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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공유 경제’의 추락… 위워크, 이르면 내주 파산 신청

위워크 시총, 3년새 387분의 1로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입력 2023.11.02. 03:00

그래픽=이철원

글로벌 공유 경제 시장의 대표 주자로 꼽혔던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3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워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2019년 기업 가치 470억달러(약 64조원)에 달했던 위워크가 이르면 다음 주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서를 제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무실을 쪼개서 임대하는 혁신으로 글로벌 오피스 산업을 바꿔놓겠다던 위워크의 시가총액은 현재 1억2140만달러. 3년 전의 387분의 1수준에 불과한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날 위워크는 채권자들과 이자 지급 유예 기간을 1주일 추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며 파산 신청 계획을 부인했다. 하지만 9500만달러에 달하는 거금의 이자를 단기간에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일까지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회사는 파산을 피할 수 없다. 올 들어 90% 이상 폭락한 위워크 주가는 이날 파산설이 알려지자 시간외 거래에서 1.3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왕년의 스타들, ‘사업 쉽지 않네’

위워크의 몰락은 코로나 이전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를 장악했던 최고의 히트 상품인 ‘공유 경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호주 파이낸셜 리뷰는 “이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 당시엔 수영장, 옷, 자동차, 사무실 등 공유할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며 “하지만 왕년의 스타들은 이제 각종 규제와 주식 폭락, 심지어 폐업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숙박 공유 공룡인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곳곳에서 사업 금지 조치를 비롯한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집주인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이를 타인에게 공유해 돈을 벌게 한다는 숙박 공유가 사실상 전문 임대업으로 변질되면서, 주택 공급을 부족하게 만들고 지역 집값을 상승시킨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30일 내각회의에서 숙박 공유를 통해 얻은 수입에 대한 세율을 기존 21%에서 26%로 인상하는 안을 내놨다. 수익성을 낮춰 숙박 공유에 나서는 인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은 지난 9월부터 당국 허가를 받아야만 숙박 공유를 할 수 있게 법을 바꿨다. 법 개정 한 달 만에 80%에 달하는 숙박 공유 시설이 사라졌다.

승차 공유 업체 우버는 이르면 2025년부터 유럽에서 운전자와 음식 배달원들을 직고용해야 하는 처지다. 유럽연합(EU)이 이른바 긱 워커(geek worker·정해진 시간 없이 수입을 올리는 근로자)의 사회적 보호와 혜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에 나선 ‘플랫폼 노동 지침’ 법안 때문이다. 우버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유럽 긱 워커를 모두 직고용하고, 최저시급과 보험 등 혜택을 제공하게 될 경우 사업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 9월엔 프랑스 파리에서 라임·도트·티어 등 3개 전기 스쿠터 공유 업체의 서비스가 전면 퇴출됐다. 전기 스쿠터가 인명 사고를 유발하고, 도로 곳곳에 난잡하게 세워지면서 새로운 ‘도시 쓰레기’로 변모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패션계 넷플릭스’로 불리던 의류·액세서리 공유 업체 렌트 더 런웨이는 사업 부진으로 지난해 직원의 4분의 1을 감원했지만, 올해 들어서도 사업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 주가는 올 들어 81.8% 폭락했다.

◇공유 경제, 환상일까

전문가들은 공유 경제가 ‘최초의 개념과 너무 다른 방식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한다. 공유 경제의 원래 취지는 기존에 있던 자원을 남에게 빌려주면서 부수적으로 돈을 버는 형태다. 하지만 지금의 공유 산업은 킥보드·사무실·차량 등을 새롭게 만들거나 구매해, 이를 싼값에 대여하는 사업 모델이다.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은 늘어나지만, 수익은 그만큼 증가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흑자를 기록한 에어비앤비를 제외하면 우버, 리프트, 라임 등 어떤 공유 경제 기업도 연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분기마다 수천만~수억달러 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투자금을 쏟아붓고, 결국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는 위워크 같은 경우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공유 업체들은 제대로 이익은 내지 못하는 반면 덩치만 너무 커져 있다”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3/11/02/Y36Y3LQMOFDJJJP35FGO2NYE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