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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NOW] 중학생이 속눈썹 연장 시술? "저는 원래 길었거든요"

주희연 기자

입력 2017.04.05 03:03 | 수정 2017.04.05 08:20


[새학기 중고생 복장단속 전쟁]

눈화장 따로 할 필요없어 선호 "아직도 마스카라 하고 혼나니?"
뷰티숍선 학생 손님 모시기 경쟁
아이라인 문신·입술 문신반영구 화장하는 학생 늘어
중고교, 단속에 골머리

"선생님, 이거 제 속눈썹 맞아요. 원래부터 길었거든요?"

지난달 20일 경기 광명시의 한 중학교 선도교사는 2학년 여학생과 점심시간 내내 입씨름을 했다. 용의복장 검사를 하다 속눈썹이 유난히 길어서 튀어 보이는 여학생에게 "눈에 뭔 짓을 했냐"고 지적했는데 "눈화장을 일절 하지 않았다"며 대들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봤지만, 아이라인이나 마스카라를 한 흔적이 없었다. 교사는 다른 여교사들이 귀띔해준 뒤에야 이 학생이 '속눈썹 연장술'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여학생들의 '속눈썹 연장 단속'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속눈썹 연장술은 인조 모(毛)를 속눈썹에 붙여 길이를 늘이는 시술이다. 속눈썹을 길고 풍성하게 만들어 또렷하고 큰 눈매를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원래 성형외과나 속눈썹 연장 등을 전문으로 하는 미용업소(뷰티숍)에서 4만원 이상을 받고 시술하지만, 중고등학생들에겐 2만~3만원의 할인된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 많다. 한 번 시술받는다고 반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3주 정도가 지나면 인조 모가 빠지거나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추가 금액을 내고 '리터치'(보수작업)를 받아야 한다.



학생들이 속눈썹 연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아침에 바쁜데 굳이 눈화장을 안 해도 되고, 세수할 때 지워지지 않아 편하기 때문이다. 고2 딸을 둔 김모(여·45)씨는 "요즘은 여고생들이 대부분 화장하고 다니는데 딱히 막을 수가 없다"며 "속눈썹 연장을 해주면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화장하는 꼴 안 봐도 되는 데다 오히려 공부하는 데 덜 방해된다는 생각이 들어 허락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새 학기에 여학생 절반은 속눈썹 연장술을 하고 학교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뷰티숍들은 '학생 손님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일대에는 '아직도 마스카라 하고 혼나니? 속눈썹은 학주쌤(학생 주임 선생님)한테 안 걸리지롱~'이라는 광고가 곳곳에 붙어있다. 일부 학교는 이런 시술을 벌점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단속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마스카라처럼 손에 가루가 묻어나지도 않고 인조 속눈썹처럼 뗐다 붙였다 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진짜 속눈썹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딱 봐도 속눈썹 연장을 한 건데, 학생들이 자기 속눈썹이라고 바득바득 우겨 매번 씨름을 한다"고 말했다. "화장하지 말래서 일부러 돈 주고 한 건데 왜 뭐라고 하냐" "엄밀히 따지면 화장이 아니다"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입술 문신이나 아이라인 문신과 같은 '반영구(半永久) 화장'을 하는 여학생도 늘고 있다. 입술 문신은 입술 표피층에 바늘로 미세한 구멍을 내 염료를 주입하는 시술이다. 한 번 시술하면 염료가 입술에 착색돼 1~2년간 립스틱을 바르지 않고도 입술 색깔을 유지할 수 있다. 아이라인 문신도 눈매가 또렷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눈 점막에 흑색 염료를 주입하는 시술이다.

상당수 일선 교사들은 학생들의 미용 시술을 단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학생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반영구나 속눈썹 시술은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단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학생들은 말을 듣지 않고, 교육청도 단속하지 말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단속 필요성이 있다는 학교 선생님들과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학생들로부터 쌍방(雙方) 민원이 들어와 교육청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5/201704050019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