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51) 사각형 프레임 활용하기
네모 하나 걸쳤을 뿐인데… 웅장해졌네!
△렌즈 16.0㎜·셔터스피드 1/500sec·조리개 f/8·감도 ISO400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흔한 구도가 몇 개 있다.
가령 조르륵 길게 늘어선 피사체는 웬만하면 그림이 된다.
사람이 길게 한 줄로 늘어서 있거나,
전선 위에 참새가 다닥다닥 몸을 붙이고 앉아 있는 모양 같은 것이 그렇다.
곡선도 흔하지만 참 좋은 소재다.
S자로 휘어진 길, 여성의 몸을 타고 흐르는 선 같은 것 말이다.
여기에 하나 더. 사진적으로 참 좋은 구도가 있다.
다름 아닌, 사각형 안에 또 다른 사각형이 있는 모양이다.
사진이라는 사각 프레임 안에 또 다른 프레임이 더해지면 사진엔 힘이 생긴다.
때론 중량감이 더해지기도 한다. 왜 그런 걸까?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주인공 춘희(심은하)가 했던 행동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좀 더 쉬워진다.
춘희는 종종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사각형을 만들고 그 속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을 즐긴다.
"대체 왜 그러느냐"는 질문에 춘희는 "이렇게 세상을 보면 별것 아닌 것들도 다 의미 있게 보인다"고 말한다.
사각형은 뜻밖에도 이런 힘이 있다.
별것 아닌 것도 사각형 안에 들어서면 새삼스레 각각 주제와 이야기를 갖게 된다.
사진이라는 사각형 틀 안에 무엇을 넣고 빼느냐에 따라 사진이 전혀 달라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들 사진을 '뺄셈'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사진이란 사각형 틀 안에 또 다른 사각형이 있다면? 주제가 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 번 사각형 프레임을 통해 걸러진 주제가 또 다른 사각형 안에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조형적인 즐거움도 생긴다.
뭐든지 겹쳐 있는 구도는 재미있고 눈을 즐겁게 하기 마련이다.
겹쳐진 사각형은 그 자체로 사진 속에 깊이를 만든다.
여러모로 겹쳐진 사각 프레임은 사진이나 그림에서 재미를 더하기에 참 좋은 구도이고 소재다.
옛 화가들도 그래서인지 창문을 통해 풍경을 보는 그림을 참 많이 그렸다.
이탈리아의 19세기 화가 콩스탕 무아요(Moyaux·1835~1911)는 창문에서 내려다보이는 로마 풍경을 자주 그렸고,
프랑스 화가 로베르 들로네(Delaunay·1885~1941) 역시 창문으로 내다본 에펠탑 모습을 즐겨 그렸다.
이들에게 창문은 곧 내적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또 다른 도구이자 틀이었다고 한다.
3년 전 부여에 있는 백제문화단지에서 찍은 사진도 사실
이런 여러 개 겹쳐진 사각형 틀을 활용해 찍은 것이다.
사비궁 내부의 웅장함과 궁 앞마당의 풍경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
사비궁 천정전 안에 서서 앞마당을 내려다보니 멀리 겹겹이 겹쳐진 궁궐의 대문이 보였다.
이 사각형을 활용해서 풍경을 담으면 재밌겠다 싶었다.
수평·수직에 유의해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눌렀다.
사각형 프레임이 겹쳐진 덕에 궁의 풍경이 더 눈에 잘 들어오는 데다 더 위풍당당해 보였다.
원문: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06/2013030601291.html
내겐 너무 쉬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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