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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연일 시위에 귀마개 꽂고 일하는 헌재

재판관들에겐 경찰관 따라 붙어… 퇴근 때까지 청사 밖 나가지 않고 식사도 가급적 구내식당 이용
김나영 기자 박혜연 기자
입력 2025.02.22. 00:54 업데이트 2025.02.24. 10:01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수백 명씩 모여 연일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고,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단체들의 기자회견과 집회도 수시로 열린다. 작년 12월 14일 국회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두 달 넘게 이어진 탄핵 국면은 헌법재판관과 헌재 직원들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일러스트=이철원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요즘 헌법재판관들은 어디를 가든 신변 보호를 위해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관 2~3명이 따라붙는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취미는 테니스인데, 경호 인력 때문에 테니스장에 가지 못한 지 오래됐다고 한다. 최근 문 권한대행의 집 앞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김형두 재판관은 평소 아무리 바쁘더라도 주 1~2회 정도 수영장을 가서 건강을 챙기는데, 그도 최근 경호 인력이 따라다니면서 수영장 발길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재판관은 퇴근 후 찾던 도서관에도 요즘은 가지 않는다고 한다.

재판관들은 헌재에 출근하면 가급적 퇴근할 때까지 청사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식사도 헌재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꼭 참석해야 하는 식사 약속이 잡히면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식당도 관용차를 타고 다녀온다고 한다.

재판관뿐만 아니라 헌재 직원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헌재 직원들은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순번을 짜서 돌아가며 야간 당직 근무를 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한 관계자는 “식사도, 출퇴근도 뜻대로 할 수 없고 항상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헌재는 최근 주변에서 열린 집회·시위 소음이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해지자, 재판관들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귀마개를 돌렸다. 직원들은 노란색 소음 차단용 귀마개를 양쪽 귀에 꽂고 일하지만, 헌재 청사 건물의 방음이 잘되지 않아 시위 소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한다.

헌재 다른 관계자는 “몇 해 전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취지로 청사 주변 담을 낮췄는데, 지금은 낮은 담이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고도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 변론이 열린 날 일부 지지자가 헌재 내부로 들어와 ‘부정선거 규탄’ 등을 외친 적도 있다. 헌재 상황을 잘 아는 법조인은 “헌재 직원들은 선고가 다가올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다들 각오하는 분위기라고 한다”고 말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5/02/22/AITMG4WACRC45LMBJK4W7RVAG4/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