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섭 기자
입력 2023.11.07. 03:57 업데이트 2023.11.07. 06:44
18개 은행 평균 연봉 1억355만원
국책은행을 제외한 국내 18곳 은행 가운데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곳이 10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물론이고,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 중에서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연봉이 1억원을 넘을 정도로 은행권의 연봉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향 평준화’된 것이다. 1위 은행과 꼴찌 은행 간의 연봉 차이도 다른 업종보다 훨씬 작았다. 전문가들은 “은행 면허만 있으면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이자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은행산업의 과점 체제가 ‘연봉 상향 평준화’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 18곳 중 절반 이상이 ‘억대 연봉’
은행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국내 은행들의 지난해 경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8곳 은행 전체(산업은행·수출입은행 제외)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355만6667원에 달한다.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1억1918만원)이 1위였고, 이어 토스뱅크(1억1604만원), 하나은행(1억1424만원), KB국민은행(1억1369만원), 부산은행(1억1225만원) 등의 순이었다. 또 신한은행(1억1078만원), 경남은행(1억851만원), NH농협은행(1억622만원), 우리은행(1억476만원), 카카오뱅크(1억306만원)까지 합쳐 총 10곳 은행이 우리나라 샐러리맨들의 꿈으로 불리는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다.
억대 연봉에 들지 못한 나머지 은행들의 연봉 수준도 높은 편이었다. 연봉 순위 11위인 SC제일은행(9994만원)부터 18위인 제주은행(8517만원)까지 평균 연봉 8500만원을 넘기지 못한 은행은 한 군데도 없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이 은행권 전체 자산과 당기순이익의 70%를 차지할 만큼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나머지 13곳 은행들의 평균 연봉이 대형 은행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것이다. 은행 간판만 달고 있으면 모두가 고연봉을 받다 보니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곳(씨티)과 가장 적게 받는 곳(제주)의 격차는 3400만원에 불과했다. 업권 전체 평균 연봉이 1위 기업의 87%에 육박할 정도다. 제주은행의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 평균 연봉(3996만원)의 2배가 넘는다.
◇과점 체제가 낳은 연봉 상향 표준화
연봉 격차가 이렇게 적은 업종은 국내에서 은행권이 거의 유일하다. 통상 같은 업계 내에서는 업체 간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고, 소수의 몇몇 기업만이 기술 및 서비스 혁신을 통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며 확고한 우위를 점한다. 이에 따라 리딩 기업과 후발 주자 간 임금 격차도 크게 벌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속한 ‘전자 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 분야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은 8163만원이다. 평균 연봉이 1위인 삼성전자(1억3500만원)의 60.5% 수준으로 은행권과 큰 격차가 난다. ‘자동차 트레일러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연봉(6389만원)도 이 분야 1위인 현대차(1억500만원)의 60% 수준에 그친다. 정보서비스업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6192만원)은 1위 네이버(1억3449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은행권이 다른 업종과 달리 연봉 편차가 거의 없게 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공고한 과점 체제를 지적한다. 자기자본 기준 등 진입 장벽이 높고, 30여 년간 인터넷은행을 빼고 새 은행이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정부의 인·허가 문턱이 높다 보니 어떤 은행이든 예금과 대출 금리 간 차이를 둔 ‘이자 장사’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업무 성과와 상관없이 ‘철밥통 호봉제’ 속에 근속 연수만 쌓이면 두둑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전(全) 은행 고연봉의 배경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 산업은 과점화되어 있고 안정적 수익 기반을 갖고 있어서 어느 은행이든 별 노력도 없이 돈을 많이 벌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건전한 지방은행과 신규 은행의 진입을 허용해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stock-finance/2023/11/07/YIPRSETZAVE3POIOWOXL3QCN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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