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사진 읽기] [16] 좌절한 발명가의 초상
▲ 이폴리트 바야르, 익사자 같은 자화상, 1840.
사진 기술은 한 사람이 발명한 것이 아니다. 완벽한 그림에 대한 열망은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겠
다는 순수 의지로 이어졌으며, 그 성과물인 사진이야말로 시각적 경험의 진실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도구라고 믿게 만들었다. 1839년 8월 19일 프랑스 정부가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라는 상업 화
가에게서 사진 발명의 특허권을 사들인 사실을 공포하자 유사한 기술을 시험하고 있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기운이 빠져버렸을 것이다. 무엇을 추구했든 선두를 놓쳐버린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폴리트 바야르(Hippolyte Bayard·1801~1887)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프랑스의 재무부 서기였던
그는 자신이 발명한 기술의 완성도와 독창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파리에서 30여 점의 사진을 선보이는
전시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청은 그의 기술이 다게르의 것과 유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게르
의 이름을 딴 '다게레오타입'이 화려한 구경거리로 인기를 끄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자신의 비통
한 마음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자신이 물에 뛰어들어 익사한 시신처럼 보이도록 꾸며서 좌절과 비
탄으로 만신창이가 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비록 1등 발명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진 못했지
만, 바야르는 이 획기적인 자화상으로 역사에 남는 작가가 되었으며 인류 최초로 사진을 소통의 도구로
활용한 인물이 되었다.
오늘날 사진의 힘은 표현과 소통에서 나온다. 바야르의 선구성은 사진이 현실의 직접적인 거울이라
고 믿었던 시대에 현실이 아닌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술을 활용한 점이다. 때론 비운이 인생의 또
다른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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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21 05:31
원문: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20/2013112004048.html
이폴리트 바야르(Hippolyte Bayard) 작품 더 보기: 이곳을 클릭(google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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