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전화 두려운 MZ 공무원에 "괜·실·번·죄·바 기억하세요"
서울시, 통화 응대 요령 가르쳐
김명진 기자
입력 2025.07.03. 00:53 업데이트 2025.07.03. 07:33
“자, 따라 해 보실까요? 괜, 실, 번, 죄, 바!”
지난 1일 서울시청 대회의실. 강단에 선 민원기획팀 임유미(42) 주임이 큰 소리로 외치자 시청 직원 100여 명이 웃으며 따라 했다.
괜, 실, 번, 죄, 바는 “괜찮으시다면” “실례합니다만” “번거로우시겠지만” “죄송합니다만” “바쁘시겠지만”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요 말을 먼저 던지면서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대화가 훨씬 부드러워질 거예요. ‘쿠션’을 주는 거예요.”
임씨는 민간 항공사 고객만족팀 출신의 ‘전화 응대 베테랑’이다. 공무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임씨 설명을 받아 적었다.
이날 특강 주제는 ‘전화 응대 대화법-정서적 설득과 언어 설계 중심 교육’. 민원 응대 교육은 수시로 하지만 이렇게 전화 응대를 주제로 교육을 한 건 처음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원인과 통화를 어려워하는 MZ세대 직원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했다”고 했다.
그동안 특강을 열어 달라는 MZ세대 공무원들의 요청도 많았다고 한다. 이날 참석자 100여 명 중 8할이 20~30대 ‘MZ 공무원’이었다.
최근 ‘콜 포비아(전화 공포증)’를 겪는 20~30대가 많다. 공직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콜 포비아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전화로 직접 대화하는 걸 어려워하는 현상이다.
취업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20~30대 남녀 1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3%가 ‘전화 통화 시 긴장을 느낀다’고 답했다.
20대 공무원 A씨는 “민원인이 전화로 용건을 쏟아내면 말문이 갑자기 턱 막힌다”며 “일할 때 제일 무서운 게 민원인 전화”라고 했다.
이날 특강에선 민원인과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요령을 주로 다뤘다. 실제 상황을 가정한 ‘모의 전화 실습’도 했다.
“민원인 얘기에 일단 먼저 맞장구를 친 뒤 설명을 해보세요. ‘Yes, but(네, 그런데)’ 화법이라고 해요. 먼저 공감하고, 상황을 설명한 뒤, 대안을 제시하세요. ‘공상대’ 화법이죠.”
임씨 말을 열심히 받아 적던 공무원 B씨는 “공식처럼 달달 외워서 써먹겠다”고 했다.
“전화벨은 세 번 울리기 전에 받는 게 좋아요. 늦게 받으면 꼭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먼저 말하세요. 상대방도 부드럽게 답할 거예요.”
특강을 듣고 난 공무원들은 “전화벨 소리만 들리면 가슴이 두근두근했는데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전화 대화법을 배운 게 태어나서 처음인데 너무 도움 된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응이 좋아 신입 직원 교육 때도 전화 특강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5/07/03/7LRSZ7J3W5CHRG53RJ7UB2ZJ2I/
일러스트=이철원 ALL: https://ryoojin2.tistory.com/category/일러스트=이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