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 울타리의 숲에 갇힌 중국인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18.10.26. 03:11

베이징은 ‘담[圍墻]’의 도시다. 북쪽에는 길고 두꺼운 만리장성이 늘어서 있고 왕조 시대의 황궁 자금성(紫禁城)은 약 12m의 높은 담을 둘렀다. 공산당을 비롯한 중앙 부처의 관공서 담도 아주 높다. 도시의 전통 주택 사합원(四合院)도 견고한 담이 돋보인다. 새로 짓는 고급 아파트 또한 담장이 발달했다. 자금성과 그 외곽의 옛 도성(都城) 주위를 중심으로 고리 형태의 환상(環狀) 도로가 6차선까지 뻗어나간 점도 담의 연역(演繹)이다.

중국의 모든 지역은 '울타리[圈子]'의 숲이다. 자신과 제가 속한 집단의 외부를 성벽처럼 두르는 무형(無形)의 울타리다. 친구는 친구끼리, 공무원은 공무원끼리, 동향은 동향끼리 뭉쳐 크고 작은 이익을 주고받는다.

그 울타리 안, 또 여러 울타리의 사람들이 교통(交通)하는 방식이 '관시(關係)'다. 복잡한 이해를 따지는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대개 은밀하며 음습하다. 그래도 중국인의 삶은 이 관시의 범주를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담과 울타리는 모두 성을 쌓는 '축성(築城)'의 심리에서 비롯했다. 오래, 그리고 자주 벌어진 전쟁의 여파다. 우선 중국 국가(國歌)는 이렇게 시작한다. '일어나라, 노예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여! 우리의 피와 살로 새로운 장성(長城)을 쌓자!'

국가에서마저 장성을 쌓자고 하니 중국은 완연한 담과 울타리의 나라다. '모두의 마음으로 성을 쌓는다(衆志成城)'는 오랜 중국식 교훈의 현대판이다. 이는 중국에 위기가 닥칠 때면 늘 등장하는 구호이기도 하다.

축성은 삶과 죽음을 다투는 전쟁에서 스스로를 지키고자 쌓은 전통이다. 그 자체로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지나치면 문제다. 나와 다른 남을 배척해 제 이익만을 강조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집 문 앞 눈은 쓸어도 남의 집 지붕의 서리는 간여치 않는다(各人自掃門前雪, 莫管他人瓦上霜)”는 자기들 속담으로부터 현대 중국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우리는 지켜볼 뿐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5/20181025038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