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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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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어린 게 상사”… 후배 을질도 직장 내 괴롭힘 판결 잇따라 법원·중노위, 상급자 피해 인정 양은경 기자 입력 2024.05.20. 01:00 업데이트 2024.05.20. 07:02 한 공공기관 서비스센터 반장인 A씨는 이 센터를 총괄하는 직속상관 B씨에게 직원들의 비상근무조 편성 현황을 주지 않았다. B씨가 없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만 근무표를 공유했다. B씨가 자기보다 어린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수시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나이도 어린 여자가…” 하며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또 다른 직원들에게 근무 교대가 끝나도 B씨에게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지시를 어기면 “왜 보고했느냐”며 질책도 했다. 의도적으로 B씨를 따돌린 것이다. 2022년 9월 법원은 “B씨가 직원들의 근무 일정을 상시 파악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A씨는 피해자를 배제하고 어린 여자가 ..
♥[만물상] '필리핀 이모'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5.19. 21:53 업데이트 2024.05.19. 23:38 한반도에 ‘식모’란 직업이 등장한 것은 일제 강점기에 건너온 일본 가정이 조선 여성을 고용하면서부터였다. 1938년 일제가 조사한 식민지 조선의 여성 구직자는 2만7000명이었는데 이 중 식모 취직자가 2만5000명으로 90%에 육박했을 만큼 대표적인 여성 직업이었다. 적으나마 월급도 받았다. 하지만 해방 후 6·25로 전쟁 고아가 쏟아져 나오며 ‘입에 풀칠만 시켜주면 월급은 안 줘도 되는’ 직업으로 전락했다. 급여가 한 달 담뱃값 수준도 안 돼 1960년대 서울 가정의 52%가 식모를 뒀을 정도다. ▶식모와 함께 여공과 버스 안내양은 가난했던 1960년대 여성이 택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직업이었다. 그분들..
폐업도 못해 ‘좀비 자영업자’로 살아요 강다은 기자 조재현 기자 입력 2024.05.18. 05:12  문 닫아야 할만큼 장사 안되지만…대출 상환 부담에 철거·위약금까지 “차라리 개점휴업”지난해 폐업 최다… 실제 상황 더 심각  경남 창원에서 미용실을 하는 박모(65)씨는 요즘 자신의 미용실이 아닌 인근 미용 학원으로 출근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월급을 받는다. 미용실은 6개월째 ‘개점휴업’이다. 미용실 월세와 대출 원금·이자 상환에 매달 600만원이 들어가는데 워낙 장사가 안되니 인근 미용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박씨는 “가게 문 닫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 한다”고 했다. 폐업하면 대출금 일부를 조기 상환해야 하는 데다가 앞으로 정부의 원리금 상환 유예 같은 소상공인 금융지원도 못 받기 때문이다. 박씨는 “매장 철거 비용도 수백만 ..
非明이 쏘아올린 ‘김경수 복권론’...일시 귀국 앞두고 野 술렁 [정치 인사이드] 김경화 기자 입력 2024.05.17. 03:10 업데이트 2024.05.17. 05:52 22대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171석을 확보하면서 정치권에선 “야권 대선 구도는 이재명 독주 체제”라는 말이 나온다. 현시점에서 이 대표에게 맞설 야권의 대선 대항마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친문 핵심으로 꼽혔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역할론을 거론하는 움직임이 야권에서 일고 있다.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김 전 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5월 23일) 참석을 위해 오는 19일 일시 귀국하면서다. 김 전 지사가 정치 재개에 나설 경우 22대 총선에서 대거 낙천·낙선한 친문계가 그를 구심점 삼아 이 대표에게 맞서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
[만물상] 부모와 자식의 천륜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5.16. 20:49 업데이트 2024.05.16. 23:54 2002년 영화 ‘공공의 적’에 나오는 패륜아는 거액의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기부하고 싶어 하는 부모를 살해한다. 지금도 회자되는 영화 속 장면이 있다. 죽어가던 어머니가 거실 바닥에 떨어진 아들의 부러진 손톱 조각을 발견하고는 그 손톱을 먹어 증거를 없애려 한다. 패륜아 자식조차 지켜주고 싶은 부모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삼키지 못한 손톱이 어머니 목에서 발견되며 아들의 범죄를 밝히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유산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자식 사랑의 증표이지만 동시에 자식의 인생을 망치는 씨앗이 되기도 한다. ▶지혜로운 왕이었던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도 그런 딜레마에 빠졌다. 아들에게 나라를 유산..
[박찬용의 물건만담] ‘스위스 시계’ 구한 이민자… 중요한 건 혈통인가 정신인가 스위스 시계 산업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입력 2024.05.16. 00:37 올해 4월 스위스 앙시의 시계 공장에서 제롬을 만났다. 매년 제네바에서 고급 시계 박람회가 열린다. 제롬은 때맞춰 잡힌 시계 공장 견학 응대 담당자였다. 제롬은 위블로라는 회사에서 일했다. 그는 얼굴이 까만 아시아인이었지만 동양계 서양인에게 대뜸 출신을 묻는 건 예의가 아니다. 제롬에게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는 영어와 프랑스어에 둘 다 완벽한 최고의 안내자였다. 그의 존재 자체가 스위스 시계 전통의 계승이기도 했다. 그 전통이란 이민자의 활약이다. 제롬이 일하는 위블로 역시 이민자가 발전시켰다. 위블로는 스위스 고급 시계 중 역사가 짧은 편이다. 이 역사 짧은 브랜드가 유명해진 결정적 계기는 위블로 전 CE..
[만물상] 침묵으로 말하기 김광일 기자 입력 2024.05.15. 20:07 업데이트 2024.05.15. 23:38 어느 날 스티브 잡스가 애플 신제품을 소개하는 자리에 섰다. “2년 반 동안 이날이 오기를 기다려 왔습니다.” 첫마디 운을 띄운 후 잡스는 무려 7초 동안이나 침묵했다. 청중들의 눈빛이 기대와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뒷날 그는 이렇게 적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프레젠테이션 룸.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떻게 그들을 내가 원하는 곳까지 데려갈 것인가?’ 잡스는 이런 침묵 화법을 자주 써먹었다. ▶아마 우연일 것이다. 그제 이원석 검찰총장도 검사장들 인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7초간 말을 끊었다. 청사 앞에서 기자가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 묻자 그는 “어제 단행된 검찰 인사..
[만물상] ‘아파트 혼맥’도 나오나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5.15. 00:08 업데이트 2024.05.15. 04:08 서울 서초구의 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미혼 자녀들끼리 만남을 주선하는 모임이 결성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입비 10만원에, 연회비 30만원이다. 가입 대상은 아파트 입주민 및 입주민의 결혼 적령기 자녀다. 이 아파트는 최근 전용 85㎡(25평) 크기가 42억5000만원에 거래돼 평당 매매가가 1억6500만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에 대단지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부터다. 1990년까지도 10가구 중 6가구 이상이 단독주택에 살았다. 30년 만에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아파트 공화국’이 됐다. 고소득층은 77%가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주거가 확산되면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엄마, 소리가 들려” 청각장애인에게 기적 안겨준 유전자 치료 선천성 청각장애 가진 아기 치료 6개월 만에 듣고 말해 박지민 기자 입력 2024.05.11. 03:00 업데이트 2024.05.11. 06:00  영국 옥스퍼드셔에 사는 생후 18개월 오팔 샌디는 작년까지만 해도 100dB(데시벨)에 달하는 항공기 굉음도 듣지 못했다. 청각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선천적 이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샌디는 20분도 걸리지 않는 수술을 받고 청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6개월 만에 작은 소리도 또렷하게 듣고 ‘엄마’ ‘아빠’ ‘안녕’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를 담은 치료제를 달팽이관에 주입했더니 청각 세포가 기능을 되찾은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병원은 9일 유전자 치료제 임상을 통해 샌디를 포함한 난청 유전 질환 아기 2명이 청력을 되찾았다고 밝..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설득은 멀고 선동은 가까운 나라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4.05.10. 00:39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리 전파 거짓 정보도 자주 들으면 진짜라고 확신해 정부 여당의 정책 설득은 땅 위에서 노는데 여권을 공격하는 선동은 날개 달고 날아다녀 설득도 선동도 ‘소통’이 핵심… 나서서 말해야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MIT가 10년간 트위터에서 3백만명 이상이 공유한 뉴스 12만6000건을 대상으로 연구해 2018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가짜 뉴스와 헛소문이 진짜 뉴스보다 훨씬 빠르고 넓게, 그리고 멀리 퍼져 나갔다. 연구팀이 제시한 설명은 비교적 간단하다. 가짜 뉴스의 기이하거나 혐오스러운 속성이 사람들의 주의를 ..
[만물상] 한국 병원 외국 의사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5.09. 20:23 업데이트 2024.05.10. 00:49  지난 2월 우리와 수교한 쿠바는 핵심 수출 품목이 의사라는 말이 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8.4명으로 우리나라(2.6명)의 3배가 넘는다. 쿠바는 이 풍부한 의료진을 많은 나라에 파견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2018년 기준 67국에 3만명의 의사를 파견해 약 110억달러(약 15조원)를 벌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가 잘나갈 때는 의사를 보내고 그 대가로 석유를 받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의사 수입의 80% 이상을 쿠바 정부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인권 침해 시비도 일고 있다. ▶쿠바에서 일하는 의사 월급은 30~40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의사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숙박 업소를 운..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서로의 말이 아닌 서로의 눈빛을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4.05.09. 00:37 연출로 참여한 한·중·일 연극, 격론 끝에 고전 ‘맥베스’ 선택 꼬리 무는 오해 풀려고 가진 술자리… 언어보다 눈으로 대화 시작 타인의 눈빛·감정 알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국, 중국, 일본의 배우들을 모아서 연극을 올리는 프로젝트에 연출로 참여했었다. 정해진 계획은 없었다. 참가자들이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자율로 결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첫날부터 혼란의 연속이었다. 나라별로 통역이 있었기에 누군가 한마디 하면 3국 언어가 연습실에 울려 퍼졌다. 무엇을 연극으로 올릴 것인가에 대해 뜨겁게 토론이 펼쳐졌다. 처음에는 모두가 합심하여 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시도를 했다. 쉽지 않았다. 서로 문화와 정서가 달랐고, 연극을 만..
경찰 출신 대출 사기범...’김미영 팀장’, 필리핀 교도서서 탈옥 주형식 기자 입력 2024.05.08. 21:35 업데이트 2024.05.08. 21:54 ‘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님께서는 최저 이율로 최고 5000만원까지 20분 이내 통장 입금 가능합니다.’ 이와 같은 대출 문자로 사람들을 속여 수백억원을 뜯어낸 이른바 ‘김미영 팀장’ 일당의 총책 박모(53)씨가 최근 필리핀 교도소에서 탈옥한 것으로 8일 파악됐다. 박씨는 한국에서 사이버 범죄 업무를 담당하던 경찰 출신이다. 뇌물 수수 혐의로 2008년 해임됐다. 경찰 근무 당시 접했던 범죄 수법을 토대로 ‘김미영 팀장’ 사기 수법을 고안했다고 한다. 경찰과 외교부에 따르면, 박씨와 조직원 3명은 지난 1일 필리핀 나가시(市)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경찰 관계자는 “1일 밤에서 2일 새벽 사이 교도소를..
[만물상] 스스로 얼굴 드러낸 메신저 정우상 기자 입력 2024.05.08. 20:07 업데이트 2024.05.08. 23:43 민주 국가에서 정상들 간 메신저는 외교관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외교 장관이나 안보 보좌관들이 접촉한 뒤 정상회담을 통해 최종 결론을 내린다. 양측 메신저들의 사전 협상에서 중요 결론이 내려지기 때문에 정작 정상회담은 요식 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북한 같은 국가에선 외교관들보다 절대 권력자의 비선을 통해 협상이 전개된다.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이 성사되기까지 북한과 일본은 1년간 비밀 협상을 했다. 고이즈미의 메신저는 다나카 히토시라는 외교관이었고, 김정일의 메신저는 ‘미스터X’였다. 다나카와 미스터X 간 채널이 만들어졌지만, 양측은 서로를 의심했다. 다나카는 북한이 억류 중이던 일본 기자의 ..
“프로필 사진이 의대생 여친” 피해자 신상까지 터는 네티즌들 이가영 기자 입력 2024.05.08. 09:14 업데이트 2024.05.08. 16:21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이 ‘수능 만점 의대생’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신상과 사진 등이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된 A(25)씨는 지난 6일 오후 5시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에게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수능 만점을 받고, 서울의 한 명문대에 재학 중인 의대생이다. 이후 네티즌들은 A씨가 수능을 치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도의 수능 만점자를 다룬 기사 등을 통해 그의 신상을 특정했다. 경기도의 한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A씨는 당시 여러 ..
中 핵탑재 스텔스기 완성 단계… 美 “격차 커” 중국, 美 제공권에 본격 도전 도쿄=성호철 특파원, 위싱턴=김은중 특파원 입력 2024.05.07. 03:26 업데이트 2024.05.07. 05:42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장거리 스텔스 전략 폭격기인 ‘훙(轟·H)-20′의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6일 보도했다. 남중국해 분쟁과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로 미·중 간 군사적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H-20의 실전 배치로 미국의 제공권(制空權)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2016년 개발 계획을 발표한 H-20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탑재하고 핵을 실은 채 1만㎞ 이상을 비행하는 능력과 정찰 기능을 갖출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전망해왔다. 현재 스텔스 전략 ..
♥고령화 먼저 겪은 일본… 병상은 줄고, 편의점·약국은 늘었다 김철중 기자 입력 2024.05.07. 00:14 업데이트 2024.05.07. 06:09 [김철중의 생로병사] 日 재활병원은 식사 안갖다줘…환자가 식당으로 가는게 원칙 노인환자 늘면서 간병·돌봄 감당불가… ‘셀프케어’가 국가정책 편의점 5만·약국 6만개… 여기 갈 수 있으면 혼자 살 수 있어 일본의 재활 병원은 식사를 환자들이 누워 있는 병상으로 가져다주지 않는다. 환자들이 밥을 먹으려면, 병동마다 둔 식당으로 나와야 한다. 혼자 먹고 싶다면, 1인용 테이블에 앉아서 먹으면 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휠체어를 타든, 간병인의 부축을 받든, 식당으로 나와야 끼니를 때울 수 있다. 먹고살려고 병실 밖으로 나오는 셈이다. 재활 병원은 뇌졸중이나 낙상 골절 환자들이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후유증과 장애..
[만물상] 램프를 탈출한 요정, AI 강경희 기자 입력 2024.05.06. 20:27 업데이트 2024.05.06. 23:43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나는 지니의 힘이 두렵다. 지니를 다시 램프에 넣는 방법을 모르는데 AI도 지니와 비슷하다”고 했다. ‘알라딘’에 등장하는 거인 요정 지니는 램프에 갇혀 있다가 주인이 불러내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괴력을 지녔다. ▶지난달 말 오스트리아 빈에 세계 100여 국 전문가들이 모여 AI와 군사기술의 결합을 제재할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은 “지금이 우리 시대의 오펜하이머 순간(Oppenheimer moment)이라고 했다. 천재 물리학자 오펜하이머(1904~1967)는 2차 대전 당시 미국의 기밀 프로젝트 ‘맨해튼 계획’의..
드론이 ‘구름씨’ 뿌려 인공강우 테스트 현장 가보니 김윤주 기자 입력 2024.05.06. 03:53 2일 강원 평창군 구름물리선도관측소에서 무인기(드론) 1대가 날아올랐다. 곧 지상 30m 높이까지 떠오른 드론에서 불꽃이 튀더니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드론이 하늘에 ‘구름씨’를 뿌리는 모습이다. 구름씨로는 요오드화은, 염화나트륨, 염화칼슘 등 물질이 이용된다. 비가 내릴락 말락 하려는 구름에 이렇게 구름씨를 뿌려주면 주변의 수분 알갱이가 달라붙는 씨앗 역할을 해 물방울이 된다. 물방울은 점점 무거워지면서 땅으로 떨어져 내려 비 또는 눈이 된다. 인간이 개입해 인공적으로 비나 눈이 내리게 하는 기술을 ‘인공강우’라 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 대관령에 구름물리선도센터가 생기고, 2017년 기상 항공기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인공강우 기술 ..
[만물상] K팝 쓰레기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5.05. 21:02 업데이트 2024.05.05. 23:48 좋아하는 가수 노래를 듣기 위해 카세트 테이프, 레코드, CD를 사던 시절이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고 레코드 음이 일그러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오늘날 K팝 아이돌 팬들도 음반을 사지만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요즘엔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받아 듣는다. 앨범에 들어 있는 CD로 음악을 듣는 비율이 5.7%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K팝 팬들이 앨범을 사는 주된 목적은 앨범에 딸려 있는 포토 카드를 소장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좋아하는 아이돌을 담은 포토카드는 가장 갖고 싶은 굿즈다. 귀한 것은 중고 거래 장터에서 수십만원을 예사로 넘는다. 특정 음반 판매처에서만 살 수 있는 미공개 ..
“5월엔 한뼘더 자라길…”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의 추천 도서 조선일보 입력 2024.05.04. 05:08 업데이트 2024.05.04. 06:38  내일은 어린이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책 10 어린이 독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국립어린이청소년 도서관 사서들은 어린이들에게 책 속의 어떤 지혜를 전하고 싶을까. 어린이날을 맞아 박주옥·이새롬·최유경·이정민·전지혜 사서가 추천 도서를 2권씩 꼽았다. 10권을 관통하는 주제는 ‘관계’. 공감과 연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때로 흔들리고 상처받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라고 응원하는 책들이다. 슬픔과 분노, 불안까지도… 세상을 헤쳐갈 힘이 된단다 그림동화 ‘제자리를 찾습니다’(막스 뒤코스 지음·국민서관) 속 할아버지는 오랜 시간 연못을 돌보며 산다. 어느 날 땅 주인이 할아버지가 사는..
[만물상] 전쟁터 최강의 가성비 ‘값싼 드론’ 배성규 기자 입력 2024.05.03. 20:40 업데이트 2024.05.03. 23:35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1218대의 드론이 한꺼번에 떠올라 화려한 비행 쇼를 펼쳤다. 기네스 기록이었다. 중국 드론업체는 두 달 후 1374대의 드론 쇼로 기록을 경신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선 1824대의 드론이 떴다. 칼군무를 추던 벌떼 드론이 이젠 전쟁 판도를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한 마을 창고에 드론이 몰래 접근했다. 창고 안에 러시아 탱크와 대공포 등이 숨어 있었다. 날아 들어간 드론은 탱크를 발견하자 곧바로 돌진해 자폭했다. 다른 드론들도 잇따라 진입해 남은 탱크와 차량을 파괴했다. 70만원짜리 드론이 28억원대 탱크와 값비싼 무기를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우크라이나 ..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언론 회피는 ‘통치’를 포기하는 것이다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입력 2024.05.02. 23:58 업데이트 2024.05.03. 00:24 이번 총선의 여당 참패,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민주국가에서 중간 선거는 항상 국민이 정권에게 주는 메시지다. 한마디로, 이번에 국민은 정권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불만은 어디서 초래된 것일까? 나는 그것이 정책보다는 도리어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불만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대통령이 국민의 정서나 감정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데 대한 불만이라 생각된다. 왜 그런 인식이 생겼을까? 대통령이 언론을 피해 왔기 때문이다. 언론을 피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국민을 피한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 동안 공식 기자회견을 한 번밖에 하지 않았다...
[만물상] ‘치매 예방’ 젓가락질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4.05.02. 20:26 업데이트 2024.05.02. 23:56 젓가락의 기원은 3000여 년 전 중국 은(殷)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은의 마지막 왕 주(紂)는 상아로 만든 젓가락을 썼다. ‘상아 젓가락과 옥그릇을 쓰는 사치’라는 뜻의 사자성어 상저옥배(象箸玉杯)가 여기서 비롯됐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젓가락이 출토된 걸로 볼 때 한반도에서도 지배층의 물건이었다. ▶오늘날엔 사치스러운 식기란 의미는 없고 능숙하게 쓰기엔 까다로운 도구라는 인식이 크다. 일본과 중국은 나무 젓가락을 쓰지만 한국에선 1970년대부터 나무 젓가락보다 미끄러워 불편해도 내구성 좋은 금속 젓가락을 쓴다. 한국인의 금속 젓가락 다루는 솜씨는 젓가락으로 생선 가시를 발라낼 줄 아는 일본인들 눈에도 경이..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다시 한번, 편지의 시대는 갔다 한은형 소설가 입력 2024.05.01. 23:58 작년 말에 ‘편지의 시대’(장이지 지음, 창비)라는 시집이 나온 걸 보고 편지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편지의 시대가 간 지 오래지만 ‘편지의 시대’라는 말을 책 한 권으로 마주함으로써 뒤늦게 어떤 충격이 전해졌던 것이다. 구한말이나 개화기라는 말처럼 ‘편지의 시대’라는 말이 이제는 사라져버린 어떤 시대를 호명하고 있기도 하다고 느껴서다. 거리에서 우체통을 볼 때마다 씁쓸한 감정이 들었던 건 그래서였을 것이다. 하루에 몇 통의 편지나 우체통에 넣어질까? 그래도 하루에 한 번은 편지가 넣어질까? 일주일 동안 한 통의 편지도 넣어지지 않기도 할까? 넣어진 편지는 제대로 수거가 될까? 나는 우체통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아니면 관광지의 우체통처럼 상징인..
[5분 명상] 잠에서 깨어날 때 벌떡 일어나지 말고 몸·마음 천천히 깨워요 박희승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사무총장 입력 2024.05.01. 03:00 오늘은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 명상에 대해 안내해 드립니다. 잠에서 깨어날 때 명상의 핵심은 잠에서 깬 후 벌떡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온몸과 마음을 천천히, 온전히 깨우는 것입니다. 바로 일어나지 말고 그대로 누워서 심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숨의 흐름에 의식이 따라갑니다. 배를 내밀며 코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숨을 내보냅니다. 그렇게 대여섯번 복식호흡을 하면서 호흡 명상으로 마음에 떠오르는 잡념을 깨끗이 비워야 합니다. 의식은 호흡의 숨결을 따라가면서 배꼽 밑 단전에 가볍게 힘을 줍니다. 몸의 중심인 단전에 힘이 모이면 온몸에 기운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두 팔과 다리로 의식을 옮겨 봅니다. 두 손 끝에 손가락과 ..
[세상만사] 서바이벌 게임·상황극… AI 면접에 취준생 ‘쩔쩔’ AI가 표정·눈동자까지 포착해 평가 김보경 기자 입력 2024.04.30. 03:00 최근 A은행 입사 시험에 응시한 이모(25)씨는 ‘AI(인공지능) 역량 검사’ 전형에서 “상황극에 대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제시된 상황은 ‘친구가 내 생일에 딸기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줬다. 그런데 사실 나에겐 딸기 알레르기가 있다. 기대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였다. 이씨는 “친구야 케이크 너무 예쁘다. 그런데 어쩌지? 나 딸기 알레르기가 있어”라고 답했다. AI 면접관은 이씨의 표정과 눈동자 움직임, 답변 내용을 녹화해 분석했다. 이씨는 “생각도 못 한 상황이 제시돼 당황스러웠다”며 “다음 시험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AI 역량 검사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신입 사원 채용 평가에..
[자작나무 숲]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4.04.29. 23:58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는 번안곡이다. 알라 푸가초바(A. Pugacheva)가 부른 소련 시대 최고 인기곡 ‘백만 송이 붉은 장미’가 원작으로, 가사에 얽힌 실제 이야기는 이렇다. 피로스마니(N. Pirosmani·1862~1918)라는 그루지야(현 조지아) 시골 화가가 순회공연 온 프랑스 여배우와 사랑에 빠졌다. 도도한 그녀 마음을 얻기 위해 가난한 화가는 가진 전부를 팔아(집까지) 그녀가 묵고 있던 호텔 앞 광장을 하룻밤 새 ‘꽃의 바다’로 만들어버렸다...
[만물상] 미용 전문 의사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4.29. 21:05 업데이트 2024.04.29. 23:43  피부과에 처음 간 것은 건강검진 서비스 중 하나인 점 빼기 때문이었다. 호기심에 갔는데 “하면 좋다”는 항목이 많아 추가 요금을 냈다. 요즘 피부과 서비스 목록엔 ‘피부 오마카세’도 있다. 오마카세가 요리 종류와 방식을 셰프에게 맡기는 것이라면, 피부 오마카세는 ‘의사에게 내 얼굴 맡기기’다. 100만원 등 정액을 결제하면 금액 한도 내에서 기본적인 점 빼기, 필러·보톡스, 레이저 등 모든 미용 시술을 받는 식이다. 개인 맞춤형 피부 관리를 받는다는 느낌 때문에 인기라고 한다. ▶우리나라 미용 성형 시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용 성형 강국인 미국이나 남미에서도 한국 기술을 배우겠다고 찾아올 정..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수학은 늘 ‘다수결’ 투표의 약점을 지적했다 민태기 에스앤에이치연구소장·공학박사 입력 2024.04.29. 03:18 美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 어떤 투표 제도도 불완전하다는 것 증명 18C 프랑스 두 수학자 보르다·콩도르세도 투표 공정성 보완 시도 다수결만이 정답은 아냐… 끊임없는 설득·타협이 민주주의 핵심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총득표율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45.1%와 50.5%였지만, 의석수 차이는 컸다. 이는 선거 제도에서 기인한 것인데, 아마도 지지 정당에 따라 과연 이것이 공정한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를 것이다. 이미 1951년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가 어떤 투표 제도를 채택하더라도 공정성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불가능성 정리’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누구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공정성 원칙 다섯 개를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