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논설위원,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5.02.23. 20:40 업데이트 2025.02.23. 23:51
요즘 거의 모든 대학 병원이 수면센터를 운영한다. 쾌면을 대학 병원까지 와서 구하려는 환자가 늘어난 탓이다. 수면센터도 암센터처럼 정신과·신경과·이비인후과 등 여러 과가 모여 다학제 진료를 한다. 수면 장애 원인과 처치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의료기관을 찾은 수면 장애 환자가 한 해 83만여 명이다(2023년 기준). 10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한국 수면 비즈니스는 최대 호황이다. 사람들이 꿀잠을 자기 위해 지갑을 여는 규모가 한 해 4조원에 이른다. 잠이 곧 돈이 됐다. 수면 유도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으로 묶여 있었는데, 이제는 약국서 사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나왔다. ▶며칠 전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IKEA)가 57국 5만5221명을 대상으로 수면의 질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수면의 질이 좋다”고 응답한 한국인의 비율은 17%로, 세계 꼴찌로 나왔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46%)보다 낮다. 전체 평균은 67%였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27분으로, ‘수면 부족’이 심한 나라로 꼽혔다. 하루 7시간에서 7시간 반은 자야 사망률이 가장 낮고, 수명이 가장 길다. ▶한국인의 수면 장애 원인은 나이대별로 갈린다. 10대 청소년기는 학업 스트레스와 연관된 ‘수면 박탈’이 문제다. 20~30대는 밤 시간에 너무 많이 활동하는 생활과 24시간 음식 배달, 스마트폰 과사용 탓이다. 40~50대는 과체중으로 인한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이 많고, 낮 시간 신체 활동 부족과 늘기 시작한 만성 질환 탓이다. 60~70대는 나이 들면서 수면을 유지하는 호르몬과 뇌 기능이 떨어진 데다, 전립선비대증·우울·불안 등으로 이른 새벽에 깰 일이 많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일본서 수면 건강 지도자 교육을 받았는데, 그때 수면 장애 개선을 위해 가장 강조한 말이 “평일이든 휴일이든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각에 일어나라”였다. 인간 뇌에는 생체 시계가 있어서 아침에 햇빛 자극을 받는 시각에 따라 일정 시간 깨어서 활동하다가 15~16시간 후에 자동으로 졸리게 된다는 것이다. 수면은 시간 과학이다. 아침에 일정 시각 기상, 오전에 멜라토닌 원료가 되는 계란·두부 등 트립토판 음식 섭취, 낮에 햇볕 쬐며 걷기, 밤에 활동 줄이고, 빛 노출을 최소화하면, 매일 밤 잠이 기다려지는 삶을 살 수 있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2025/02/23/O65SZCZF4VDHFFVT2K5DJRWWPU/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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