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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부산시가 동물원에 메뚜기 2000마리 준 까닭은

부산=김주영 기자
입력 2025.05.19. 01:28 업데이트 2025.05.19. 07:32

부산서 유일한 동물원 경영난
동물들 굶어 죽을 위기 처하자
市에서 4개월 치 먹이 값 지원

일러스트=이철원


지난 15일, 부산시가 메뚜기 2000마리를 급하게 샀다.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동물원 ‘삼정 더 파크’의 도마뱀과 구렁이들을 위한 ‘긴급 식량’이었다. 부산시가 동물 먹이 값 지원에 나선 이유는 동물원의 모기업인 삼정기업 회장 등이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사건으로 구속된 탓이다. 먹이 값 지원을 못 받게 된 동물원에서 부산시에 ‘SOS’를 치자, 부산시가 동물 보호 차원에서 나선 것이다.

부산시는 18일 “9월까지 삼정 더 파크 동물들의 먹이 값을 지원하기 위해 예비비 1억6000만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곳은 현재 부산의 유일한 동물원이라 공공재 성격이 크다고 봤다”며 “동물 복지권을 보장하는 차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동물원은 2014년 부산시와 삼정기업이 계약하고 부산진구 부산어린이대공원 내에 개장했다. 부산의 유일한 동물원이라 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제론 방문객이 연간 30만명에 그쳐 2020년 4월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삼정기업은 부산시가 500억원에 동물원을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부산시가 “매각액이 너무 크다”며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휴업이 장기화했다.

문제는 오갈 데 없는 동물들이었다. 그동안 삼정기업이 최소한의 직원을 남겨두고 동물 관리 비용과 먹이 값을 대왔다. 작년 12월 기준 동물원엔 사자와 호랑이, 기린, 코끼리 등 121종 484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다. 사료로 매달 건초와 과일, 야채, 고기 등 40가지가 필요하다.

작년 8월부터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올해 어린이날 재개장을 목표로 물밑 협상도 진행됐다고 한다. 안철수 부산시 푸른도시국장은 “동물원 경영난이 계속되면 동물들이 굶어 죽을까 봐 시(市) 차원에서도 꾸준히 지켜봐왔던 상황”이라며 “올봄에 현장 방문도 했고, 동물들이 다행히 건강한 상태임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 2월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 현장 화재의 여파로 동물원 재개장이 또다시 어렵게 됐다. 이 참사로 6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치면서 시공사였던 삼정기업의 회장 등 경영진 2명이 지난 4월 구속됐고, 회사도 기업 회생을 신청한 것이다. 동물원 재개장 협상은 전면 중단됐고, 삼정기업의 동물 식비 지원도 끊겼다. 약 한 달간은 냉동고에 남아있던 먹이로 버텼지만, 가장 먼저 파충류 먹이가 동났다고 한다.

부산시는 일단 삼정기업의 기업 회생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9월까지 먹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9월이 됐다고 바로 먹이 값을 끊는 건 아니고, 필요하다면 당연히 추가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며 “동물들이 최대한 건강히 지낼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부산시는 장기적으로는 동물원을 인수해 부산의 새로운 관광 시설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regional/2025/05/19/3QJ7DCT6KJGY5LNCYBOMMLWGDI/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