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기자
입력 2025.01.20. 21:09 업데이트 2025.01.21. 00:02
지난해 개봉한 영화 ‘드라이브’의 주인공 한유나는 인기 유튜버다. 어느 날 잠이 든 유나는 어두운 자동차 트렁크 안에서 눈을 뜨고, 그를 납치한 범인은 휴대전화를 통해 “지금 바로 방송 시작하세요”라고 말한다. 유튜브 생방송에서 ‘슈퍼챗’을 받아 1시간 안에 몸값 6억5000만원을 벌면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범인의 제안에 유나는 ‘긴급 라이브! 실제 상황!’이라며 생중계를 시작한다.
▶이런 영화까지 등장한 것은 그만큼 수퍼챗이 유튜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유튜브에 도입된 수퍼챗은 생방송 도중 시청자가 1000원부터 50만원까지 현금을 결제하면, 유튜버와 주고받는 실시간 채팅창에 특별한 색상의 메시지를 띄워주는 기능이다. 소액에서 고액으로 올라갈수록 메시지의 색상과 노출 시간이 달라진다. 수퍼챗을 받으려면 시청자들이 원하는 자극적 말과 장면이 필요하다.
▶수퍼챗이 생기기 10년 전부터 국내에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의 ‘별풍선’이 있었다. 시청자들이 대금을 결제하고 별풍선을 ‘쏘아’ 주면, 인터넷 방송인이 이를 환전해 수익을 올린다. 일부 방송인이 별풍선 금액에 따라 노출이나 무리한 행동을 하고, 별풍선 순위가 공개돼 팬들 간 경쟁이 붙으며 부작용도 많았다. 올해 초엔 별풍선을 쏘려고 일하던 병원에서 약 5억원을 횡령한 병원 직원이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법원 난입이 벌어지자, 일부 유튜버가 수퍼챗을 받기 위해 이를 선동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비상계엄 후 극우 성향 유튜버 상당수의 수퍼챗 수입이 2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구독자 162만여 명의 한 채널은 지난달 수퍼챗으로만 1억250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물론 수퍼챗으로 돈을 버는 유튜버는 양 진영에 다 있다. 이달 초 한남동 관저에서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개를 산책시키는 영상을 공개해 인기를 끌었다는 한 유튜브 채널은 윤 대통령 체포 전후 생방송으로 수퍼챗 세계 1위를 했다고 한다. 이틀간 3500만원 이상을 벌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상왕’이라는 김어준씨는 2023년 1월 유튜브 채널 개설 사흘 만에 수퍼챗으로 1억470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이러니 초등생들 장래 희망 직업에서 유튜버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거짓말, 자극적 선동을 예사로 하는 유튜버들이 적지 않다. 법률 미비로 책임도 지지 않는다.
드라이브 |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1/20/4YSDX2EVDFF5PEBOTY7QCE2NLM/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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