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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이미지 사용 신문기사) 마크 트웨인도 판타지 썼다… '해리포터' 100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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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un.com 2013년 1월 30일 수요일 A23

마크 트웨인도 판타지 썼다… '해리포터' 100년 전에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2013]
마법·시간여행 소재로 쓴 마지막이자 첫 번째인 작품
재산·자녀 잃어 힘들었던 만년 그의 삶 판타지 소설에 담아…

 

헤밍웨이의 표현을 빌자면, 미국 문화는 마크 트웨인(1835~1910)에서 시작한다.

풍부한 유머, 촌철살인(寸鐵殺人) 풍자, 이를 감싸 안는 예리한 비평 정신이 미국 대중문화의 저변을 채웠다.

국내에서도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대표작이 꾸준히 번역되고 읽힌다.

하지만 그가 전 세계에서 4억5000만부 넘게 팔린 '해리 포터' 시리즈보다 100년 앞서 판타지 소설을 썼다는 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주 출판사 문학수첩에서 국내 첫 완역판이 나온 '신비한 소년 44호'(원제 'No. 44, the Mysterious Stran ger')이다.

 

◇트웨인도 판타지 소설가였다!

1490년 겨울 오스트리아의 오래된 성(城)에 한 소년이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뉴 시리즈 864, 962, 44호'.

소년 44호는 인쇄소 일을 거들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인쇄공들을 똑 닮은 복제인간들을 만들어 그들을 골탕 먹인다.

또 소설의 화자이자 친구가 된 수습생 아우구스트에게는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마법을 가르쳐주거나

미래에서 온 가수의 노래를 들려주는 등 기상천외한 경험을 선사한다.

마법과 시간여행, 환상이 넘실대는 이 소설이 작가 마크 트웨인이 말년에 마지막으로 쓴 '첫 번째' 판타지 소설 '신비한 소년 44호'다.

본명이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인 마크 트웨인(배 밑이 강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의 수심이란 뜻)은 미국 미주리주에서 가난한 개척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4세 때 가족을 따라 미시시피 강가의 해니벌로 이사 갔다가 12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집안이 어려워져

이후 인쇄소 수습공, 미시시피 강 수로 안내인, 신문사 기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트웨인은 1870년 부잣집 딸 올리비아 랭든과 결혼, 생활이 안정된 후

'도금시대'(1873) '톰 소여'(1876) '허클베리 핀'(1884)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SF소설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1889),

지문(指紋)으로 범인을 잡는 최초의 소설 '바보 윌슨씨의 비극'(1894)도 출간했다.

인기와 돈, 명성이 넝쿨째 굴러들어 왔다.

 

마크 트웨인은 누워서 글 쓰는 걸 좋아한 괴짜였고,

자신이 쓴 책‘그랜트 장군 회고록’을 전국적으로 32만5000질이나 판매한 세일즈의 대가였으며

생애 마지막엔 판타지 소설을 쓴 작가였다.

사진은 1901년 3월 15일 갑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트웨인.

Corbis/토픽이미지


◇만년을 판타지에 투영하다

50대에 들어서 트웨인은 파산, 부채, 자녀들의 죽음을 잇따라 겪었다.

그래서일까. 60대 후반부터 쓰기 시작한 '신비한 소년 44호'에는

트웨인이 고향 해니벌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추억, 인쇄소 경험, 어두웠던 만년의 생활이 녹아 있다.

소설 속 아우구스트는 복제인간이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인과 사랑에 빠지자 어쩔 줄 모른다.

또 44호는 아우구스트에게 수천년 전 과거와 수백년 후 미래를 두루 보여준 뒤 "생이란 것은 그 자체로 환상이고 꿈일 뿐이야"라고 말한다.

문학평론가 존 터키 퍼듀대 교수는 "(트웨인은) '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과 같은 모험소설을 재탕하려던 게 아니라

상상으로 만들어낸 중세 유럽 마을을 배경으로 마법과도 같았던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고자 한 것"이라며

 "소설의 주요 활동 무대인 인쇄소가 있는 낡고 황폐한 성은 빈방이 수백 개나 되는데,

이는 쓰이지 않고 방치되는 인간 두뇌의 잠재 능력을 암시한다"고 평했다.

(김경은 기자)

 

원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29/201301290271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