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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지갑여는 젊은 중년...'영포티' 유통업계 큰 손으로

안소영 기자

입력 2018.08.26 08:30


수원에서 기타 강사를 하고 있는 강모(56)씨는 일주일에 한 두번 혼자 영화관을 찾는다. 지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갈 수도 있지만 영화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4개월 전부터는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사서 남는 시간에 그림을 그리곤 한다. 강씨는 "어렸을 때는 잘하는 것도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았는데 나이든 뒤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취미 생활을 찾았다"며 "자녀들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다"고 했다.  직장인 이진숙(55)씨는 최근 천연염색을 즐기고 있다. 천연염색 동아리에 들어가 동아리원들과 주말에 공방에서 강의도 듣고 원단에 실습을 해본다. 평일 저녁에도 여유가 있을 때는 유튜브를 보면서 익히고 있다. 이씨는 "주말에 수업을 신청하면 가기 전부터 설레는 기분이 든다.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취미생활을 하고 나면 뿌듯해서 좋다"고 말했다.

중년이 젊어지고 있다. 늦은 결혼·출산, 평균 수명 증가와 함께 인생을 즐기며 사는(욜로·YOLO)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문화·여행·취미에 지갑을 꺼내는 중년이 늘고있다.



26일 CJCGV가 50대 영화관람객 비중을 살펴본 결과, 2014년말 6.9%에서 올해(1~7월) 10.5%로 3.6%포인트 늘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롯데시네마를 찾은 40대 관람객도 30%에 달했다. 10대(23%)와 20대(27%)보다 높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4050세대도 늘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패키지여행을 신청한 40~50대는 전년대비 11.8% 늘었다. 최근에는 여행가이드 도움없이 돌아다니는 자유여행 열풍이 거세다. 지난해 자유여행을 즐기는 40~50대는 2016년보다 71.3% 증가했다. 전 연령 평균 증가율(45.7%)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4050세대는 1990년대 청년기를 보낸 해외여행 1세대로 해외여행에 거부감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G마켓에서도 올 1~7월 40~50대 고객들의 국내 여행 상품 주문이 작년 같은기간보다 96% 늘었다. 국내호텔·레지던스(48%), 뮤지컬 티켓(23%), 콘서트 티켓(13%) 구매도 증가했다.


△용산 아이파크백화점에 있는 키덜트족(아이의 감성을 지닌 어른)을 위한 취미·장난감 전문숍/아이파크백화점 제공


젊은 취향을 갖춘 ‘영포티(Young Forty)’도 많아졌다. 같은 기간 옥션에서 중년남성의 게임기 주문은 작년보다 601% 늘었다. 휴대용게임기 주문은 197% 증가했다. 골프용품(1%)이나 등산용품(18%)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중년들이 ‘개성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4050세대는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취직·결혼·육아 등이 늦어져 과거 중년들보다 젊은 사고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40대가 되면 자녀의 대학 입학식에 갔지만, 지금은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는 사람이 많아 "0.7을 곱 해야 진짜 나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근무 시간이 줄면서 여유시간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일에만 몰두했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 소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은 "한국 중년들이 늦은 나이에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려고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소비영역에서 한국 중년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6/201808260015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