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규 기자
입력 2023.07.13. 20:24 업데이트 2023.07.13. 23:55
미국이 1970년대 개발한 F-16은 현역 전투기 중 세계 최고 베스트셀러다. 4500여 대가 생산돼 전 세계 25국에 배치됐다. 애초엔 ‘하늘의 제왕’이라고 한 F-15의 보조 전투기로 개발됐다. 그런데 ‘파이팅 팰컨(매)’이란 이름처럼 가볍고 빨랐고 공대공 전투력이 뛰어났다. 단발 엔진이라 가격도 쌌다. 크기에 비해 무장 탑재력과 항속 거리가 길어 다양한 작전에 투입할 수 있었다. ‘만능 전투기’ ‘전장의 일꾼’이라 불렀다.
▶F-16은 실제 공중전에서 격추된 적이 없다고 한다. 1982년 레바논 분쟁 때 이스라엘 공군은 시리아와 벌인 공중전에서 미그-21과 수호이-22 등 84대를 격추했다. 이 중 44대가 F-16의 전과였다. 1981년 이스라엘이 이라크의 핵 시설을 초저공 비행으로 폭격한 ‘바빌론 작전’의 주역도 F-16이었다. F-16 성능은 지금도 향상하고 있다. 최신형 위상 배열(AESA)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를 달고 외부 부착형 연료 탱크를 통해 항속 거리도 늘렸다. 전술핵도 탑재할 수 있다. 최신형인 F-16V는 F-15를 능가한다고 한다.
▶F-16은 국제 정치와 전쟁의 변수로도 작용한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 튀르키예가 돌연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미국이 구식 F-16뿐이던 튀르키예에 신형 F-16을 판매 승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국경 분쟁 때 동시에 발진시킨 전투기도 F-16이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F-16을 지원할 거란 소식이 나오자 러시아 외무장관은 “핵 위협으로 간주하겠다”고 발끈했다. 러시아의 웬만한 전투기로는 F-16을 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F-16이 전쟁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한국도 현재 F-16 160여대를 운용하고 있다. 숫자가 가장 많아 공군 주력이다. 현재 최신형으로 개량 중이다. 하지만 한때 잘못된 결정으로 구경도 못 할 뻔했다. 1980년대 율곡사업 일환으로 추진한 한국형 전투기 사업(KFP) 때 정부는 F-16이 아닌 F-18을 선정했다. 가격이 비싸지만 성능이 우수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미국이 가격을 계속 올리자 뒤늦게 F-16으로 바꿨다. 뇌물 로비설, 비자금설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컸다. 당시 예측과 달리 F-18은 지금 단종됐지만 F-16은 성능이 계속 나아지고 있다. 우리 경공격기 FA-50이 최근 폴란드에 팔린 것도 F-16과 호환하는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40년 전 F-16 도입이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원글: https://www.chosun.com/opinion/manmulsang/2023/07/13/5OXJFJFQ5BEAJF4WF4CUFCFJ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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