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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골병 든 中企… 4년새 적자폭 5배, 이자비용 40% 늘어

비금융 상장사 670곳 실적 분석
강다은 기자
입력 2024.02.21. 03:00

일러스트=이철원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 완구 업체는 작년 3분기 매출 100억7000만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16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분기에도 흑자는 못 냈지만 영업손실이 6억원 정도였는데 4년 만에 적자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업체 대표는 “저출생 여파로 장난감 수요는 줄고, 고물가 때문에 ‘파격 할인’ 없이는 소비자의 눈길을 잡기 어렵다”며 “고금리에 이자 부담만 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작년 3분기에 대출이자로만 2억3000만원을 썼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적자 폭 확대와 이자 비용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깊은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 때 대출 상환 유예 같은 응급 처방으로 연명하던 중소기업들이 코로나 이후에도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미국발(發) 고금리 기조까지 닥치면서 경영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런 현실은 20일 본지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함께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을 조사해 보니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할 때 4년 동안 분기 영업 손실은 5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이자비용 부담은 약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평균 이자액 4년 새 40% 늘어

본지와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매출 1000억원 이하 상장 중소기업 670곳(금융업 제외)의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의 작년 3분기 평균 영업 손실은 3억888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670개 업체는 2019년 3분기엔 평균 영업손실이 7624만원이었는데, 4년 만에 적자 규모가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분기 매출은 125억3000만원(2019년 3분기)에서 129억9000만원(2023년 3분기)으로 3.7% 늘었다. 매출 규모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영업 적자는 대폭 늘어난 것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소비 침체와 부동산 경기 위축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섬유 업종이나 건설 업종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로나 전후 4년간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이자 비용도 대폭 늘었다. 조사 대상 670곳의 2019년 3분기 평균 이자 비용은 2억2388만원이었는데, 작년 3분기엔 3억1084만원으로 39% 증가했다. 코로나 기간 추가 대출을 받은 기업이 많은 데다가 2022년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2.97%였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2022년 4.44%에서 지난해 5.32%까지 치솟았다.

◇중대재해법 같은 규제에 경영 활동 위축

기업 규모가 작은 비상장 중소기업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20명 규모의 한 전기 변환 장치 제조 업체는 최근 대출 원리금 상환 시기가 도래하면서 매달 1600만원을 내고 있다. 이 업체 한모(53) 대표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정책 자금도 최근 들어 이자 부담이 늘었는데, 우리 같은 영세 업체는 비용이 월 100만원만 더 들어도 큰 부담”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에서 인쇄 업체를 운영하는 유모(42)씨는 금리 17%대의 캐피털 대출과 7%대 은행 대출, 정책 자금 대출 등 한 달에 400여만원을 이자로 부담한다. 그는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작년 말 직원 2명을 내보냈다”고 했다.

중소기업계에 닥칠 경영 환경은 더 비관적으로 전망된다. 5대 시중은행에서 올해 만기가 닥치는 중소기업 대출 204조원 중 약 40%(82조원)가 4~7월에 몰려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하는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작년 10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런 가운데 1월 말부터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는 등 중소기업계를 위축시키는 규제는 늘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고금리가 이어질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버티기만을 요구할 수 없다”며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고꾸라지지 않게 중소기업의 구조 개선과 위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원글: https://www.chosun.com/economy/smb-venture/2024/02/21/7CSXACTOQJEVLPJOQECCNGKGW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