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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대학 축제 술 못팔자...“안주시키면 소주 무료” 꼼수

대학 축제 시즌...주세법 피하기 위해 꼼수 만연한 대학 주점들
안준현 기자 정해민 기자
입력 2023.05.26. 13:17 업데이트 2023.05.26. 13:27

/일러스트=이철원

“여기 보리음료 두병, 초록음료 한병 주세요.”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학생회관 앞 광장. 축제를 맞아 문을 연 주점에서 학생들이 메뉴판에 적힌 ‘초록음료’와 ‘보리음료’를 주문했다. 초록음료는 소주, 보리음료는 맥주다. 주세법에 따르면, 술을 판매하려면 면허가 필요하다. 축제 주점에서 술 판매는 불법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일종의 ‘꼼수’를 쓴 것이다.

축제 시즌을 맞아 연 대학가 주점에서 편법적인 술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술 종류를 명시하지 않고 음료처럼 판매하거나, 일부는 아예 음식 값을 비싸게 받고 술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학가 주점을 대상으로 한 주세법은 사실상 사문화됐다가, 지난 2018년 교육 당국의 단속 강화로 부활했다.

고대의 한 주점은 1만2000원짜리 닭강정과 1만8000원짜리 제육볶음을 구매하는 손님에게 소주 1병을 무료로 제공했다. 술을 판매하지 않는 주점들은 수익을 메우기 위해 2만원 정도의 ‘자릿세’를 받기도 했다. 학생들은 인근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주점을 이용한다.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축제에선 모든 주점 메뉴판에 술이 없었다. 하지만 주점을 메운 학생들은 소주,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한 주점은 ‘무알콜 칵테일’을 판매한 뒤, 식탁에 놓여 있는 소주를 가리키며 “소주를 섞어 드시면 맛있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대학가에서는 축제를 주관하는 총학생회와 대학이 편법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축제 기간 주점 수익 중 일부는 학생회와 동아리에서 가져간다. 대학 측은 “주점 술 판매 적발 시 철거 등 강경 대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주점을 철거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학생들은 주점 상품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다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편법으로 술을 마시다 보니 술 가격이 대체로 비싸졌기 때문이다. 고려대생 민모(24)씨는 “학생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오히려 비싸게 술을 팔고 있어 황당하다”고 했다. 지난 22일 후배들과 함께 주점을 이용한 한 연대생은 “법이 바뀌든, 단속을 제대로 하든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05/26/SDLQMXYJ2BC5TLGBFQXPOWZWJ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