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인
입력 2025.05.04. 23:50
마음 하나
그 옛날 천하장사가
천하를 다 들었다 놓아도
한 티끌 겨자씨보다
어쩌면 더 작을
그 마음 하나는 끝내
들지도 놓지도 못했다더라.
-조오현(1932~2018)
불교 경전에는 마음에 대한 가르침이 많다. 초기 불교의 경전인 ‘법구경’에만 해도 여러 곳에서 마음 다스리기에 대해 설하고 있다. 일례로 “기쁘게 마음을 집중하여 알아차려라. 자기 마음을 지키고 보호하라. 늪에 빠진 코끼리가 스스로 빠져나오듯 번뇌의 늪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라”고 설한다. 마음은 빠르고 가볍게 움직이고, 어느 곳이든 좋아하는 곳에 머물며, 이런 까닭에 가장 위대한 정복자는 자기 자신을 정복한 사람이라고도 가르친다. 마찬가지로 이 시는 힘이 아무리 센 장사라 하더라도 자기 마음 하나를 들지도 놓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마음을 제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겠다. 한 생각에 생사(生死)가 있고, 한 생각에 끝없는 시간이 들어 있으니 이 마음을 잘 사용할 일이다.
시조 시인이었던 무산(霧山) 스님의 속명이 조오현이다. 스님은 한국 시조의 새로운 진경을 펼쳐 보이셨다. 시 ‘숲’에서는 “산은 골을 만들어 물을 흐르게 하고/ 나무는 겉껍질 속에 벌레들을 기르며”라고 써서 아름다운 화엄의 세계는 다른 생명 존재를 위한 희생과 자비심에 의해 이뤄진다고 노래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05/04/5OOGB7QQJJFCVKEXTYLM66DGGI/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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