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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류진창 사진전 기사] 아무나 못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아무나 못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2015.03.18 17:11:51 
곽윤섭
기사원문: http://photovil.hani.co.kr/414943

 

스톡사진가 양성하는 류진창 ‘세계의 이곳저곳’ 사진전

 

» 양떼목장,평창군,강원도/2013

 

엽서가 하나 왔다. 모르는 이름이지만 우편물의 정체를 파악하기 전에는 그냥 버리지 않기 때문에 좀 훑어봤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윈도우 기본 바탕화면 사진의 느낌이 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포도농장이라고 하는
언덕과 하늘 사진을 다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엽서의 사진을 찍은 이와 엽서를 보낸 이는 류진창씨.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는데 “세계의 이곳저곳”을 테마로 첫 사진전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전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본인이 보내온 이력을 보면 85년부터 98년까지 대한항공 전산실에서
근무했고 98년부터 <토픽이미지>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현재 토픽이미지의 전무. 토픽이미지가 뭔지 찾아보니
스톡사진 에이전시로 340만 여 컷의 사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라고 한다.

전시는 갤러리토픽에서 3월 2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가깝다.

 

예쁜 사진들이 눈길을 끌었다. 가만 보니 윈도우 바탕화면과는 많이 다른데 비슷한 분위기다. 평화롭고 따뜻하고
그윽하다. 이런 사진을 찍으면서 세계 각국을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 사진이나 골라 거실 벽에 걸어두면 저
절로 명상이 될 것 같은 이미지들이다. 그러고 보니 류진창씨의 이 사진들은 사진을 판매하는 <토픽이미지>에서
유료로 고화질을 받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미국의 국립공원도 있고 프랑스, 이탈리아 전원풍경도 있지만 한국에도 아름다운 곳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산일출봉, 강화군, 영덕군, 계방산…. 구성이 엉뚱하면서도 다채롭다. 사람 없는 먼 풍경이 주를 이루다가 문득
강원도 인제군에서 가을걷이를 하는 농부의 환한 미소가 갑툭튀하니 편안해졌다. 아주 큰 차원에서 보자면 화성의
풍경 같은 미국 애리조나주 안텔로프의 신비로움과 농부의 웃음이 다를 바가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적막한 아름다움과 전남 순천시 선암사 어느 담벼락의 담쟁이덩굴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다를 바가 없다. 모든 것
을 편안하게 찍는 것도 큰 재능이다. 좋은 것만 보면 인생도 선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결론이다. 여행을
충동질하는 사진이다.

 

» 털사,오클라호마주,미국/1993

 

» 하이델베르크,독일 /2009

 

» 뮌헨,독일/2009

 

» 사려니숲길,제주도/2014

 

» 강화군 인천/1992

 

» 진주시,경남/1994

 

» 뱀사골,남원시,지리산/1993

 

» 시애틀,미국/2002

 

» 버몬트주,미국/2000

 

» 투스카니,이탈리아/2005

 

» 안텔로프,애리조나주,미국/2001

 

» VLA,뉴멕시코주,미국/1998

 

18일 류진창 작가와 통화를 했다. 대한항공 전산실에서 근무할 때 사진반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사진을 찍었고
토픽이미지로 옮겨서도 계속 사진을 찍고 있다고 한다. 해외출장 중에 짬을 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해외출사를
가서 찍기도 했다. 그렇게 다닌 나라가 25개국 정도 될 것이라 한다.

 

정년퇴직을 1년가량 남긴 류작가에게 퇴직 후 계획을 물었더니 두 가지 이야길 했다.
하나는 다음 카페 <스톡사진포유>로 이곳은 스톡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발굴, 양성하는 곳이다. 류씨는
1년 정도 전에 이 카페를 만들어 현재까지 76명의 스톡사진가를 키워냈다. 스톡사진이란 것은 스톡사진가가 찍은
사진을 스톡회사에 위탁하고 스톡회사는 판매를 대행하며 여기서 판매된 사진수익을 스톡사진가와 회사가 나누
는 것을 말한다. 아무나 <토픽이미지>의 스톡사진가로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스톡사진포유라는 카페에
사진을 올려 심사를 통과한 사람만 스톡사진가가 되는 것이다. 류작가는 이 카페의 카페지기다.

또 하나는 네이버 블로그 <류진창의 지리산 먹거리>지리산자락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직거래 장터다.

 

이 정도면 퇴직 후 용돈 정도는 벌 수 있고 소일거리로도 충분하며 사진활동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장치가 되겠다.
스톡사진가는 어떤 사람들이 많은지 물었더니 정말 다양하다고 한다. 전업작가, 직장인, 주부, 대학생,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도 활동하고 외국에서 거주하는 사람도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나 스톡사진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스톡사진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