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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아이 돌보미 줄퇴사… "근무 짧아 일당 3만원, 누가 하겠나"

신규 채용 규모의 70%가 그만둬
김나연 기자 김도연 기자
입력 2025.01.21. 01:14 업데이트 2025.01.21. 07:04

일러스트=이철원


맞벌이 부부가 겪는 ‘육아 공백’을 해소하고 저출산을 타개하고자 도입된 ‘아이 돌봄 서비스’에 취업한 사람들이 열악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 일터를 떠나고 있다. 최근 4년간 매해 취업자 수의 약 70% 규모의 돌보미들이 퇴직한 것으로 20일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실이 여성가족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아이 돌보미’는 2433명으로 취업자 3453명의 70.4%였다. 2023년엔 2564명(60.9%)이 퇴직했고 2022년에는 2637명(77.6%), 2021년 2456명(62.9%)이 퇴직했다. 아이 돌보미 총 인력은 2020년 2만4469명에서 2023년 2만8071명으로 3년간 4000명 증가했다.

아이 돌봄 서비스는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7년 도입된 제도다. 아이들의 등·하원을 보조하고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임시 보육을 맡는다. 비용은 정부가 부모의 소득 기준에 따라 15~90%까지 지원한다. 돌보미를 배정받고자 부모들이 평균 33일(2023년 기준), 평일 하원 시간대는 1년 이상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끄는 사업이다. 정부는 올해 지원 가정을 더 늘리기로 했다.

일선에선 정책 호응이 높다.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주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30대 여성 직장인은 “시댁·친정 어른들에게 아이를 맡길 형편도 안 되고, 그렇다고 사설 육아 도우미를 고용할 여력도 안 되는데 정부 지원을 절반 이상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하지만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돌보미들은 생활비도 충당하지 못한다며 그만두는 일이 잦다. 50대 돌보미 A씨는 하루에 2시간 근무를 하며 월급 40만원을 받는다. 하루에 2만원밖에 벌지 못하는 셈이다. A씨는 분식집에서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올해 돌보미 시급은 1만2180원(올해 기준)으로 최저임금 1만30원보다 2000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근무 시간보다 이동 시간이 더 걸리는 일도 있다. 60대 여성 B씨는 최근 주거지로부터 대중교통으로 왕복 3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가정에 파견됐다. B씨는 5일 동안 출근해봤지만 거리가 부담돼 결국 일을 거절했다. 새로운 일도 받지 못했다. 정부가 거리에 비례해 최대 1만원의 교통비를 제공하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했다고 한다.

규정되지 않은 업무를 요청받는 일도 허다하다. 또 다른 50대 여성 C씨는 양육자로부터 집 안에 가득 쌓여있는 쓰레기를 치워 달라거나 미뤄둔 설거지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지침상 ‘종합형 시간제 돌보미’를 제외하고 가사 활동은 돌봄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C씨는 아이 1명을 돌봐달라는 집에 갔더니 쌍둥이가 있어 당황한 적도 있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육자들의 수요에 맞춰 돌보미를 급하게 공급하다보니 돌보미들의 근무 여건과 양육자들의 만족도 모두 잃은 상황”이라며 “이런 엇박자에서 지원 가정만 늘리려는 것은 오히려 악순환”이라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1/21/AD44MW7FBBC3LMOJ67KDPYN54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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