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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

[유창우의 쉬운 사진](56) 접사 렌즈 이용한 촬영법

 

[유창우의 쉬운 사진](56) 접사 렌즈 이용한 촬영법
꽃에 바짝 다가가라, 낯선 속살 보일테니

 

△렌즈 니콘 90㎜ micro, 조리개 f/11, 셔터스피드 1.6 sec, ISO 100 삼각대 사용. / 사진가 유재력

 

아버지는 조금 실없지만 기발한 분이다.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어머니가 싱싱한 봄 식물로 집안을 채워놓은 것을 보더니,
사진기자 선배이자 광고 사진가였던 아버지는 "내가 오늘은 조금 다른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하셨단다.
그러고 나서 혼자 카메라를 들고 왔다 갔다 하더니, 그렇게 사진 몇 장을 완성했다.


사진을 펼쳐놓고 잠시 말을 잃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남자끼리, 부자(父子) 사이에 칭찬을 길게 늘어놓는 건 어색했다.
"아버지, 이거 좋네요." 아버지는 내 짧은 칭찬에 싱긋 웃더니 한마디를 툭 던졌다.
"원래 가장 사실적인 그림이 가장 초현실적인 법이다."


아버지 말대로 이 사진이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건 지극히 사실적으로 접근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어떤 연출도 어떤 트릭도 없다.
그저 바짝 카메라를 갖다 댔고, 피사체의 본질, 그 속살을 찍기 위해
숨을 참아가며 셔터를 누른 흔적만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어떤 연출 사진보다 색다르게 읽힌다.
본질이란 본래 이토록 낯선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애써 돌아보지 않을 뿐.


아버지에게 물었다.
"어떻게 찍으셨어요?"
아버지는 역시 짧게 대답했다.
"접사 렌즈를 썼지. 접사 필터나 접사 링을 쓸 수도 있다."
아버지가 말하는 접사 렌즈란 매크로 렌즈(Macro·니콘에선 마이크로 렌즈라고 부름)를 말한다.
보통 렌즈의 최단 거리는 1m 내외다.
접사 렌즈는 30㎝ 안팎이다.
일반 렌즈로도 접사 기능을 약간 구현할 순 있지만,
제대로 바짝 들어가서 찍고 싶다면 접사 렌즈를 쓰는 게 낫다.
이 밖에 접사 필터를 끼우거나 카메라 몸체와 렌즈 사이에 접사 링을 끼워 찍을 수도 있다.


이도 저도 다 없을 때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일반(표준) 렌즈를 뒤집어 카메라 몸체에 바짝 갖다 대면 제법 훌륭한 접사 렌즈가 된다.
임기응변으로 접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설명이 뭐가 필요한가 싶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전혀 다른 꽃을 사진 몇 장으로 선물했다.
그건 렌즈 덕도, 렌즈 필터 덕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알았던 거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 꽃과 나무도 전혀 다르게 찍을 수 있음을.
문득 나도 이런 선물을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다.


원문: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15/2013051501850.html

 

[유창우의 쉬운 사진] 요약(전체): 이곳을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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