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기자
입력 2025.01.17. 20:41 업데이트 2025.01.17. 23:39
노란 머리를 스프레이로 고정한 ‘수탉 머리’형 헤어스타일은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트럼프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수십 년 전 부동산 개발업자로 명성을 얻은 이후 줄곧 이 독특한 머리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2000년대 TV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할 때 머리 손질 비용으로 7만달러(약 1억원)를 세금공제 받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능숙하다.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그는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워싱턴 DC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셀프 퇴임식’을 열고 전용기에 올랐다. 전용기가 이륙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가 울려 퍼졌다. 마지막 소절 ‘yes, It was my way’가 나오는 순간 전용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본인 행동을 전혀 후회하지 않고 다른 사람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그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였다.
▶트럼프는 2019년 미중 무역 전쟁의 정당성을 얘기하다 “나는 ‘선택받은 사람(Chosen One)’이며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고 했다. ‘Great’, ‘big’ 등은 그가 인터뷰나 연설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그가 2020년 이란에 경제 제재를 발표하려고 백악관 응접실에 들어설 때 그의 뒤로 강한 빛이 쏟아졌다. 그는 이 빛을 등진 채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빛 때문에 트럼프 주변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 장면을 연출했다.
▶트럼프 인수위가 ‘대통령 공식 사진’을 공개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상태에서 눈을 치켜뜨면서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다. 미국 대통령 공식 사진으론 특이하다. 지난 2023년 트럼프가 기소됐을 때 구금 과정에서 찍은 머그샷(mugshot·범죄자 기록 사진)과 유사하다. 트럼프는 이 머그샷을 티셔츠·머그잔에 넣는 등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해 이틀 만에 710만달러(약 109억원)를 모금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트럼프는 2015년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서 정책 비전을 담은 책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을 펴냈다. 당시 트럼프는 출판사에 표지에 분노한 사진을 써달라고 특별히 주문했다고 한다. 머그샷이나 이번 대통령 공식 사진과 똑같은 표정이다. 트럼프 측은 미국 상황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번 사진으로 전 세계를 향해 앞으로 4년이 어떨지 미리 경고하는 것 같다.
마이웨이 |
대통령 공식 사진 |
머그샷 |
티셔츠 |
머그잔 |
Crippled America |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5/01/17/DX57TNWJXNDCDJGZ54UFTUJ5CY/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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