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파업 이어 국민銀도 결의
곽창렬 기자 한예나 기자
입력 2025.01.17. 00:53 업데이트 2025.01.17. 07:00
평균 연봉이 1억원대인 은행 노조들이 잇따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작년 은행 이익이 늘어난 만큼 연봉을 올려 달라는 요구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막대한 이자 부담을 지고 있는 고객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노조가 집단 이익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봉 1억2000만원 은행 노조의 파업 추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전체 조합원 1만1600여 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투표를 진행한 결과 9702명이 투표에 참여해 9274명(96%)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지난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1인당 2000만원가량의 성과급과 특별격려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상급 노조인 금융노조가 올해 2.8% 임금 인상에 합의했기 때문에 250만원가량 연봉이 오르게 돼 있는데, 더 달라는 것이다. 국민은행 직원 수가 약 1만5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총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민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821만원으로, 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노조의 인상 요구에 경영진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가장 많이 판 은행(판매액 약 8조1900억원)이다. 이로 인해 약 8400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고객들에게 물어야 하는 처지다. 국민은행 사측은 “ELS 보상 문제 등으로 회사가 어렵다. 노조의 요구는 무리”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오히려 “직원들이 ELS를 판매하면서 고생을 했다”며 성과급과 격려금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조만간 입장을 정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도 “연봉 올려 달라”며 파업 동참
지난달 말에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노조가 “임금을 올려 달라”며 파업을 벌였다.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은 정부의 통제를 받다 보니 평균 연봉이 8528만원으로 시중은행 평균(1억1600만원)보다 낮다. 대신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등 고용의 안정성은 높다. 노조는 “시중은행과 하는 일이 같은데, 연봉이 30% 이상 적어 차별을 겪고 있다. 연봉을 올려 달라”는 입장이다. 그러자 한국은행 노조도 “정부로부터 급여 예산 통제를 받는 모든 공공 부문 노동자에게 적정 보상을 제공하지 않아 모두가 함께 질식하고 있다”며 기업은행 노조와 연대를 선언했다.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2년 넘게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MG손해보험은 메리츠화재가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살아날 기회를 맞았다. 그런데 노조가 “직원 전원에 대한 고용 승계를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인수금액 산정을 위한 실사 작업을 막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회사 여건을 고려하면 MG손보 직원 580여 명 가운데 일부의 고용만 승계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끝내 실사가 이뤄지지 못하면 인수는 물거품이 된다. 매각 작업을 주관하는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MG손보를 청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자 장사로 이익 내고 돈 잔치 요구
금융권 노조가 파업을 들고 나온 데는 지난해 이자 장사로 거둔 역대급 실적이 한몫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1~3분기 기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7883억원으로 1년 전보다 4% 넘게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1~3분기에 2조617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여기에는 은행 수익의 원천인 예대금리차(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 영향을 끼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1.41%포인트로, 2023년 8월(1.45%포인트)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두 차례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예대금리차가 줄어들 여건이 조성됐지만, 가계 부채 증가를 우려한 금융 당국이 금리 인하 자제를 요구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은행들은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이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일부 금융권 노조는 지나치게 정치화돼 과한 요구를 하는데, 자칫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5/01/17/S7CY4WV3JRE4FNOCPZ75TJ27YY/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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