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재산 받고 돌변하는 자식들... 이런 불효 막는 '계약서' 제대로 쓰는 법

류진창2 2025. 6. 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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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마음 돌변 막기 위한 방법은?
김은정 기자
입력 2025.06.02. 01:36 업데이트 2025.06.02. 11:31

일러스트=이철원


재산만 증여받고 ‘먹튀’하는 불효 자식을 방지하기 위한 ‘효도 계약서’ 작성이 유행한 적이 있다. 생전에 재산을 자식에게 주면서, 이런저런 효도를 하지 않으면 준 것을 무효로 하겠다고 하는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사전 증여로 상속보다 세금은 줄이고, 자식들 생활도 도와주면서, 자식이 재산만 받고 돌변할 가능성도 차단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같지만,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대법원 판례상 잘못된 효도 계약서로는 자식이 효도하지 않아도 부모가 다시 재산을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의 ‘은퇴스쿨’이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과 함께 효도 계약서 제대로 쓰는 법을 알아봤다. 조 부사장은 삼성생명, NH투자증권 등에서 20년 넘게 재무 설계사로 활동해 온 은퇴 설계 전문가다.

◇민법상 ‘부담부증여’

효도 계약서란 효도를 담보로 한 ‘부담부증여’다. 부담을 붙인 증여라는 뜻이다. 전세를 낀 아파트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식은 부모에게서 아파트뿐 아니라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해야 하는 부담도 함께 증여받는 것이다. 대출 낀 아파트를 증여받는 경우도 부담부증여라 할 수 있다. 효도 계약서는 증여에 달린 부담이 전세금이나 대출금이 아니라 효도라는 게 차이점이다. 자식 입장에서는 효도를 하겠다고 약속하는 조건으로 부모 재산을 증여받는 구조다.

효도 계약서를 둘러싼 법적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효도 계약서 분쟁을 포함한 부담부증여 해제 관련 민사 소송은 350건이 넘는다. 자식이 약속했던 효도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여를 취소하고 재산을 다시 돌려받겠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부모들은 “재산을 받고 나니 자식 태도가 돌변했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이때 부모가 재산을 돌려받으려면 효도 계약서가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합법적인 부담부증여로 인정받지 못하면 일반 증여 계약이 돼 자식에게서 재산을 다시 뺏어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효도 내용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효도 계약서가 물거품이 된 판례를 통해 효도 계약서의 요건을 살펴보자. 지난 2015년 아들에게 건물 지분과 아파트 등 부동산을 증여한 어머니는 아들이 약속한 효도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반환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효도 계약서에 쓴 ‘부모를 물질적·정신적으로 안락하게 여생을 즐길 수 있도록 섬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온갖 배려를 다 한다’는 조건이 문제가 됐다. 법원은 효도 조건이 구체적이지 않아 합법적인 ‘부담부증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조건 없는 일반 증여로 간주돼 아들이 온전하고 합법적인 소유주로 인정받았다. 효도 계약서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이 ‘확실성’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두 손자에게 건물 지분을 증여하면서 효도 계약서를 쓴 80대 A씨는 아내와 불화를 겪으며 아들과 멀어지자 손자들에게 증여한 건물 지분을 되찾으려 했다. 효도 계약서에는 ‘A씨가 심부름을 부탁하면 손자들은 잘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얼마 후 A씨는 손자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부담부증여 해제와 등기 말소를 주장했고, 법원은 손자들 손을 들어줬다.

이때에도 효도 계약의 ‘정확성’이 쟁점이 됐다. 법원은 “심부름 내용이 특정돼 있지 않고, 심부름 내용에 대해 당사자 간 합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심부름 이행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부담부증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효도의 내용에는 부모에 대한 금전적 지원(생활비, 의료비, 노후 주택 마련 등), 정서적 교류(안부 전화, 본가 방문) 등이 담길 수 있다”며 “이때 중요한 것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금액이나 횟수 등을 정해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모·자식 간에 너무 야박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혹시 모를 법적 분쟁을 막으려면 효도의 내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효도의 내용은 적법성, 가능성도 충족해야 한다. 자식에게 적법하고, 이행 가능한 수준의 효도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부사장은 “직장 다니는 자식에게 아침, 점심, 저녁으로 집에 찾아오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니 계약서상 효도로 인정받지 못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 증여 날짜와 효도 계약서 작성 날짜가 같아야 하고, 효도 계약의 내용을 서로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 등도 중요한 요건이다.

효도 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정당한 효도도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은퇴스쿨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money/2025/06/02/BQLPHQKBZFFKVOQOQBPICVNH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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