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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주중엔 특허청 교수, 주말엔 약초 사냥꾼

주중엔 특허청 교수, 주말엔 약초 사냥꾼

최홍렬 블로그주말뉴스부 차장
입력 : 2014.08.16 07:28

원문: 이곳을 클릭..


 

'특허청의 허준' 조식제 교수… 植物 680종 효능을 특허로 검증
“산삼 먹는 사람보다 심마니가 건강한 법… 자연이 곧 만병통치약이죠”
알면 藥草, 모르면 雜草 : 15년간 전국 山 다니며 발품… 동의보감 등에 나오는
약초와 관련 특허·연구 논문 연결… 실제 약효 어떤지 근거 내놔
아버지까지 3代가 한의사 : 어렸을 때 전통 醫藥書를 뜻도 모른채 달달 외웠어요…
형을 癌으로 잃고 난 후에… 약초에 더 깊이 빠져들었죠 
 
봄에는 산마늘·병풍취, 여름에는 함초·산해박, 가을에는 까치버섯·노루궁뎅이버섯, 겨울에는 지치·
하수오·더덕…. 우리 산하에는 생명을 살리는 약초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무심코 지나치면 잡초처럼
보이지만 눈 밝은 이에게 발견되면 '보물'이 된다.

지난해 9월

조식제 특허청 연수원 교수가 전북 무주 덕유산 인근에서 고사목(枯死木)에 달린 30㎝가 넘는
말굽버섯을 채취하고 있다. 15년 동안 전국을 돌며 약초·약나무·버섯 등을 찾아다닌 그는
“우리 산하에 생명을 살리는 귀중한 약초가 지천으로 숨어있다”고 했다. / 조식제 제공


조식제(57) 특허청 산하 국제지식재산연수원 교수(서기관)는 '특허청의 허준'이라 불린다. 그는 약초
꾼도 아니고, 한의학이나 약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전통 약초를 꿰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카페 '약초천국'(회원 2900여명)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초를 정리한 네이버 블로그
 '여운(如雲) 여여(如旅)'는 누적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었다. 그가 15년 동안 발품을 팔아 전국을 누비며
찾은 약초·약나무는 최근 펴낸 '특허로 만나는 우리 약초'에 담겨 있다. '동의보감' '방약합편' 같은 전통
의서(醫書)에 나오는 식물 680여종의 효능을 밝히고, 관련 특허·연구논문 3800여건에 사진 4100여장을
수록한 방대한 작업이다. 12일 대전 특허청 연수원에서 만난 그는 길이가 30~40㎝에 이르는 말굽버섯
잔나비불로초, 소나무잔나비버섯을 보여주었다.

조식제 교수가 자신이 딴 말굽버섯을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 신현종 기자

 

―전통 한방 지식과 특허는 서로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전통 의서에는 약초가 어디에 좋다는 것만 알려주는데, 최신 연구를 거친 특허에는 왜 그런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서로 보완해 약초에 대한 지식을 객관화시켜준다."

 

―무심코 보면 다 같은 풀이다. 희귀 약초를 찾는 비결이라도 있나.

"약초보다 먼저 산을 잘 알아야 한다. 주말 산을 오를 때면 등산로 대신 멧돼지나 오소리·너구리 등이
다니는 '동물의 길'을 먼저 찾는다. 등산로 인근에선 못 보던 풀이나 약초를 발견하기 힘들지만, 산 7~8부
능선에 있는 멧돼지길은 숲이 우거져 다양한 식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고 희귀 약초들이 널려 있다."

 

―동물의 길은 어떻게 아나.

"동물들이 다니는 길은 바위 틈새로 교묘하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풀이 꺾어져 있거나
낙엽이 한옆으로 쏠려 있다. 이 길은 험난한 벼랑이나 산악지역을 안전하게 지나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경남 합천 황매산을 찾은 조식제 교수가

산 능선을 뒤덮은 하얀 구절초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 조식제 제공


◇멧돼지길 근처에 희귀 약초 많아

조 교수는 "산삼을 찾아다니는 심마니도 산에 오르면 멧돼지길 인근에 있는 진흙 놀이터를 먼저 찾는다"
고 했다. "멧돼지들은 진흙이 고여 있는 웅덩이에서 목욕을 즐기는데, 인근에는 새들이 물을 먹을 수 있는
작은 웅덩이가 있게 마련이다. 먹이를 먹고 물을 마셔 몸이 무거워진 새들은 인근 나뭇가지에 앉아 배설을
하는데, 이때 전에 먹었던 산삼 씨가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운다. 웅덩이 아래쪽은 습기가 차서 씨가 썩기 쉬운
반면, 위쪽은 산삼 씨가 잘 자라 산삼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1976년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38년 동안 근무한 경력을 보면 조 교수가 약초와 인연을 맺은 특별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고, 공무원 생활 초반에는 마산세관과 마산수출자유지역관리소
등지에서 근무했다. 1997년 특허청으로 자리를 옮겨 디자인·상표 관련 심사·심판 업무를 주로 담당했고,
2012년부터 연수원 교수가 되어 지식재산권과 특허 등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 약초를 공부한 것도 아니고 업무 관련성도 없다. 약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

"약초보다 산과 먼저 친해졌다. 20대 후반에 친구가 관광회사에서 모집하는 주말 산행 가이드를 했는데, 보조
가이드로 따라다니면서 웬만한 산은 거의 다 가보았다. 아내도 산행 가이드 중 만났다. 결혼하고 보니 손위
동서가 난초광이었다. 특히 돌연변이로 특이한 꽃이나 잎을 피우는 변이종 난초를 좋아했다. 주말마다 동서를
따라다니며 10여년 난초에 푹 빠졌었다. 집에 난초 화분만 300~400개 있었던 적도 있다. 이후 각종 야생화나
 약초로 관심의 폭을 넓혔다."

 

―경남 함안에서 증조부에서 아버지까지 3대(代)가 한의사를 했다는데.

"우리 집은 정신분열, 피부병 등을 잘 치료한다고 소문이 났었다. 네 살 때부터 아버지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천자문(千字文) 배우고, 각종 약초의 효능을 정리한 조선 후기 의약서 '방약합편(方藥合編)' 등을 암기했다.
이 책은 약초의 효능을 칠언절구 형식으로 정리해 외우기 좋게 만들었다. 작두로 마른 약초를 써는 법도 배웠다.
어렸을 적 뜻도 모르고 외웠던 약초의 실제 모습을 어른이 되어 깊은 산중에서 발견했을 때 무엇보다 기뻤다.
선대에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자꾸 산으로 들로 약초를 찾아다니도록 하는 것 같다."

 

―680종의 약초를 책으로 정리한 것을 보면 취미 수준은 넘어선 것 같다.

"본격적으로 전국을 누비며 약초를 찾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40대 후반의 친형이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난
게 계기가 되었다. 대학병원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골수이식도 했지만 실패했다. 형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은 아직도 남아 있다."

 

―전통 약초로 형을 치료할 생각은 안 했나.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약초나 민간요법을 형을 상대로 실험할 수는 없었다. 형이 죽고 난 후 항암 약초 같은
전통 의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약초의 효능을 깊게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풀과 약초를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산중에서 모르는 야생화나 풀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은 후 도감(圖鑑)이나 인터넷을 뒤져 이름을 알아냈다.
이것이 약초인 경우 약초의 효능과 최근 연구성과를 조사·정리해 2005년부터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올렸다.
약초를 제대로 알려면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변하는 모습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비슷한 종(種)의 다른
약초와도 구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약초 찾기 위해 햇빛·지형·습도 살펴야

조 교수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약초천국' 회원들은 주말이면 약초 찾기에 나선다. 병을 치료하려고 약초를
찾는 사람을 비롯, 취미활동이나 연구를 위해 참여한 사람도 있다. 전국의 산들을 돌다보니 산삼을 찾는 심마니
들과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인적이 드문 오지를 갈 때는 1박2일 비박(산 야영)하면서 산에서 자기도 한다. 매년
봄·가을에는 산기슭에서 시산제(始山祭)와 종산제(終山祭)도 지낸다. 산에서 캔 산삼·상황버섯·더덕 등을 넣어
담근 술을 제상에 올리고 산신령에게 절을 올린다.

 

―산행 계획은 어떻게 짜나.

"'봄나물산행' '버섯산행' '산삼산행' 등 계절에 따라 목표를 정하고 장소를 선정한다. 대개 4~5명씩 팀을 이뤄
산행에 나선다. 산기슭에 도착하면 서로 흩어져 약초를 채취한 후 나중에 모이는데, 그날 채취한 약초를 모두
모아 똑같이 나눈다. 요즘 스마트폰에 GPS기능을 갖춘 앱을 설치하면 등산 궤도가 표시돼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주말마다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면 부인이 불평하지 않나.

"주5일제 시행 이후 주말의 하루는 산행에 나서고, 하루는 아내와 같이 지낸다. 가끔 캐온 산삼이나 희귀 버섯
으로 불만을 잠재우기도 한다. 봄나물 산행 때는 아내와 동행한다."

 

―약초를 찾을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일조량(햇빛)과 지형, 습도, 토질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같은 산이라도 골짜기마다, 산의 방위에 따라
약초의 서식 분포가 달라진다. 산삼은 아침에만 햇빛이 살짝 비치는 산의 북동면에서 주로 자란다. 소나무 숲에
많이 자라는 송이버섯을 캐려면 양지가 많은 산의 남동쪽 사면에 가야 한다. 반면 참나무 숲에서 자라는 능이버섯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북쪽 사면에 많다.
지치, 시호, 산해박 등은 석회암 지역인 강원도 영월·정선 지역에 가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약초·버섯이 제일 많이 나는 지역은 어디인가.

"강원도 백두대간 지역이다. 지형이 젊어 게르마늄 등 무기질이 풍부해 다양한 식물이 살기 좋은 여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전국의 웬만한 산은 안 가본 데가 없겠다. 가장 많이 가본 산은.

"전북 무주 덕유산(1614m)은 수십 번 가봤을 거다.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공존하고, 산이 높아 추운 데 사는
식물과 따뜻한 데 사는 식물을 같이 볼 수 있다."

 

―희귀 약초는 대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나 고산(高山)지대에 많을 텐데. 그런 곳은 위험하지 않나.

"절벽 위 버섯을 따려고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해 난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배낭에는 비상시 탈출용으로
등산용 로프 20~30m짜리를 넣고 다닌다.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오지에는 무전기를 준비한다. 봄과 여름에는
뱀과 말벌을 조심해야 한다. 봄철 새끼를 낳아 키우는 멧돼지는 특히 사납다. 해발 1000m 이상 지역에서는 고산
진드기에 주의해야한다. 이 진드기는 살을 뚫고 들어가는 무서운 놈이다."

 

―산행 중 다쳤을 때 즉석에서 약초로 치료할 수도 있나.

"벌레에게 물리거나 풀에 살갗을 베였을 경우 오이풀을 손으로 비벼 즙을 낸후 상처 부위에 바르면 탈이 나지
않는다. 벌에 쏘였을 때는 민들레고들빼기의 하얀 즙액을 바르기도 한다. 다리를 삐었을 경우 엉겅퀴 생뿌리를
짓찧어 환부에 붙이면 통증이 약해진다. 목이 마르면, 꽃한테는 미안하지만, 큰괭이밥의 꽃을 따먹으면 침이
고이면서 갈증이 가신다."

 

◇"알면 약초, 모르면 잡초"

―계절에 따라 채취하는 약초도 달라질 텐데.

"녹음이 짙어가는 시절에는 뽕나무 열매인 오디, 바닷가의 함초 등이 제철이고, 가을에는 마가목·오미자 등이 있다.
상황버섯이나 차가버섯 등을 따는 계절은 겨울이다. 나뭇잎이 떨어져 줄기에 피어난 버섯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더덕·도라지·잔대 등 뿌리를 캐는 식물도 약성이 뿌리로 내려가 갈무리된 겨울철에 채취해야 약효가 좋다."

 

―산삼을 캐본 적이 있나.

"5~6년 전 충남 금산 인근에서 40년 이상 된 산삼을 캔 기억이 생생하다. 아내가 먹었다. 요즘엔 1년에 20~30뿌리
캔다. 대개 술을 담그거나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산삼은 15년 이상 되어야 제대로 약효를 느낄 수 있다.
이보다 어린 산삼은 캐지 않고 남겨둔다. 이런 자리를 '구광자리'라고 한다. 몇 년 후에 가보면 성장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산삼 캐는 요령이 있나.

"경험 많은 심마니들은 무턱대고 산삼을 찾아 헤매지 않고 산삼이 자랄 만한 지형을 먼저 살핀다. 산삼은 반(半)
그늘을 좋아한다. 위성사진을 보고 산세가 동북쪽으로 기울어져 햇빛이 아침에만 살짝 비치는 곳을 선정한다.
산삼은 배수가 잘되면서도 습도가 어느 정도 보존되는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옛날의 전통 심마니들은
산에 안개나 운무가 장시간 머무는 곳을 적지로 꼽기도 했다. 주변에 인삼 재배지가 있으면 더 좋다. 요즘 산삼
이라고 하면, 심마니들이 꿈꾸는 자연삼은 발견하기 어렵고, 인삼밭 주변에서 자라는 야생삼이 대부분이다.
까마귀나 산비둘기 같은 새들이 인삼 열매를 먹고 산에서 씨를 배설해 자라 야생삼으로 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 산삼을 찾는 사람은 인삼 경작지 주변부터 살피는 것이 좋다. 이런 조건을 따져 산삼을 찾을 확률을 높이면
된다. 이런 조건을 대개 만족시킬 경우 절반 이상 성공한다."

 

―그 정도 성공률이면 심마니 수준 아닌가.

"친한 심마니들과 같이 다니기도 한다."

 

―새들이 산삼 씨를 퍼트린다는 게 재미있다. 하지만 새들이 배설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닐 텐데.

"'새의 마음'이 되어 보면 안다. 새들이 어디서 먹이를 주로 먹고 배설하는지를 파악하고, 일조량과 습도 등을
고려해 산행하다 보면 야생삼 자생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새들은 오래된 고사목(枯死木) 가지에서
쉬면서 배변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주변도 가능성이 많다."

 

―보통 사람이 보면 산삼 잎은 다른 풀과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산삼잎은 줄기 끝에 5장이 돌아서 나는데, 크고 작은 잎들이 어우러져 있다. 봄에 연한 노란색을 띤 녹색 꽃이 핀
후 타원형의 열매가 빨갛게 익는다. 산삼을 캐기 위해 산에 올랐다면, 머릿속에 산삼 잎만 염두에 두고 집중해야
한다. 휴식을 취할 때도 눈 감고 산삼잎을 떠올려야 한다. 온통 녹음이 우거진 숲속에서 산삼을 발견하는 게
쉽겠는가. 작은 오갈피나무는 산삼같이 잎이 5개이고, 천남성, 노루삼도 산삼과 헷갈리기 쉽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예전부터 심마니들이 산에 오르기 전 목욕재계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조 교수는 "그냥 스치듯 지나치던 야생화가 귀한 약초라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며 "'알면
약초(藥草), 모르면 잡초(雜草)'라는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귀한 약초나 버섯을 찾아다녔지만
10년 이상 숲속을 누비면서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해 보이는 식물들도 귀중한 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
았다"고 했다. 그는 배탈 날 때 먹는 정로환과 외상을 치료하는 마데카솔을 예로 들었다.

 

"일본은 러일전쟁 당시 병사들의 배앓이를 치료하기 위해 우리나라 남해안 섬지방에 자생하는 너도밤나무 추출물을
이용해 치료약을 만들었다. 일본은 러일전쟁에 승리한 이후 이 약을 '러시아를 정복한 약'이란 뜻으로 '정로환(征露丸)'
으로 이름지었다. 이 약은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정로환(正露丸)이란 이름으로 나오고 있다."

외상 치료약인 마데카솔은 남해안이나 제주도 등지에 자생하는 병풀(일명 호랑이풀)을 주원료로 했다. "병풀은 여러
가지 병을 낫게 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호랑이가 상처를 입으면 병풀 밭에 뒹굴어 상처 부위를 치료하는
것을 보고 호랑이풀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해열진통제 아스피린버드나무의 살리실산으로 만든 것이고, 항암제인 택솔의 재료는 주목 추출물이다. 멀미약
키미테미치광이풀의 추출물로 만든 것이다.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감미료인 자일리톨은 충치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제철 음식이 가장 귀한 약초"

―일상생활에서 약초를 많이 활용하나.

"집에서 오미자·더덕·으름·산머루·개복숭아 발효액을 만들어 먹고 있다. 요리할 때 설탕 대신 넣으면 고유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물에 희석시켜 그냥 마시기도 한다. 약초를 끓이면 약성분이 소실될 수 있는데, 발효는 식물의
고유 효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게 장점이다. 곰취·오갈피잎·병풍취·참나물·음나무순·참죽나무순 등은 장아찌를
담가 먹는다. 발효액이나 장아찌로 만들어 먹은 약초가 100여종은 될 것이다. 능이버섯은 말릴수록 향이 진하다.
라면이나 전골, 수제비 끓일 때 말린 능이버섯을 넣으면 향이 기막히다."

 

―약초를 질병 치료에 이용해본 적이 있나.

"한동안 배탈이 자주 난 적이 있는데, 어렸을 적 외운 의서 생각이 났다. 삽주 뿌리인 창출·백출이 배탈을 다스린다는
내용이었다. 산에 가서 캐온 약초를 잘게 썰어 차처럼 끓여 먹었더니 속이 편해졌다. 등산화를 오래 신으면 무좀이
많이 생기는데, 만병초 잎이나 백선 뿌리를 진하게 달여 발을 담가 효과를 보기도 했다."

 

―'약초박사'로 소문나면서 주위에서 전통 한방이나 민간요법에 대해 자문하는 경우가 많겠다.

"약초의 효능을 과대 평가하면 안 된다. 잘못된 정보에 따라 함부로 이용하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병을 얻을 수 있다.
치료나 약은 언급하지 않고, 식생활 위주의 건강 조언만 한다. 좋은 약초를 먹는다고 전부가 아니다. 현대인이 탈이
난 것은 많이 먹어서 그렇지, 못 먹어서 병이 난 적은 별로 없다. 그 어떤 약보다도 숲을 가까이하면서 맑은 물,
좋은 공기를 마시고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만병통치의 묘약이다. 자연 자체가 지니고 있는 치유의 힘이랄까.
산삼 먹는 사람보다 심마니가 더 건강한 법이다."

 

인터뷰를 마친 후 식사 자리에서 그는 식탁 위 상추를 보고 "상추 잎에 포함된 알칼로이드 성분은 예민한 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두통이나 불면증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우리가 매일 먹어 몸을 지탱하게 하는
제철 음식이 최고의 약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