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연 기자
입력 2023.06.03. 03:00
공공 동물원 수의사 잇단 퇴직 “연봉 낮아 지원자도 거의 없어”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A 수의사는 동물 336마리의 건강을 혼자서 책임지고 있다. 코끼리 부부 ‘꼬순이’와 ‘복덩이’를 비롯해 74종을 A 수의사가 보살펴야 한다. A 수의사는 “남아메리카 바다에서 온 물개 4마리가 민물에서 생활하다보니 종종 안구 쪽에 지장이 생겨 손이 간다”라며 “주말이나 야간에도 아픈 동물이 생기면 일을 해야 하기 일쑤이고 쉴 때도 휴대전화를 놓을 수 없다”고 했다.
현행법에는 보유 동물이 70종 이상이면 포유류, 조류, 양서류·파충류에 각 1명씩 최소 3명의 수의사를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규정을 지키는 동물원은 거의 없다고 한다. 수의사들이 일은 많고 처우가 뒤처지는 공공 동물원 근무를 꺼리기 때문이다. 달성공원 관계자는 “수시로 모집 공고를 내는데도 지원자가 없었다”며 “작년까지는 수의사가 2명은 있었는데 올해 그중 1명이 ‘동물원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며 떠났다”고 했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 대표 공공 동물원인 서울어린이대공원도 마찬가지다. 동물은 568마리인데 수의사는 2명뿐이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수의사 김모씨는 “호랑이나 사자 등 여러 야생동물이 고령화되면서 점점 검진과 투약 등에 손이 많이 간다”며 “그런데도 최근에 수의사가 1명이 그만둬 일은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공공 동물원 수의사는 다른 수의사에 비해 보수가 적다고 한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 동물원 24곳의 수의사는 ‘수의직 공무원’ 신분이다. 일반 행정직 7급 공무원 신분으로, 야생동물 전담 수당으로 월 25만원씩 더 받는 게 전부다.
청주동물원 수의사 변모씨는 “당장 사설 동물병원으로 이직하면 2~3배의 연봉이 보장된다”며 “일하는 것에 비해 월급이 적은 건 물론 수의사 한 명이 동물 치료를 도맡으며 행정·연구까지 해야 하니 열정페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일부 동물원은 수의사가 없어 ‘왕진’ 시스템이 운영되기도 한다. 울산대공원은 상주 수의사가 없어 울산 야생동물보호센터 소속 수의사가 동물원을 비정기적으로 방문해 진료를 본다. 이 수의사는 “이미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맡고 있는 동물이 900마리가 넘어서 대공원 동물까지 신경 쓰기 어렵다”고 했다.
수의사가 없으면 피해를 보는 건 동물이라는 지적이다. 청주동물원 관계자는 “지금처럼 동물원에서 수의사 한두 명이 동물 수백 마리를 주먹구구식으로 맡으면 당연히 동물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06/03/JFK2XOM5HNAFTCZWF36IPDD2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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