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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가슴으로 읽는 동시] 할머니와 아기염소

이준관 아동문학가

입력 2016.10.05 03:06


할머니와 아기염소

아기염소가 풀을 뜯는 사이
할머니는
그 옆에서 조알조알 졸고 있다

배가 부른 아기염소는
할머니가 깰까 봐
그 옆에서 다소곳이 엎드려 있다

염소 꼬리 같은 저녁 해가
서산으로 꼬리를 감춘다

아기염소가 그만 집에 가자고
매애~ 운다
할머니가 알았다고
하아~ 하품을 한다

할머니는 아기염소를 앞세우고
졸면서 따라가고
아기염소는 할머니를 모시고
느릿느릿 앞서 간다

―정성수(1947~)



정성수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 '아기 염소' 노래처럼 아기 염소는 참 귀엽다. 매애~ 우는소리도 귀엽고, 폴짝폴짝 콩콩콩

뛰는 모습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매애~ 우는 모습은 영락없이 '앞니 빠진 아이'를 닮았다.

아이를 닮은 아기 염소는 풀을 뜯고 할머니는 옆에서 졸고 있는 풍경이 평화롭다. 목가적이고 동심적인 이런 풍경이

각박한 삶에서 그리워진다. 모두 바쁘게 빨리 움직이는 세상에서 이처럼 '느릿느릿한 여유로운 풍경'은 우리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아기염소가 할머니를 모시고 느릿느릿 앞서 가는' 저녁. 그 저녁 하늘엔 염소 뿔 같은 초승달도

돋아났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04/20161004035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