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기자
입력 2025.02.20. 20:34 업데이트 2025.02.21. 00:11
2020년 3월 3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망률이 3.4%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튿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3.4%는 정말 잘못된 숫자라고 생각한다”며 “이건 그냥 내 예감인데 사망률은 1%보다 훨씬 낮다고 말하겠다”고 했다. 코로나 치명률이 높던 팬데믹 초기였기에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발언이란 비판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당시 ‘코로나 사망률 1% 이하’ 발언에 대해 ‘트럼프는 숫자를 이모티콘처럼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에게 수치(數値)란 ‘자신의 기분이나, 남들이 이렇게 생각해 줬으면 하는 느낌과 비슷한 것’이란 얘기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자동차 관세를 100%로 올리겠다”고 했다가, 10월엔 200%로 두 배 올렸다. 한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100%, 200%, 500%라고 말하겠다. 난 상관 안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불리한 숫자는 줄이고, 유리한 숫자는 늘려서 말하는 트럼프가 정상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줄이고 늘리는 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신의학자 200여 명은 트럼프가 ‘반복되는 거짓말’ 같은 나르시시스트적 인격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미국의 한 정신과 의사는 트럼프의 이 행동이 ‘공상허언증’ 진단 기준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공상허언증 환자는 자신이 바라는 바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거짓말을 한다. 만들어 낸 숫자는 여기에 동원되는 수단이다. 때로 본인도 이 숫자를 진실로 믿는데 트럼프가 그렇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지지율이 전쟁 초기 90%에서 지난해 말 52%로 떨어지긴 했지만, 4%는 터무니없다. 트럼프는 미국이 유럽보다 우크라이나에 2000억달러쯤을 더 썼다고도 주장했다. 실제로는 유럽연합이 1500억달러쯤 미국보다 더 지원했는데, 정반대로 말한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하고, 그랬으면 하는 숫자를 만들어내 거리낌 없이 말한다.
▶트럼프는 작년 대선 유세 때 “한국에 4만2000명의 미군이 있지만 한국은 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엔 2만8500명의 미군이 있고 한국은 매년 10억달러 이상의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에 내고 있다. 4년 전에는 “한국에 미군 3만2000명이 있다”고 했는데 그새 1만명이 늘었다. 트럼프에게 숫자와 같은 팩트(사실)는 우스운 것인가 보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2/20/SXA3SVPI2RCIFLPTYYPUNUMDBU/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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