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 기자
입력 2017.10.14 03:02
해경에 하루 두번 나포된 中어선… 선장 다르고 조업일지 내용도 달라
불법조업 적발시 담보금 적게 내려 허가 받은 선박 정보 복제한 '짝퉁'
지난달 24일 중국 어선 A호는 불법 조업을 하다 하루 두 번이나 해양경찰에 붙잡혔다. 오후 8시쯤 마라도 남서쪽 100㎞ 해상에서 한·중어업협정 규정(50㎜)보다 그물코가 촘촘한 39㎜ 그물로 갈치와 잡어 680㎏을 잡고 조업일지에 투망 시간과 조업 위치를 작성하지 않아 서귀포해경에 나포됐다. 배타적경제수역(EEZ)어업주권법 위반으로 조사하던 해경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배는 같은 날 오전 7시쯤 차귀도 남서쪽 150㎞ 해상에서도 조업일지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아 담보금 2000만원을 내고 풀려난 기록이 있었다. 불법 조업으로 해경에 하루에 두 번 나포됐는데 오전과 오후 선장이 다른 사람이었고 조업일지 내용도 달랐다. 경찰 조사 결과 오후에 적발된 중국 어선은 허가받은 A호의 선박 정보를 복제한 무허가 '짝퉁'어선이었다.
해경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어선은 같은 선주(船主)가 소유한 다른 어선의 허가증을 악용했다. 허가받은 어선은 허가증을 잃어버렸다고 중국 농업부에 거짓 신고한 다음 허가장을 재발급받아 다른 배에 건넸다. 200여t으로 크기가 비슷한 짝퉁 어선은 선박 외부 선명(船名) 표지판, 허가번호 표지판, 기관실 엔진 정보까지 가짜로 만들어 부착했다. 선주는 경찰 조사에서 "부두에 붙은 위조 전문 업체 광고를 보고 가짜 표지판을 만들고 선박 외관을 도색한 다음 두 척 모두 조업하게 했다"고 진술했다. 조업일지도 허가받은 어선의 조업 내용을 나중에 따라 쓰는 방식으로 베껴 썼다. 해경은 무허가 불법 조업 담보금 3억원을 징수한 다음 해당 어선을 중국 해경에 인계했고 A호 선장 중국인 황모(37)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무허가 어선이 허가증을 도용하거나 위조하는 이유는 불법 조업을 하다 적발됐을 경우 내는 담보금 때문이다. 어선 규모와 어획량에 따라 다르지만 허가 어선이 수천만원대 담보금을 내면 풀려나는 것과 달리 무허가 어선은 3억원을 내야 한다. 선장 황씨도 경찰 조사에서 "불법 조업을 하더라도 허가증이 있으면 무허가에 비해 적은 담보금만 내고 바로 풀려나 다시 조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2000년 한국과 중국은 양국 EEZ 일부를 잠정조치수역으로 정하고 상대국 EEZ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하는 한·중어업협정을 맺으면서 조업 가능한 어선 숫자와 어획량은 쿼터제를 택했다. 올해는 각각 1540척, 5만7750t이다. 쿼터는 같지만 실제 조업하는 어선 규모는 차이가 크다. 우리 어선 1020척이 허가를 받아 협정 대비 약 65%에 그친 반면 중국 어선은 1507척으로 약 94%에 달한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유망(流網) 어선은 중국에 할당된 쿼터인 648척 모두 채워져 추가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중국 어선이 허가증을 도용하면서까지 우리 EEZ에 오는 이유는 우리 쪽 어장은 아직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EEZ에서 중국 어선 1426척이 생선 3만7459t을 잡아갔다. 반대로 우리 어선의 중국 EEZ 어획량은 1930t으로 대략 20분의 1 수준이다. 30년차 선장인 충남보령근해안강망협회 박태진(62) 이사는 "중국 어선들은 연안 가까이 들어와 싹쓸이해가지만 우리 어선은 중국 쪽에 가도 기름 값만 손해 보고 빈 배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협정이 발효된 2001년 6월부터 지난 9월까지 우리 어선의 중국 EEZ 어획량은 약 5만t 정도지만 중국 어
선의 우리 EEZ 어획량은 약 62만t으로 12배 넘게 많았다.
해경은 올해 9~12월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을 막기 위해 1000t급 이상 함정 4척도 단속에 투입한다고 12일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올해도 전년 대비 60척, 2250t을 줄였고 매년 열리는 한·중 어업 협상에서 어선 규모와 어획량 축소를 기본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13/20171013018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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