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택서 수억 돈다발… 돈 받고 자리 거래 혐의 '택시왕' 구속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의 비리
구동완 기자 김명진 기자
입력 2025.06.26. 05:00
개인택시 기사들의 최대 이익 단체인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차모(72)씨가 조합 관련 직책 임명을 대가로 돈거래를 한 혐의로 지난 23일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국내 대형 로펌의 변호인 2명을 선임한 뒤 구속의 적법성을 가려달라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 차씨의 구속적부심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차씨는 자리 거래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에서는 차씨가 그간 이른바 ‘택시왕’으로 군림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폐쇄적 조합 권력 구조와 감시 부재가 맞물려 차씨가 10년 넘게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차씨는 작년 6월쯤 조합 이사장 지위를 이용해 조합 관련 직책 등과 관련해 금품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본격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선 작년 4월 조합원 340여 명이 ‘조합바로세우기모임’을 구성해 대통령실과 국토부, 서울시 등 기관에 ‘차 이사장이 보직 임명을 미끼로 금품을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 및 탄원을 넣었다.
그해 10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이 서울 송파구 조합 본사 사무실, 차씨 자택 등지를 잇따라 압수 수색했더니 수억 원대 현찰 다발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돈이 차씨가 조합 이사장 지위를 활용해 조합원들로부터 모종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받은 돈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최근 잇따라 경찰에 출석해 차씨가 조합 내 자리에 임명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요구받았던 금액과 관련한 진술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차씨는 경찰에 “현금 뭉칫돈은 (보직 임명 대가로 받은 돈이 아니라) 부동산을 팔고 받은 돈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 변호인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구속적부심을 앞두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개인택시 조합 가운데 최대 규모 단체다. 지난 2월 기준 서울 시내 개인택시 기사 4만9074명 중 대부분이 조합에 소속돼 있다. 매달 조합원당 조합비로 2만원 등을 받아 연 예산이 150억원 정도 된다. 개인택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새로 하려면 기존 운전자가 그만둔 뒤 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 면허 중개를 도맡아 하는 곳이 조합이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아무리 개인 사업자라지만 조합 허가가 없으면 사실상 운전을 하지 못하니 조합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했다.
39년 전인 1986년 개인택시 면허를 딴 차씨는 1998년 대의원, 2002년 서울 강남지부장 등을 거쳐 2005년 이사장을 지냈다. 조합 정관에 “이사장은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해 두 임기를 마친 이후 이사장 보궐선거 등에 재출마해 당선, 연임하는 방식으로 5번에 걸쳐 15년간 이사장을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택시조합에서 이사장은 ‘절대 권력’을 행사한다. 개인택시 기사에게 사형 선고와 같은 ‘제명’을 포함한 조합원 징계 권한도 이사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사실상 이사장이 우리 기사들의 ‘명줄’을 잡고 있다”고 했다. 연봉도 1억3000만~1억4000만원이다. 업무 추진비도 연 5000만원 선으로 전해졌다.
최근 건설 경기가 나빠지고 내수가 부진한 탓에 일자리를 잃은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이 개인택시 업계로 잇따라 뛰어들어 조합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23년 하반기 9381만원이던 면허 값은 지난해 1억193만원, 지난달 1억1500만원으로 상승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이사장이 별다른 의결 없이 임명할 수 있는 조합 핵심 보직만 스무 자리가 넘고, 회의 참석 등으로 각종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자리까지 합하면 100자리가 넘는다”고 했다.
앞서 2021년엔 서울 지역 개인택시조합 간부들이 차량 수리비를 허위 청구해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2023년에는 조합 간부들이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일이 드러나 수사를 받았다. 개인택시조합 내부에선 “1인 사업자인 개인택시 기사들의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만든 개인택시조합이 실제로는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정부가 조합을 감시하는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5만명에 달하는 서울 지역 개인택시 기사 대부분이 소속된 이익 단체.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산하에 있는 국내 개인택시 조합 가운데 최대 규모다. 단체에 소속된 개인택시 기사들은 매달 2만원의 조합비를 내 연간 예산이 150억원에 달한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6/26/BVZXFUZCEBHBXLRFLYNTS2TSRY/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