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러스트=이철원

[만물상] 미 정부 감사하는 코딩 천재들

김성민 논설위원·콘텐츠전략팀 차장
입력 2025.02.13. 20:56 업데이트 2025.02.14. 00:46

일러스트=이철원


실리콘밸리 특파원 시절,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에 대한 평가를 묻고 다녔다. 그때마다 “엔지니어로서 함께 일하기엔 최고인 상사”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과할 정도로 많은 일을 시키지만, 한계와 리스크를 따지지 않고 말단 엔지니어와 치열한 토론을 거쳐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지금 머스크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도 없다. 젊은 엔지니어 중엔 머스크 밑에서 일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머스크 키즈’로 불린다.

▶트럼프 정부가 미 국무부의 정보 기술(IT) 담당 선임 고문에 19세 청년을 임명했다. 머스크의 뇌 신경 스타트업인 뉴럴링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고, 존경하는 인물로 머스크를 꼽는 ‘머스크 키즈’다. 머스크는 이런 젊은 코딩 천재 20여 명을 행정부 곳곳에 심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대 로마 파피루스 속 글자 해독에 성공한 천재며, 트위터와 빅데이터 기업 출신 데이터 과학자도 포함됐다.

▶전통적으로 정부 조직 개편은 행정가나 회계 전문가의 몫이었다. 하지만 머스크는 20대 엔지니어들을 연방조달청, 인사관리국, 중소기업청 등에 투입해 모든 정부 계약을 살펴보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AI 기술로 재무부 데이터, 사회보장, 의료보험, 각종 계약 데이터를 수집하고 중복 지급 여부, 불필요한 항목 등을 평가해 조직·예산 절감 방안을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폐쇄된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라는 단체 메일을 보낸 사람도 ‘머스크 키즈’였다.

▶역사적으로 기존 통념과 관습을 깨부수려는 시도는 10~20대에 의해 일어났다. 백년전쟁에서 프랑스의 승리를 이끈 잔 다르크는 죽을 때 19세였고, 아인슈타인은 26세에 상대성 이론을 발표했다. 미 실리콘밸리에선 더 보편적이다. 구글, 메타가 세워진 것은 창업자가 20대 때였다. 젊은 혈기의 머스크 키즈들은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머스크와 찰떡궁합이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재편하면서 “제거한 부분의 10% 이상을 복원할 필요가 없다면 충분히 제거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정도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소속 워런 미 상원 의원은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에 재무부 시스템 접근권을 제공하는 것이 세계적 금융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20대 머스크 키즈들이 미국인들의 정보를 무단 유출하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 키즈 중 하나는 회사에서 정보 유출로 해고된 적이 있다. 머스크와 그의 키즈들이 방만한 미 행정부를 다이어트시킬지, 파괴할지 지켜볼 일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2/13/TSFDT2URANF6HCMVOWDE5YHX3Y/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