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강좌

[유창우의 쉬운 사진](47) 눈꽃은 해 뜬 직후 찍어야 가장 화려해요

 

[유창우의 쉬운 사진](47) 눈꽃은 해 뜬 직후 찍어야 가장 화려해요

 

△렌즈 70㎜·셔터스피드 1/125sec·조리개 f/11·감도 ISO100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 많은 사람은 산에 올라간다.
솟아오르는 해를 보거나 하얗게 피어난 눈꽃을 보기 위해서다.
그처럼 뜨겁게 혹은 깨끗하게 새해 첫 시작을 기억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서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칠 때면 눈부신 상고대(서리꽃)도 자주 만나게 된다.
상고대는 대기 중 수증기나 섭씨 0도 이하로 냉각된 미세한 물방울이
나뭇가지나 잎, 지표면 등에 얼어붙은 것을 가리키는 우리말이다.
나뭇가지 위에 피어난 화려한 상고대는 바람이 셀수록 크게 자라지만, 해가 뜨면 금세 녹아 없어진다.


따라서 새해 첫 사진으로 상고대를 찍고 싶다면, 일단 날씨에 예민해져야 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는데 바람까지 심하게 분다면 일단 산꼭대기에 상고대가 잔뜩 피어났을 확률이 높다.
사진은 해 뜨자마자 찍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좀 수고스럽더라도 전날 밤 산에 올라가 산장에서 하룻밤 자고,
해 뜰 무렵에 서둘러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게 낫겠다.
해 뜨고 나서 한 시간 안에 서리꽃을 카메라에 담겠다는 각오로 가는 게 좋다.
나뭇가지에 핀 얼음꽃을 새파란 겨울 하늘과 함께 담고 싶어할 수도 있다.
해를 등지고 순광(純光)에서 찍자.
이렇게 찍어야만 하늘은 파랗게, 눈꽃은 뽀얗게 찍힌다.
역광에서 찍으면 하늘이 허옇게 나오거나 눈꽃이 어둡게 찍혀 나올 수도 있다.
기왕이면 광각렌즈를 챙길 것도 권한다.
넓게 하늘과 눈꽃을 담아내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상고대가 얼음꽃이라면, 눈꽃은 말 그대로 눈이 나뭇가지에 꽃송이처럼 덮인 것을 일컫는 말이다.
눈꽃을 찍을 땐 아이스크림을 찍는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아이스크림은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꽁꽁 얼어 있을 때보다 살짝 녹기 직전에 찍어야 더 실감이 난다.
눈꽃도 마찬가지다.
해 뜬 직후 햇살이 돌 때, 쌓인 눈꽃이 아주 살짝 녹았을 때, 그때 눈꽃이 가장 예쁘다.
윤기가 자르르 돌고 가장 탐스러운 질감을 자랑한다.
눈꽃 사진은 바로 이때 찍는 게 가장 좋다.
물론 이 역시 수고스럽긴 하다.
해가 뜨자마자 1~2시간 안에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넘기면 눈꽃이 너무 녹아 사진으로 제대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지역에 따라 일출 시각이 다 다르지만, 요즘 같은 1월엔 대개 아침 7시 30분 무렵에 해가 뜬다.
오전 8시 30분 안팎에 눈꽃을 찍는 게 가장 좋다는 뜻이다.
새해 첫 사진으로 상고대나 눈꽃을 찍는다는 건 여러모로 일종의 자기 수양(修養)이 될 수도 있겠다.
갈고 닦으면 아름다워진다.
사진도, 사람도 그렇다.
새로 맞이한 2013년 또한 그럴 것이다.


원문: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02/2013010201096.html

 

[유창우의 쉬운 사진] 요약(전체): 이곳을 클릭

 

내겐 너무 쉬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