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쏟아져 14년 만에 퇴출
김명진 기자 강지은 기자 김나연 기자
입력 2025.02.21. 05:02 업데이트 2025.02.21. 10:21
경찰청이 현직 경찰관 체력 검정 종목에서 윗몸일으키기를 빼기로 결정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이 동작이 허리와 목에 무리를 준다는 내부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1년 만들어진 ‘경찰공무원 체력관리 규칙’에서 14년 만에 윗몸일으키기가 빠질 예정이다. 군(軍)과 소방도 비슷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국내 척추 질환 환자가 1100만명이 넘는 현 상황에선 다른 종목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행 경찰 체력 검정 기준을 보면, 30~34세 남성이 윗몸일으키기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1분에 48개 이상을 해야 한다. 1.2초에 1개씩 정자세로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선 경찰관들 이야기다. 경찰청 내부망엔 체력 검정 때마다 “제발 없애달라” “허리 박살 내는 운동 언제까지 할 거냐” “디스크 수술받은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 같은 민원이 올라온다.
경찰 관계자는 “허리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의학계 소견도 있고, 대체 운동도 많아진 상황이라 윗몸일으키기를 없애기로 했다”고 했다. 윗몸일으키기 대신 ‘코어(core·척추를 둘러싼 인체 중심부) 근육’의 근지구력을 평가할 종목으로 팔꿈치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버티는 ‘플랭크(plank)’ 동작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는 “코어 근육을 기르는 데는 허리 디스크 퇴행을 가속화할 수 있는 윗몸일으키기보다는 플랭크가 훨씬 안전하다”고 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김유겸 교수는 “윗몸일으키기를 하면서 목을 쥐고 팔힘으로 억지로 상체를 끌어올리면 목과 척추 전반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윤정 명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굴곡시키면 뒤쪽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디스크가 뒤로 빠지기 쉬워지기 때문에 허리에 안 좋다”면서도 “허리 질환이 있거나 디스크가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건강한 사람은 윗몸일으키기를 해도 된다”고 했다.
경찰의 이번 결정은 윗몸일으키기를 체력 검정 종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군·소방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체력 검정 항목을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윗몸일으키기가 포함된 체력 검정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생활체육계에서 윗몸일으키기는 이미 ‘구시대 유물’ 취급을 받고 있다. 경기 군포의 8년 차 트레이너 한모(31)씨는 “윗몸일으키기는 요추·경추에 부담을 줘서 요즘엔 거의 교육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양평동의 한 트레이너도 “윗몸일으키기는 사실 복근·코어가 잘 발달된 고급자가 자극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고난도 운동”이라며 “초심자들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군·경·소방에서 체력 테스트 때 윗몸일으키기를 본격적으로 실시한 시기는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미 육군의 체력 테스트 시스템을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미 육군은 세계 제2차 대전 시기 일부 병사가 체력이 약해 전투 수행을 제대로 못하자 1944년부터 체력 테스트를 도입했다고 한다. 이때 윗몸일으키기가 처음으로 도입됐고 이후 한국군과 경찰 등으로 ‘수입’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육군에서도 윗몸일으키기의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한다. 미 육군은 2020년 10월 체력 검정 때 윗몸일으키기 대신 플랭크로 종목을 변경해 시행 중이다. 카투사(KATUSA·미8군에 증강된 한국군 육군 요원)도 플랭크로 테스트를 한다.
미국 뉴욕 경찰국 체력 검사 항목에도 ‘15m 구간 질주 후 장벽(1.8m) 뛰어넘기’ ‘계단 오르내리기’ ‘밀기-당기기’는 있어도 윗몸일으키기는 없다. 영국 수도경찰과 프랑스 국립경찰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일본 국가경찰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버피 테스트, 사이드 스텝을 체력 검정 항목으로 유지 중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2/21/HKWUSMGOCREIDHQYOMRYO6JU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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