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입력 2022.07.22 03:00
이전보단 낫다는 尹 대통령 인식에 실망감
비판 인정 안 하고 반박 앞세운 文 정권 닮나
부정 평가가 55% 웃돌면 중도층 등돌린 것
‘매우 못함’이 ‘매우 잘함’의 3배로 민심 이반
대통령을 위기로 몰고 가는 참모 바꾸고
지지 기반 넓혀야 위기 벗어날 수 있어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수행 부정 평가가 높게 나오는 원인’을 묻는 취재진에게 내놓은 대답이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원인은 언론이 잘 알지 않습니까.” 언론 비판을 수긍할 수 없다는 태도가 읽힌다. 지난달 이 지면에서 민주당을 향해 한 말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대로 돌려줘야 할 것 같다.
정치적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자기 생각대로 세상을 바꿀 힘이 있거나, 아니면 현실에 맞춰 생각을 바꿔야 한다. 독재가 불가능한 시대니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보다 세상이 윤 대통령을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대통령이 인정하든 안 하든 현재 지지율은 분명한 위기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35%를 밑돌고, 부정 평가가 55%를 웃돌면 스윙보터인 중도가 등을 돌린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만이 아니라 어떤 이슈든 35% 대 55%가 민심의 임계점이다. 최근 발표한 조사 모두 이 구간에 들어왔다.
7월 14일 발표한 NBS(전국지표조사) 조사와 15일 발표한 갤럽 조사를 보면 질적 지표는 더 안 좋다. 단순 수치는 NBS가 긍정 평가 33%, 부정 평가 53%, 갤럽은 긍정 평가 32%, 부정 평가 53%로 비슷했다. 하지만 4점 척도(보기가 4개)로 물은 NBS 조사 결과 ①매우 잘하고 있다 10% ②잘하는 편이다 23% ③잘못하는 편이다 22% ④매우 잘못하고 있다 30%로 매우 잘함과 매우 못함이 3배까지 벌어졌다. 갤럽 조사에서 주목할 지표는 중도층에서 긍정 평가 26%, 부정 평가 58%로 부정 평가가 2배 이상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모든 정권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열심히 하는데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도 똑같다. 윤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에게 “장관만 보이고 대통령이 안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좋습니다. 스타 장관과 원 팀이 돼 국정 운영을 합시다. 자신감을 갖고 언론에 자주 등장해서 국민에게 정책을 자주 설명해달라”며 적극적인 언론 소통과 정책 홍보를 주문했다.
헛다리를 짚었다.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지지를 철회한 이유가 정책 때문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와 정책 방향은 적어도 정권 교체를 지지했던 사람들 요구에는 대체로 부응하고 있다. 도어스테핑 때문에 대통령만 보인다는 비판도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그게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원래 취약하다. 팬덤도 없고 지역 기반도 없다. 보수층과도 일체감이 약하다. ‘상대가 싫어서’ 마지못해 찍은 중도층도 꽤 된다. 문재인 정권 이후 극단적 진영으로 나뉜 터라 아무리 잘해도 지지율이 55%를 넘기가 쉽지 않다. 출범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지방선거가 있었고 경쟁자였던 이재명이 보궐선거에 이어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에 대선 연장전이 또 연장된 탓도 있다. 게다가 검찰총장에 임명된 순간부터 가장 강력한 뉴스메이커가 된 지 3년이나 됐기 때문에 피로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 지지율 목표는 55% 정도일 것이고 실제로 6월 초에 거의 근접했다. 이 정도면 국정 동력으로 충분하다. 회복할 기회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그렇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립다”거나 “이재명이 돼야 했나 봐” 하는 말이 들리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의 비판은 대체로 옳은 얘기지만 “다 맞는 말인데 민주당이 할 말은 아니지”라는 말에 반박할 수도 없다.
지지율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세 번이나 승리를 가져온 ‘선거 연합’을 깬 것이다. 모든 정권이 같은 이유로 위기를 자초했다. “이준석 때문에 대선 질 뻔했다”거나 “이준석을 내쳐야 지지율이 오른다”는 말은 민주당 강경파가 “개혁을 밀어붙여야 지지율이 올라간다”는 주장만큼이나 무책임한 선동이다. 이준석 대표 리더십 평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이준석 대표 체제를 ‘보수의 혁신’으로 받아들인 중도층과 2030 세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준석을 내치는 순간 이들도 등을 돌렸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권 경쟁은 마치 지나가는 초등학생을 골목길로 불러 돈을 뺏은 후 서로 갖겠다고 다투는 불량 중학생들 싸움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나 말도 이준석 이슈 못지않은 지지율 급락 원인이다. 문재인 정권은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모든 것을 반박했다. 마치 ‘반박 강박증’에 걸린 듯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비판에 대해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럴 필요 없다. “그렇게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우려가 있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라며 원 바운드로 한 템포 늦춰 받은 뒤 “다만 그건 약간 오해가 있습니다” “몇 가지 사실만 바로 잡겠습니다” 하고 답하는 게 좋다.
‘촛불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정권도 이렇게 했다”며 정권의 기준을 탄핵당한 박근혜 정권으로 낮추더니 윤석열 대통령도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그래도 ‘문재인 정권보다는 낫지 않습니까’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내비친다. 그토록 윤석열이 외쳤던 ‘공정과 상식의 나라’가 올 줄 알았던 지지자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하고 있다. 어느 정권,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도 지지자를 부끄럽게 만들면 안 된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대선 경선과 본선 모두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잘못해서 질 뻔했다. 그렇게 위기를 만든 생각과 태도가 지금도 지지율 급락의 원인이다.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거나 대통령을 위기로 몰고 가는 참모를 바꾸지 않으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정치는 지지 기반을 넓히면 살고 좁히면 죽는다. 예외가 없다. ‘보수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산’의 길로 가야 위기에서 벗어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2/07/22/QQAGWZPOBRCNDHEWUJUMHZEC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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