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우의 쉬운 사진](34) 반영 이미지 찍기
안경·유리창·수면에 비친 풍경… 플래시 끄고 초점은 수동으로
아내의 사진첩엔 이 친구가 출장길에서 찍어온 사진이 제법 많다.
어느 날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찍었다는 사진이었다.
눈동자가 새까맣고 동그란 아기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귀엽네! '하고 넘기려다 자세히 보니 그 아기 눈동자 위에 아내 얼굴이 비친 게 보였다.
아내가 아기를 보면서 헤죽헤죽 웃으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바로 그 장면이 아기의 새까만 눈동자에 비친 것이다.
"이거 알고 찍었어?" 아내는 사진을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이런 것까지 찍힌 줄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
난 '이거야말로 반영의 마법이네…'라고 속으로 중얼거리곤 씩 웃었다.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의 양(量)이란 대개 정해져 있다고들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를 찍을 때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내 표정까지 같이 찍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영장 의자에 누워 있는 사람의 모습을 찍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사람 눈에 수영장 풍경이 어떻게 보이느냐까지 묘사하는 건 역시 쉽지 않다.
'반영(反映)'은 바로 이런 순간에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 마법이다.
유리창이나 수면(水面)처럼 매끄러운 표면 위에 빛이 반사돼 사물이 비치는 '반영'을 잘 활용하면
순식간의 사진 속 공간이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거울 하나만 잘 활용해도 건물 안과 밖을 동시에 찍을 수 있고,
사진을 찍는 내 모습과 내가 찍는 풍경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다.
난 그래서 이런 반영 기법을 두고 '액자 끼워넣기'라고도 부른다.
△렌즈(110mm)· 셔터스피드(1/125 sec)· 조리개(f/8)· 감도(ISO 200).
여름 한낮 호수 위에 떠 있는 배 한 척을 찍었다고 치자.
사각 프레임 안에 넣을 수 있는 풍경이란 어느 정도 제한돼 있다.
하지만 그 호수 위로 여름 숲의 모습이 또렷하게 비친다면,
그리고 그 물 위의 반영된 풍경까지 함께 찍는다면,
우리는 네모난 사진 한 장 안에 담아낼 수 있는 풍경을 벗어난,
다른 장면까지 함께 찍을 수 있게 된다.
수영장 의자에 누워 있는 사람을 찍을 때, 그 사람이 쓴 선글라스에 비치는 모습을 함께 담는다면
이 역시 또 다른 액자 끼워넣기가 될 수 있다.
만약 그가 쓴 선글라스 위로 사람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며 노는 활기찬 수영장의 모습이 비친다면,
의자에 누워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찍는 것을 벗어나
그가 바라보는 여름 풍경까지 사진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를 찍을 때 그 친구가 그저 열심히 밥 먹는 모습을 찍는 것보단,
그 친구 안경에 어른어른 비치는 피자 한 판을 찍는 게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반영 사진을 찍을 때 플래시는 켜지 않을 것을 권한다.
플래시를 터트리면 오히려 그 빛 때문에 표면에 비친 반영 이미지가 사라진다.
또 되도록 자동 초점 모드(오토 포커스·AF)를 쓰지 않을 것을 권한다.
반영 이미지라는 게 대부분 정확하고 또렷한 상(像)이 아니기 때문에
자동 초점 모드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원문: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13/2012061301929.html
내겐 너무 쉬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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