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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유창우의 쉬운 사진](55) 풍경 사진의 셔터 타임

 

[유창우의 쉬운 사진](55) 풍경 사진의 셔터 타임
게으른 당신, 그래도 아침·저녁 두 번은 찍어라

 

△렌즈 130㎜·셔터스피드 1/200sec·조리개 f/5.6·감도 ISO 100·일몰 30분 전 촬영.

 

정상까지 헉헉거리며 올라가는 등산과 추운 겨울 온종일 떨며 앉아서 기다려야 하는 낚시는,
부끄럽지만 나와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
솔직히 난 게으른 사람이다.
일도 너무 열심히 하면 망친다고 믿는 편이다.


몸을 마구 굴려서 고생해서 얻는 사진보단,
생각을 많이 하고 느긋하게 기다려 완성한 사진이 대개 더 낫다고도 믿는다.
하지만 이런 나도 풍경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
그건 바로 '하루에 두 번은 찍어본다'는 것이다.


두 번이란 대체 언제인가.
해 뜨고 나서 2시간, 그리고 해지기 직전 2시간.
바로 이때만큼은 셔터를 눌러줘야 하는 때라고, 나는 믿는다.
똑같은 풍경도 이때 찍으면 사진이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해가 옆으로 누워 빛이 비스듬하게 들이치는 시간.
밋밋하던 풍경에도 어느덧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또렷이 드러나듯 표정이 생기고,
같은 사물도 한결 볼륨감이 살아난다.
빛은 포근하고도 엷은 노란색을 띤다. 그 덕에 풍경에도 결이 생긴다.


실제로 내셔널지오그래픽 소속 사진가들은
낮에는 장소를 물색하러만 다닐 뿐, 대개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한다.
이 중 많은 이는 바로 이 두 번, 하루 4시간 동안에만 사진을 찍는다고도 한다.
빛이야말로 시각을 자극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이고,
그 빛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사진가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큐멘터리가 대개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찍는 것'인데,
그걸 제대로 보여줄 수 있으려면 결국 빛의 힘을 빌어야 한다는 얘기다.


나 역시 이 하루 4시간 동안 사진을 완성하는 것이 낫다고 믿는 편이다.
온종일 찰칵찰칵 셔터를 눌러대며 땀 뻘뻘 흘리고 찍는 것도 존중받아야 마땅하겠으나,
그보단 생각을 많이 하고 셔터 누르는 수를 아끼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쉬는 만큼 사진은 더 여유롭고 편해진다고도 믿는다. 낮에 찍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 두 번의 황금 시간에 찍는 게 더 멋진 사진을 건질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생각보다 지키기 쉽지 않다.
이 말은 돌려서 말하면 '적어도 두 번은 가서 찍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풍경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같은 장소를 두 번이나 가는 건 아마추어 사진가에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 찍고, 온종일 기다려 다시 일몰 직전에 찍어야 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난 중요한 촬영일수록 이렇게 두 번을 반드시 찍어본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나중에 꼭 후회한다는 걸 경험에 비추어 알고 있다.
사진은 결국 게을러도 결정적 순간엔 민첩한 사람에게 찾아오는 '찰나의 산물'이니까.


사진을 찍는 건 쉽다.
하지만 좋은 사진을 건지는 건 어렵다.
남들에게 "한 번 더 가라"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정말 한 번 더 가는 건 쉽지 않다.
한 번 더 움직이면 결과물은 크게 다르다.
내가 늘 얘기하는 '쉬운 사진'의 본질이자 비결도 결국 그런 것이다.


원문: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01/2013050100943.html

 

[유창우의 쉬운 사진] 요약(전체): 이곳을 클릭

 

내겐 너무 쉬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