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기자
입력 2025.01.21. 21:14 업데이트 2025.01.22. 00:03
한인(韓人)들의 미국 이민은 1903년 하와이에서 시작됐다. 그 10년 전까지 하와이는 미국이 아니라, 원주민들이 세운 ‘하와이 왕국’이었다. 그런데 1892년 하와이에 정착한 미국인들이 ‘합병 클럽’을 만들어 미 정부에 하와이 합병을 요청했다. 1893년엔 미 해군의 도움으로 마지막 여왕도 폐위했다. 제국주의에 반대했던 민주당의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합병을 거부했다. 하지만 1897년 대통령에 취임한 공화당의 윌리엄 매킨리는 달랐다. 그는 “이것은 ‘명백한 운명’”이라며 1898년 하와이를 합병했다.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란 말은 미국이 멕시코 영토였던 텍사스·캘리포니아에 눈독 들이던 1845년 한 언론인이 만들었다. “북미 대륙은 신의 섭리로 미국에 주어졌으므로, 이를 차지하는 것은 명백한 운명”이란 팽창주의 논리였다. 이를 정책화한 것이 매킨리였다. 그는 스페인과의 전쟁에 이겨 필리핀, 괌, 푸에르토리코를 식민지로 만든 뒤 “미국을 세계의 최강대국 반열에 올렸다”고 자부했다.
▶매킨리는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원 의원 시절인 1890년 관세를 38%에서 49.5%로 높이는 ‘매킨리 관세법’을 발의·제정해 ‘보호무역의 나폴레옹’이란 별명을 얻었다. 대통령 당선 후엔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운하 건설 위원회를 발족시켰다. 1901년 매킨리가 암살되는 바람에 파나마운하 건설은 후임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맡았지만, 구상은 그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위대한 매킨리 대통령의 이름을 딴 ‘매킨리산’이란 지명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알래스카에 있는 해발고도 6190m 북미 최고봉 이름을 ‘디날리’에서 ‘매킨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원주민들은 줄곧 이 산을 ‘높다’, ‘위대하다’는 뜻의 디날리로 불렀다. 매킨리란 이름은 1896년 대선 당시 그를 지지했던 금광업자가 붙인 것으로, 매킨리는 알래스카에 가본 적도 없다.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디날리산’이란 명칭을 되찾아줬는데, 트럼프가 이를 번복했다.
▶트럼프가 연일 파나마운하 회수, 그린란드 합병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쿠바 사이 ‘멕시코만’ 이름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취임사에서 트럼프는 “미국 우주인들이 화성에 성조기를 꽂아 우리의 ‘명백한 운명’을 별들에까지 펼치겠다”고 했다. ‘이 세상은 미국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트럼프 같다.
클리블랜드 |
윌리엄 매킨리 |
시어도어 루스벨트 |
매킨리산 |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1/21/Y5CGWEYGRRE6VI6DYZENC2XQXU/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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