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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이미지 사용 신문기사) 편애(偏愛) 하면 모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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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un.com 2013년 6월 29일 목요일

 

편애(偏愛)하면 모두 행복

 

-偏愛는 불가피하다
저자, 기계적 평등에 右派的 반론, 편애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
'칸트' 이후 理性에 대한 맹목이 윤리학서 감정 몰아내고 편애 否定

-偏愛는 에너지다
편애의 순기능은 사회적 행동 강화… 이 덕분에 희생·봉사·애국심 가능
디지털 시대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 더 많이 편애하면 이타심도 커질 것

 

편애하는 인간

스티븐 아스마 지음|노상미 옮김|생각연구소|320쪽|1만5000원


	'편애하는 인간'

 

"원수를 사랑하라"고 예수는 말했다. 차별 없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천국행 티켓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따로 있다. 하느님이 '예수의 십자가 대속(代贖)'을 믿는 자에게만 천국의 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편애(偏愛)다. 유대교 하느님은 한 술 더 뜬다. 아예 구원 대상을 유대인으로 한정
해버렸다. 부처님·공자님도 마찬가지여서 그들 곁에도 각별한 제자와 오른팔이 있었다.

 

계몽주의 시대 이후 인간 지성은 편애와 싸워 왔다. 내 가족보다 타인을 배려하고, 기회를 독차지하기
보다는 남과 나누는 공정(fairness)의 깃발을 높이 내걸었다. 기회의 균등보다는 결과론적인 분배의 평
등을 강조하는 좌파 진영도 합류했다. 그러나 미국 컬럼비아 대학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공
정과 기계적 평등의 가치에 대해 우파(右派) 입장에서 반론을 펼친다. 그는 공정이 이성(理性)의 사생
아일 뿐이며, 이런 가치들을 지향하거나 윤리적이라 믿는 것은 코미디
라고 말한다. 공정은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개념인 반면, 편애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조심해서 사용하면 이롭기
까지 하기 때문이다.
편애는 위험하지만 동시에 매혹적이다. 저자는 이를 "내 아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
해서라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의 목을 조를 수도 있다"는 도발적인 표현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인간
의 자연스러운 감정인 편애를 사회윤리와 조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의 결과물이다.

 

◇인간은 편애하도록 만들어졌다

 

공리주의의 슬로건인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은 공정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다. 그렇다면 다음 상황
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친구들과 저녁 식사 약속이 있어 외출하려고 하는데 따로 사는 아버
지가 전화를 걸어 몸이 아프니 와달라고 한다.
공리주의 철학에 따르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내가 나
타나지 않았을 때 아버지와 친구들이 느낄 실망감의 무게를 각각 측정한 뒤 실망을 덜 느끼는 쪽을 포
기함으로써 최대행복을 확보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공리주의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
한다.
나는 당연히 아버지를 찾아가야 하며 그렇게 선택한 이유는 인간이 '행복의 크기'를 재는 이성에
근거해 판단하지 않고 가족의 가치라는 정서적인 윤리를 따르도록 프로그램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이룬 과학적 성과가 공정에 대한 철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
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표하면서 인간 사이에 평등과 공정의 개념이 배태
되고 성장했다. 공리주의자인 벤담은 '쾌락 계산법'을 제안했다. 칸트는 정서나 정념을 윤리학에서 몰
아내고 오직 공정함만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훌륭한 사람의 자리'를 자애롭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 '명석하지만 냉정한' 논리학자들이 차지했다.
 


◇편애는 고등동물로 진화한 증거

 

저자는 편애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보여주는 다양한 생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포유동물의
어미와 새끼 사이에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인간이 최초로 접하는 편애 매개체다.
이 옥시토신은 생후 18개월 이내에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이 시기에 친부모나 입양 부모로부터 충분
한 사랑을 받은 아기는 향후 어떤 선택을 하든 가족을 중심에 두는 편애의 감정을 바탕에 깐다. 또 다
른 호르몬 오피오이드는 포유류의 개체 간 유대를 강화한다. 오랑우탄이 서로 털을 골라줄 때 분비된
다. 인간도 오피오이드 수치가 낮아지면 고독에 빠진다. 오피오이드 수치가 낮아지면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친구를 찾아 나선다. 옥시토신과 오피오이드를 통한 애착과 유대 경험은 사회를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데도 요긴하다. 이 두 호르몬이 심리적 안정을 줄 뿐만 아니라 반(反)사회적 행동 가능
성도 낮추기 때문이다.
 

 


	남극의 황제펭귄이 새끼를 돌보고 있다.
△남극의 황제펭귄이 새끼를 돌보고 있다.

 어미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은 새끼가 사회구성원으로 올바르게 성장하는 힘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Corbis토픽이미지

 
편애는 더 나아가 인간의 높은 지능과 결합해 사회적 행동을 강화한다. 저자는 이를 물고기와 포유류
의 구조 노력 차이로 설명한다. 물고기는 옆에 있는 물고기가 낚시에 걸려도 동정하거나 구출을 시도
하지 않는다. 반면 포유류인 돌고래는 구조 노력을 펼친다. 고등사고가 가능한 인간은 더 나아가 남의
처한 어려움을 자기가 당한 것처럼 상상하고 연민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능력도 갖췄다.
이 역지사
지가 내 가족에 국한될 수 있는 편애를 회사와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와 민족에 대한 애정과 봉사·
희생·충성심 등 인간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고차원적 가치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다만, 편애를 용인하
면 공직자가 자기 친척과 수의계약을 하고, 가족을 특채할 수 있으며, 직원으로 채용한 친구의 아들에
게 더 많은 보너스를 챙겨줄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편애의 부작용일 뿐이며, 세상을 유쾌하고
기분 좋은 곳으로 바꿔주는 편애의 효용을 포기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편애의 가
장 바람직한 형태로 동양의 효(孝)사상을 꼽는다.
효경(孝經)에 따르면 동양인은 효를 통해 다른 사람
을 섬기는 법을 배운다.


◇디지털 시대에도 편애는 유용하다

 

저자는 가족에게서 받는 배타적 관심이 감사·존경·유대·용서 등 현대 서양사회가 이미 상실했거나 잃
고 있는 가치를 되찾아 줄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편애는 또한 디지털시대의 도래 이후 더욱 위기에 빠
진 인간관계 회복에도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지식을 정보로만 간주할 뿐, 그 지식을 지닌 인
간을 배제하는 성향을 보인다. 모르는 게 나오면 컴퓨터 검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에서 스승이라
는 멘토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각별한 사랑도 편애에 포함하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그물을 더 넓게 멀리 던지는 것이다.

 

원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6/28/2013062803823.html

(김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