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기자
입력 2025.02.17. 20:48
미국 필라델피아 교외에서 네 아이를 기르는 맬컴 콜린스(39)와 아내 시몬(38)은 평범한 백인 부부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들은 ‘출산 장려 운동(Pronatalist Movement)의 얼굴’로 통한다. 남편인 맬컴은 2015년 서울 강남의 벤처캐피털 회사에서 잠시 일했다. 이때 ‘재앙적 인구 붕괴’ 위기에 처한 한국의 현실을 보고, 2021년 모든 기술과 자원을 동원해 아이를 낳자고 운동하는 ‘출산 장려 재단’을 설립했다. 이들의 가장 유명한 지지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다.
▶2022년 11월 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테크계, 벤처캐피털 업계의 부자들 사이에서 저출산 해법으로 ‘출산 장려주의’가 퍼지고 있다며 콜린스 부부와 머스크를 소개했다. 머스크는 “인류가 장기적으로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세계 인구 붕괴”라며 부유한 선진국 국민들이 아이를 더 낳기를 권해 왔다. 2015년 영국 레스터대의 Y 유전자 분석 연구에 따르면, 몽골 칭기즈칸의 유전자를 받은 남성이 인류의 0.5%쯤 되는데, 머스크는 칭기즈칸처럼 ‘세계에 내 자손을 퍼트리고 싶다’고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식 출산 장려 운동은 과학기술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체외수정’과 ‘착상 전 유전자 분석’ 같은 기술 이용이 일반적이다. 콜린스 부부는 오픈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투자한 유전체 예측 회사를 통해 아이들을 가졌다. 1회 2만달러(약 2800만원)쯤 내면 체외수정한 여러 수정란의 유전자를 분석해 가장 건강할 확률이 높은 배아를 골라 준다. 세 여성과 사이에서 아이 12명을 낳은 머스크도 자녀 대부분을 체외수정으로 가졌다고 한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 연구소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출산 장려주의’란 보고서에서 ‘가장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를 낳자’는 ‘선택적 출산 장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출산은 선진국, 고학력일수록 심해서 실리콘밸리식 출산 장려가 특정 인종, 계층, 민족의 아이가 더 필요하다는 우월주의와 연결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능 높은 아이를 선호하는 우생학적 사고라는 비판도 나온다.
▶26세 미국 인플루언서(온라인 유명인)가 머스크의 열세 번째 아이를 출산했다고 밝혀 화제다. 머스크는 “아이 만드는 것이 부업이냐”는 농담성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웃는 이모티콘으로 반응했지만, 양육 조건 합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실리콘밸리식 출산 운동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2/17/OMZQR7HVIFBZLIBRWVBMFH22IA/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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