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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이름도 안 밝히고… 고려대에 630억 기부

조재현 기자
입력 2023.06.27. 03:00

개교 이래 단일 기부로 최고액 “이공계 캠퍼스 발전 위해 쓸것”

일러스트=이철원

고려대는 익명의 한 개인 기부자로부터 630억원을 지난주 기부받았다고 26일 밝혔다. 1905년 개교 이래 단일 기부로는 최고 액수다. 국내 대학 단일 기부 최고 금액은 지난 2020년 7월 광원산업 이수영 회장이 카이스트(KAIST)에 기부한 766억원이다.

고대 측은 기부자가 철저히 익명을 요구했다고 했다. 본인의 의지가 강해 기부자 신원에 대해서는 어떤 정보도 알릴 수 없다고도 밝혔다. 대학 관계자는 “기부자가 코로나 여파와 15년째 지속되는 등록금 동결 등으로 대학이 겪고 있는 재정 위기에 대한 너른 이해를 갖고 있었다”며 “대한민국 도약과 인류 발전을 위해 대학이 분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정하신 것으로 안다”고 했다. 모 대기업 회장이 기부자라는 말이 나왔지만, 해당 기업 측은 “기부 사실이 없다”고 했다.

고대 측은 이번 기부가 2025년 개교 120주년을 맞이하는 대학의 미래 비전에 공감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기부금으로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원을 초빙해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연계 캠퍼스에 연면적 4만2000㎡(약 1만2750평), 지하 4층 규모의 중앙광장을 설립하겠다고 했다. 다문화 시대에 맞춰 글로벌 인재 120명을 양성하는 ‘다문화 장학제도’도 이번 기부로 속도를 낼 전망이라고 고대는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 미국 예일대학과 함께하는 연례 포럼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오는 2025년 개교 120주년을 맞이할 고려대를 향한 기부자의 큰 뜻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정보보호대학원 김승주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630억원의 기부금을 ‘쾌거’로 소개했다. 고대 관계자는 “학생·교직원 모두 이번 기부금이 학교 사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익명의 거액 기부에 학생들은 설렘과 놀라움을 느낀다고 했다.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인 박모(24)씨는 “밤늦게까지 자연계 캠퍼스 열람실에 남아 공부할 일이 많았지만, 인문계 캠퍼스보다 열람실 좌석이 턱없이 적고 시설이 낙후해 어려움이 컸었다”며 “이제는 공간 걱정 없이 학업에 더 정진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고 기부자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고려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홍모(26)씨는 “익명의 기부자도 기부금이 투명하게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630억원이나 기부했을 것”이라며 “귀중한 돈이 투명하게 집행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
김동원 고려대 총장
김승주 교수
   

원글: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06/27/YPQM35FDBVGPJNAZEEOVIHV2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