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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5분 명상] 겨울 바다로 가자, 끝없는 수평선에 마음을 툭… 툭…

성소은·'반려 명상' 저자
입력 2025.02.19. 00:30

일러스트=이철원


수평선 명상

몇 해 전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시야를 가득 메운 수평선에 꼼짝없이 매료된 적이 있습니다. 허공에 그어진 한 줄의 고요함은 그대로 경외이자 극적인 놓여남이며, 눈물 맺히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지요. 왜 ‘겨울 바다’를 동경해 왔는지를.

“겨울 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 스치는 바람 불면 너의 슬픔 같이하자.(…) 끝없이 보이는 수평선까지 넘치는 기쁨을 안고…’ 한때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던 애창곡(겨울 바다/푸른 하늘)입니다. 수평선은 하늘 같은 자유와 깊은 바다의 침묵, 그 둘이 연주하는 앙상블이었습니다. 이처럼 큰 위안이자 든든한 희망이 있을까요? “이 혼란 속에서, 세상 속에서 인간은 오직 수평선만 있으면 된다. 그곳에서 당신만의 휴식을 만들 수 있다.물이 좋아 스스로 ‘백 개의 물(Hundertwasser)’이라는 이름을 지어 바다 위에서 그림을 그렸던 훈데르트바서의 말입니다.

수평선은 심연의 표상입니다. 인간을 본향으로 향하게 하는 ‘수평의 선’은 도처에 있습니다. 종묘 정전은 단연 으뜸입니다. 백 미터가 넘는 가지런한 맞배지붕에 깃든 진한 경건함은 말이 닿을 수 없는 신비를 자아냅니다. 수평선의 미학은 인간의 좁은 시야를 무한대로 확장시키는 단조로움에 있습니다. 단순하면 고요해집니다. 겨울 바다가 그리운 것은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싶은 속사람의 바람이었나 봅니다. 오늘도 어수선한 마음을 수평선에 조율해 봅니다. 지금이 겨울이라 참 다행입니다. /성소은·‘반려명상’ 저자

겨울 바다/푸른 하늘
훈데르트바서

 

원글: https://www.chosun.com/culture-life/relion-academia/2025/02/19/SNGGA2DCIZFFZPTS4QXXAPVYU4/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