입력 2024.03.02. 04:56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마시 코트렐 홀·엘리자베스 엑스트롬 지음|김한슬기 옮김|웨일북|372쪽|1만8500원 건강한 노년은 노화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미국 야생 생물학자 마시 코트렐 홀과 25년간 노령 환자 수백명을 치료한 노인의학 전문의 엘리자베스 엑스트롬이 함께 쓴 이 책은 말한다. “노화를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는 실제로 기대 수명을 7년까지 연장한다.” 침상에 누워 삶에 대한 회한에 잠기는 노인과, “내 삶에서 말년이 가장 행복하다” 말하는 노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저자들은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누오로, 그리스의 이카리아섬 등 인구의 상당수가 100세 이상으로 비교적 건강하게 장수하는 지역을 뜻하는 ‘블루 존(Blue Zone)’을 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